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건 바로 시장 자체의 변화에 있다.

순문, 단행본 장르소설등은 작가가 글을 쓰는 호흡이 길었다.

그 권을 구매한 독자는 중간에 마음에 들지 않는 전개가 있더라도 다 읽어야했다.

그래서 다들 알고있는 승전결기, 기대감, 사이다 이런 요소들에 의존하는 바가 지금보다는 덜했고.

하지만 지금의 편결, 정액제 웹소설 시장은 다소 다르게 변화했다.

매 연재마다 글이 번뜩여야함. 독자가 매 화마다 재미를 느껴야했다.

글의 번뜩임을 0부터 100까지의 수치라고 생각해볼때?

같은 평균치 50의 인간이라도,

45, 55, 48, 52, 51, 49, 41, 59 이런식으로 안정적으로 달리는 방법을 아는 사람은 독자가 쌓이면서 롱런하지만,

25, 55, 90, 45, 75, 10, 80, 20 이런식으로 퍼포먼스가 들쭉날쭉한 쪽은 고점이 좋더라도 반드시 꼴아박게 돼있다.

웹소 시장은 매일 최소 5500자를 써내야 살아남는 시장이다. 그런 시장에서 매번 안정적으로 좋은 성적을 내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정형화된 틀에 자신의 글을 때려박고 성형하여 인기작의 파쿠리를 써갈기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매 화마다 참신한 요소를 넣어 위트있는 글을 쓰고 독자가 지루할 틈이 없게 하는 것이다.

하지만 위트있는 글을 잘 쓰려면 타고난 순발력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래서 장르를 개척하는, 트렌드를 끌고가는 형태의 작가는 무조건 재능충일수밖에 없다.

심지어 전자에서 말한 트렌드를 이끄는 인기작이 태동하는 형태가 후자의 결과물임을 감안하면, 웹소를 집필하는데 순발력은 없어서는 안 될 능력임이 틀림없다고 봐야한다.

그리고 다들 이쯤되면 눈치채겠지만, 여작가는 그 '순발력'이 남작가에 비해 매우 후달린다.

그리하여 여작가는 웹소설 계통에서 장르 개척이라는걸 할 수 없는 존재가 되었다.

혹시 리그오브레전드라는 게임을 해봤는가? 다른 게임도 다 마찬가지겠지만, 한계에 봉착한 개인이 어떻게든 고점을 뚫어내고자 하는 가장 쉬운 방법이 원챔(한가지 캐릭터)만 파는 행위이다.

여러가지 변수 중 내가 컨트롤 가능한 부분 하나를 붙잡고 철저하게 상수로 만들어 나머지 변수에 대응하게되면? 고려해야할 경우의 수가 대폭 줄어들어 매 게임마다 발생하는 예외가 정형화 되고 노하우를 쉽게 얻을 수 있다.

물론 여러 장르를 개척하고 남성향에 발을 들이는 여작가들도 종종 보이긴 한다.

하지만 남성향이 상대적으로 열린 곳이라는걸 감안할 때 그렇게 윗자락세 올라선 그녀들의 발밑에 얼마나 많은 여작가들의 시체가 쌓여있는지 감이 오는가?

심지어 그런 여작가들 조차도 새로운 장르를 파고드는 선구자로서의 역할은 거의 하지 못한다.

여작가들이 그녀들의 갈라파고스를 만들고 여성향 장르 이외의 모든 것을 배척하게된건, 철저한 자연선택의 결과물이다.


부족한 순발력을 원패턴 파쿠리를 통해 보완한 여작가들만 펜을 꺾지않고 글먹이 가능했기에 그렇게 살아 남아 진거지, 그녀들이 태어날때부터 악한 존재였기 때문에 그런 것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