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상문에 앞서 일곱 개의 대죄의 시놉시스로 말하자면 "과거에 죄질이 극악한 대죄인 7명으로 구성된 전설의 기사단이 있었으나, 그들은 왕국전복의 혐의를 받고 왕국의 총력을 다한 공격에 뿔뿔이 흩어져 지금도 수배당하고 있다. 세월이 지나, 왕녀 엘리자베스는 기사단의 부패를 깨닫고 기사단 이상가는 힘으로 왕국을 구하기 위해 일곱 개의 대죄를 찾아 헤맨다." 정도로 요약할 수 있다.

이 시놉시스를 보고 본 적 없는 사람은 일곱 개의 대죄라는 작품의 스토리를 어떻게 상상할까.

죄인들이 왕녀의 인도하에 개과천선하는 스토리를 상상할 수도 있고, 알고 보면 사정이 딱한 죄인들이 사회에서 멸시받으면서도 살아가는 스토리를 상상할 수도 있고, 어쩌면 도덕적인 고찰은 일체 없이 인성은 썩었지만 멋있는 놈들이 날뛰는 스토리를 상상할 수도 있다.

그리고 어떤 상상을 하더라도 죄=악이라는 사실을 스토리에 결부시키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작품은 테마인 죄악을 스토리에 녹여내려는 시도가 전혀 없다.

그들은 죄를 지었다고 하지만 대부분이 누명이거나, 타의에 의해 죄를 덮어썼고 본인들은 아무런 죄의식을 가지고 있지 않고, 타인들도 그들의 죄를 규탄하지 않는다. 국가 권력인 성기사들과 친구 먹고, 임금님께 깜짝 선물을 받으면서 지극히 건전한 삶을 살고 있다. 인격면을 봐도 호구새끼일지언정 도저히 악인이라고는 할 수 없는 성품을 가지고 있다.

초반에는 왕국전복 누명이라는 써먹기 좋은 설정 덕에 일곱 대죄를 악인으로 대할 구실이 있었지만 회상씬이나 누명이 풀린 이후를 볼수록 의문이 떠오른다. 이 새끼들은 왕국전복만 죄고 거창한 이명까지 붙인 대죄는 친구한테 붙인 짓궂은 별명인가?

그렇다고 하면 이 작품의 제목을 '일곱 개의 대죄'가 아니라 '일곱 명의 최강 기사'라고 해도 스토리에 아무런 지장이 없다.

물론 상품으로서의 가치가 중요한 만화를 그리 밋밋하고 촌스러운 제목으로 지을 수 없다는 사정은 안다.

하지만 그 시도에 핍진성을 더하려는 노력이 없는 게 문제다. 그저 드래곤 신이니 라이온 신이니 이명을 붙이면 간지나겠다는 중학생 수준의 발상이 있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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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에 대한 불만은 이 정도로 하고 다음은 배틀물로서의 불만이다.

일곱 개의 대죄는 어느 쪽이냐 하면 이능력 배틀물보단 드래곤볼 같은 액션 배틀물에 가까울 것이다. 능력간의 상성이나 전략의 차이에 조명하기보다는 절대적인 스팩으로 우열을 가리는 양상을 가지고 있다는 뜻이다.

그런데 이 스팩에 대한 묘사가 매우 대충이고 기복이 크다.

킹이 처음 등장하는 에피소드에서 길라vs멜리오다스, 디안느, 반 전투가 있었다. 셋이서도 쪽을 못쓰던 길라를 킹이 일방적으로 농락하더니 멜리오다스, 디안느, 반과 킹의 격차의 이유를 신기의 유무로 설명한다.

하지만 이 설정은 킹의 데뷔가 과거가 되며 깔끔하게 묻혔다.

그 이후에 킹의 전력이 멜리오다스+디안느+반보다 크게 다뤄질 기미는 없다. 킹 데뷔~핸드릭슨전까지의 사이에 강해졌다는 언급이 일절 없는 멜리오다스가 마신의 힘도 안 빌리고 길선더, 핸드릭슨, 비비안에게 다굴을 쳐맞으면서도 선전하는 동안 아군 최강 전력이어야 할 킹은 디안느를 지켜야한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헬브람 같은 중간보스 취급도 못 해줄 찌꺼기한테 피떡갈비가 되고 있다.

디안느는 신기를 얻었고, 반은 약했기 때문에 디안느, 반, 킹 세명 사이의 전투력 묘사는 문제가 안 되지만 멜리오다스는 유독 불분명한 전투력 묘사와 감정으로 더 강해진다는 변명용 설정으로 전투씬의 긴장감을 없애는 데에 일조하고 있다.

어차피 멜리오다스가 빡치면 이길 거라고 학습되어 있는 독자들에게 주인공의 위기가 위기처럼 느껴지지 않는 것이다.

격한 감정으로 강해지는 설정은 다른 만화에도 흔히 있다고 반론할 수도 있지만, 멜리오다스는 그 빈도가 너무 흔하다는 것을 부정하기 어렵다. 다른 소년만화에서 주인공의 폭주는 수십편에 한번꼴이며 동료의 죽음 정도의 커다란 계기를 요구하지만 멜리오다스는 생리라도 하는 것마냥 간헐적으로 빡치니까.

마지막은 그다지 큰 불만까지는 아니지만, 캐릭터의 결말을 일회용으로 소모하고는 없었던 일로 얼버무린다.

단적으로 말하자면

타락한 성기사장에게 이용당하고 희생당해 괴물로 변한 신세대 (이후 아무 후유증 없이 살아남)

엎어져있는 주인공의 공격을 대신 맞아 죽은 동료 (사실은 살아있었음)

주인공보다 한발 앞서 최종보스와 싸우다 죽은 속죄의 성기사장 (사실은 살아있었음)

장렬한 싸움 끝에 흔적도 없이 파괴당한 최종보스 (사실은 살아있었음)

하나의 에피소드에 연달아 네번이나 낚시를 하니 황당하다고밖에 말할 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