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오늘의 뻘글. 심심해서 올리는 거 맞다.

"상식적으로...."

사실, 턀갤에 올라오는 대부분의 질문은 "상식적인" 사고와 마법의 주문 "룰북 봐라(서플먼트 포함)"를 통해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함. 문제는 TRPG같은 취미를 하는 놈들이 가진 "상식"이 진짜로 일반적인 상식이 맞냐는 것이지. 그래서 서로의 의견이 엇갈리고 싸움이 나오고, 다시 봐야 할 팀원 같은 관계도 아니니 하하호호 할 필요도 없는 이런 곳에서는 말싸움으로 번지기가 훨씬 쉬운 거라 생각함. 아무튼 대부분의 질문은 상식과 룰북을 통해서 해결이 가능은 하다고 봄. 가능은.

"플바플 팀바팀"

기본적으로 룰북 / 서플먼트에 "이렇다"고 쓰여있지 않다면, 그 부분은 마스터가 마음대로 하면 되는 부분임. 써 있어도 "이건 원래는 이런데, 내가 보기엔 말이 안 되니까 / 마음에 안 드니까 등등의 이유로 이렇게 할 거예요"도 가능하다. 뭔가 기괴한 게 나와서 제3자 입장에서 "아니 왜 그게 그렇게 됨?" 하지 않을 수 없더라도 본인들이 그게 마음에 든다면 일단 "ㅇㅇ 그렇구나"하고 넘겨야 하는 거. 아무튼 그래서.... 얼마 전에 갤에 "D&D에서 성직자 결혼은 어케 함?"이라는 질문이 나왔는데 그야 대부분의 세팅에서는 그에 대해서 딱히 규제하는 말이 없으니까... 위에 설명한 대로 "마스터가 마음대로 하면 되는 영역"에 속하는 거니 그렇다는 답변이 나왔었는데 질문자는 딱히 마음에 들어하지 않는 것 같았다. 심지어 쓰려는 건 D&D도 아니었지 아마? 그럼 걍 하는 룰북 보고 안 나오면 꼴리는 대로 하면 되는 거.

아 물론 "성직자의 결혼"이라는 소재로 이야기할 때 늘 나올 법한 "안 좋은 예시"로는 저기 다크 선(Dark Sun) 세팅의 도시 국가 니베나이(Nibenay)를 지배하고 계신 소서러-킹 니베나이(Nibebay)가 있는데... 이 분께서는 이쁘고 재능있는 여자들만 자기 템플러(Templar, 대충 자기 동네 소서러-킹에게 힘 받아서 쓰는 이 동네 관료-유사성직자 계급)로 뽑아서 자기 "신부"로 삼으신다. 그래서 저 동네 템플러들 명칭 중 하나가 Templar Wives임. 템플러는 엄밀히 말해서 성직자가 아니지 않나 싶긴 하지만 뭐 그것까진 알 바 아니야. 아 물론 니베나이에서는 복혼(일부다처 / 일처다부 둘 다)이 합법이라 돈없는 애들이나 일부일처 하는 동네니 이래도 괜찮은 거다.

"그게 무슨 소리니 마스터야"

하지만 룰북에 안 나오는데 플바플 팀바팀만으로 해결이 안 되는 경우도 있게 마련이다. 위에서 제3자 입장에서 X같아보여도 본인들이 마음에 든다면 "ㅇㅇ 그렇구나" 해야 한다고 하지 않았냐고? 그러니까 "그 본인들이 모두 그걸 마음에 들어 하냐"는 것이 문제가 된다. 예를 들어서....

CoC 시나리오에 나오는 귀여운 친구1임. 보다시피 이 친구는 한 방에 1D8+DB(1D6) 피해를 입힐 수 있음. 문제는 CoC 탐사자의 체력으로는 얘한테 잘못 맞으면 운빨좆망으로 일격사가 나올 수 있다는 것과, 그걸 권장하는 뜻에서 이 친구와 첫 조우를 하는 누군가는 기습적으로 한 대 쳐 맞는 "이벤트"가 있다는 거임. 심지어 이 이벤트에는 탐사자가 그렇게 한 대 맞아서 체력 0되면 죽고, 그렇게 죽을 경우 키퍼가 이 친구가 하는 고인능욕을 어떻게 묘사하면 되나도 써 있음. 짝짝짝.

