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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5-22

[일반] tip) 난 책임감 같은 거 안 키운다앱에서 작성

ㅇㅇ(118.37) 2024.05.16 11:10:17

조회 2907 추천 70 댓글 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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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공모전 때문에 곡소리 나는 망생이들이 많은 것 같아 하나 알려 주고 싶은 게 생겼다.

망한 작품 연중 때릴지 말지 고민 중이니?

갤 보니까 다들 몇십 화까지는 써야 한다, 완결을 내면 남는 게 있다, 작가는 독자를 배신해선 안 된다...... 근데 글은 안 나오고, 혼란스럽지?

일단 웹소설은 결과중심주의라는 것부터 말해 주고 싶다.

투철한 의지로 망한 작품 이삼백 화 완결 내는 초인?

따라오는 독자가 한 자리 수일지라도 그들을 위해 쓰겠다?

ㅋㅋ

물론 존재한다. 리스펙 받아야 하는 작가님들이다.

근데 그게 너 나 우리는 아니다.

생존자 편향이라는 게 있다.

하루에 2~3빡씩 치면서 될 때까지 250화 완결 내면 누구나 기성 문턱 부수고 들어갈 수 있다.

당연히 이게 정답이다.

근데 99%의 사람이 이걸 못 한다는 점에서 우린 뭔가 이상하다는 걸 감지해야 한다.

일단 ㅋㅋ 이제 막 첫작 두 번째 작 쓰는 망생쿤에게 김독자 한 명 데리고 계속 쓸 수 있는 능력이 있을까?

연중은 하는 게 아니라 '당하는' 것이다.

버티지 못 하고 부러지는 건 너 잘못이 아니다.

그냥 원래 맞으면서 크는 거고 당연한 순리다.

이거 가지고 책임감이 없네~

작가 의식이 부족하네~

작품에 대한 애정이 식어서 유기하네 에잉 쯧쯔~

하는 말은 다 무시해도 된다 ㅇㅇ

웹소설에 도덕 개입시키는 것만큼 한심한 짓이 없다.

뭐 마인드가 바르면 도움은 되겠는데 건실한 마인드가 너랑 안 맞으면 그냥 버려라.

어차피 웹소설은 결과중심주의다.

너가 꾸준히 완결 치는 성실 연재 작가로 성공하면 칭송받을 것이고, 연중 필명 갈이 반복하다 무협지 나려타곤처럼 추하게 성공한 작가면 욕은 좀 먹겠지만

아무튼 둘 모두 돈은 잘 벌리고

둘 다 다음 작 노잼이면 떡락 하는 건 똑같다.

그러니까 너무 자책하지 말고 좆대로 써라.

무지성 연중 박아도 다음 작이 순수 재미면 빨리는 게 이 시장이다.

네 실력이 어떻게 성장할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막말로 힘들게 하꼬 작품 계속 쓰다가 댓글 0개라 아무 피드백도 못 받고 우울증만 걸린 채 쓸쓸하게 글 접는 경우도 여럿 봤다.

뭐 한 편도 안 쓰고 성장하길 바라는 건 로또겠지만 아무튼 뭘 끄적이고만 있다면 갑자기 진화할 수도 있고, 차근차근 나아질 수도

영원히 못 할 수도 있다.

그래도 보통은 속도와 한계치의 문제지 0.1이라도 나아지긴 한다.

진짜 간에 기별도 안 오게 성장하면 그땐 접으면 그만이고.

정통적 도덕과 성실함이 너랑 안 맞는다 싶으면 너무 매달릴 필요는 없다.

조금 극단적으로 말해서, 멘탈 약한 작가면 독자를 어느 정도 '돈통'으로 보는 것까지도 추천한다.

악플 다는 새끼 있어도 '이 븅신은 욕 쓰려고 100원 내네ㅋㅋ' 하면 멘탈에 큰 도움이 된다.

내게는 글이 막힐 때 뇌를 풀기 위해 만든 제물용 소설이 있다.

애초에 완결 낼 생각도 없고 내 정신적 부하를 버리는 쓰레기통 같은 곳이라 쓰다 꼬우면 언제든 연중 때릴 수 있다.

난 내 소설에 큰 애정 같은 거 없다.

책임감도 없고.

솔직히 가끔은 연중 공지에서 울부짖는 독자들을 보며 즐거운 가학심이 끓어 오르기도 한다.

한 번은 자꾸 나한테 욕박고 조롱하면서 집착하는 악플러가 있길래 다른 작에서 얘를 모티브로 히로인 썼더니 반응이 좋았던 적도 있었다.

개꼴리더라.

이렇게 써도 망생쿤들이 만족할 만큼은 벌고 살 수 있다.

작가 의식을 버린 이후 수익은 10% 줄었지만 스트레스는 1000% 감소했다.

내게 글 쓰기란 독자를 가지고 노는 여흥이다.

더 솔직히 말해, 가끔 나는 작품의 생사와 노선을 결정 짓는 황제요, 독자는 모이를 뿌리면 모여 드는 닭이라고 생각한 적도 있다.

타이쿤 같아서 독자 관리하는 재미가 있다.

나는 무책임하기에 글 쓰기가 즐거워졌다.

책임감 가지고 성실히 쓰는 작가도 분명 존재한다. 그곳에도 어떤 재미와 동기가 존재할 것이다.

다들 각자의 방법을 찾아 싱글벙글 살아가길 바란다.

고정닉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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