그러면 이런 걸 가지고 "그렇지! 이게 진정한 크툴루다!" 할 것인가, 아니면 운빨 좆망으로 누군가는 첫 조우에 탐사자가 적막한 오두막집에 들어온 지 몇 분 만에 즉사하고 플 끝까지 손가락을 빨고 있어야 하거나, 대충 탐사자 2호를 급조해야 하는 상황이 나올 가능성을 감당할 것인가? 등에 대해서는 호불호가 갈릴 수 있겠지?

탐사자가 이벤트에서 급사하는 그런 상황을 확실히 회피하고 싶은 키퍼는 클로즈드 다이스로 굴리면서 얘가 첫 조우에서 때렸을 때 탐사자를 죽일 피해가 나왔어도 아닌 척 하고 살려주거나, 아예 저 피해가 나오지 않을 정도의 주사위를 굴리는(스탯 수정) 걸 보여주거나, 아니면 이 이벤트를 위해서 그렇게 맞아 죽어도 괜찮은 NPC를 미리 탐사자 일행에 집어넣어 넣고 그놈한테 굴려보거나 그런 식으로 넘기거나 해야 할 거임. 근데 클로즈드 다이스를 쓰는 게 싫은 사람이 나올 수도 있고, "어 제가 시나리오 읽어봤는데 걔 피해 그렇게 안 굴리던데요"하는 눈치 없는 새끼가 나올 수도 있는 거임. 어떻게 보면 이렇게 마스터의 재량을 적용하는 것 자체가 또 호불호의 문제를 낳는다는 것이다.

물론 이렇게 마스터의 재량적 적용에 불만을 가지는 플레이어는 언제나 나올 수 있는 요소고, 이런 플레이어들을 달래는 것(혹은 적당히 내쫓는 것)들 또한 마스터의 몫인데, 게임 외적으로 그런 부분에 대한 질문이 들어왔을 때는 최소한 "무엇 때문에 이렇게 하는 거"라고 설명할 수는 있어야 한다고 생각함. 여기에는 당연히 "여러분이 전투 때마다 몹 스탯 보려고 책을 찾아보니까, 흥미진진한 전개를 위해 일부러 여러분 책에는 없을 이따위 몹들을 굳이 찾아서 내고 있어요("X같은 새끼들아 전투 중에 몬매 그만 좀 쳐 봐"의 온건한 표현 맞음)"같은 거도 포함된다. 아무튼 왜 이렇게 재량을 적용하는 지 답변을 아예 못 한다면.... 그건 좀 그렇겠지? 답변이 별로라면 "이건 미친 플이야 난 여길 빠져나가야겠어"하고 플레이어가 도망갈 수도 있겠고.

물론 플레이어들이 그렇게 의심하고 마스터에게 뭐라 하고 그러는 건 근본적으로 마스터에 대한 신뢰가 부족한 것이 아닐까 싶은데 솔직히 오늘 구인해서 첨 보는 놈들끼리 하는 거면 신뢰 그런 거 알빠노?니 내가 수상하게 손해보는 거 같으면 물어볼 수도 있는 게 맞잖아? 확률은 낮지만, 마스터가 진짜로 뭔가 이상하게 하고 있을 가능성도 있고. 그리고 이러면서 불안해지는 쪽은 "나나 쟤보다 룰 많이 + 잘 알 거 같은" 제3자들이 있는 외부에 물어본다거나 그럴 수도 있는 거고.... 뭐 아무튼 그렇다.

3줄 요약

상식적인 사고와 적당한 룰북 읽기는 질문을 줄일 수 있다

룰북에 안 나오는 건 일단 마스터의 재량이라고 생각하자

마스터의 재량이 X같다면 그러는 이유를 물어보면 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