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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오늘의 뻘글

니컬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3.09.15 13:3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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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만에 돌아온 오늘의 뻘글


OSR도 밸런스는 나름 중요하다

"It is the job of the DM to see that the situations and characters balance. If things are too difficult, the players will become discouraged; too easy and they will become bored.” - 이건 D&D 클래식 시절에 나온 말임.


개리 가이객스가 적은 거고, 이 양반의 X같은 난이도 작품하면 늘 언급되며 존 윅이 이거에 대한 안 좋은 추억도 풀어 놓았던(갤에 번역도 있는) 툼 오브 호러는 원래 "상호 개썩은물용"이라는 전제로 만든 거니까, 이런 주제에서는 거의 항상 패스된다. 굳이 이딴 걸 골라서 돌리기로 한 거부터가 사실 "온갖 X같은 것이 나와도 괜찮다"고 다 서로 합의한 레벨인 수준인 거거든. 따라서 12살 때 저걸 친구들하고 돌리다 말아먹은 건 사실 저걸 고른 존 윅부터가 잘못한 거....라고 해도 되는 거다. PC게임으로 치면 소울류 게임 몇 회차 되는 그런 난이도의 물건이라 생각하면 되는 거.... 군다 잡느냐 몸 비트는 쪽하고 몇 회차 하는 쪽은 당연히 다르겠지? 아무튼 정상적인? OSR은 "나름" 환경과 PC들 사이의 밸런스를 따진다는 거는 확인했으니, 이제 본론으로 넘어가자.


방향성의 차이

5판 같은 경우 1레벨 모험가는 평범한 커머너들보다 훨씬 강하며, 룰 자체도 그에 따라 적절한 전투력을 가진 상대와 적절하게 싸워 이기는 전투 인카운터가 중요함(물론 이래도 고블린들에게 앰부쉬를 당해 눕거나 그런다). 한편 그 이전의 D&D나 OSR의 1레벨 캐릭터는 5판의 1레벨 모험가보다 상대적으로 훨씬 약한 "좀 비싼 소모품" 수준의 취급이며 룰도 딱히 관대하진 않은 편임, 그래도 시트와 시간이 아까우니까 캐릭터보다 더 싼 소모품인 도구나 장비를 사용해서 아껴 써야 하는 포지션이 됨. 근데 일단 진행은 해야 하잖아? 그러니 진행 과정에서는 씽크빅한 창의력으로 지금 눈 앞에 있는 "그냥 들이 댄다면 높은 확률로 다 죽을 인카운터"를 어떻게 커버하고 넘어갈 것인가?같은 게 OSR 쪽 플레이에서는 중요한 핵심 요소가 됨. PC들이 살아남아 강해지면 그런 고민이 줄어들고 만만한 건 그냥 정공법으로 뚫고 지나가게 되고 뭐 그러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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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얘들 케이스 생각하면 되는 거 맞음. 초반 전투는 일반적으로 불합리하며, 함정도 X같고 그럼. 그렇게 뺑이치다가 죽으면 역마차에서 새로 캐릭터 하나 가져와서 다시 파티 머릿수 채우는 거고. 그런데 닼던 같은 경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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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런 식으로 앞으로 주변을 진행하면 나올 일을 확률적으로 알 수 있음. 이렇게 밝혀진 지도를 보고 맵의 목표를 찾아가거나, 혹은 반대로 자원 소모가 심한 상황에서 귀찮은 필드 인카운터를 피해 갈 경로를 찾는다거나 할 수 있겠지? OSR의 경우, 이런 부분을 장대로 건드려 보기 / 고용인 보내 보기 / 바닥에 물 붓기 등 다양한 방법을 사용해 미리 체크해 보는 방식으로 확인하며, 이에 대해 어떻게 하면 뭐가 나온다 같은 룰은 대개 구체적으로 룰북에 없기 때문에, 플레이어들이 이 상황에서 창의적으로 이렇게 조사해 보겠다~고 제안한 것을 마스터가 받아들여주냐 아니냐(현 상황에 맞는 수단이라고 인정하고 적당한 정보를 주냐 아니냐의 여부도 당연히 포함됨)로 적용 여부가 결정됨.


너희가 찾고 있을 "합의"의 과정은 대개 이런 식으로 진행된다고 보면 되겠지? 그렇기 때문에 플레이어들의 씽크빅한 제안을 그대로 들어주기 싫은 마스터가 제안을 거부할 때는 "좀 전에 제시한 정보에 근거하면 이래서 그런 건 곤란하다" 내지는 다른 합리적으로 보일만한 답변을 해서 넘기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함. 물론 그냥 안 된다고 하고 -끝-해도 되지만(그래도 된다는 입장도 있긴 함), 그걸 니네 플레이어들이 "그렇군요" 하고 넘어가 줄 지는 알 수 없잖아?


"공정한" 정보의 제공

이렇기 때문에 OSR에서는 플레이어들 입장에서는 현재 상황 / 또는 앞으로 벌어질 상황을 파악하거나, 이미 벌어진 상황을 타개하는데 필요한 정보를 어떻게 찾아낼 것인가?가 중요하고, 마스터도 그에 맞춰서 일단 "현 상황에서 직관적으로 / 혹은 플레이어들이 선언한 PC의 행동을 통해서 얻을 수 있는" 정보는 "최대한, 정직하게, 직접적으로" 말해 줄수록 좋음. 예를 들어서 무장한 고블린들이 나타났다고 하면, 그 상황에서 바로 눈과 귀, 코 등으로 직관적으로 알 수 있는 정보, 즉 얘들이 무슨 무기를 들었고 무슨 갑옷을 걸쳤으며 깃발 같은 상징이 있다면 어떻게 생겨먹었나를 플레이어들이 써먹을 수 있을 정도로 구체적으로 묘사해 주는 것이 맞다는 것임. 직관적으로 얻을 수 있는 정보인데도 의도적으로 잘못된 내용을 제공하거나 중요한 내용을 빼고 제공해서 플레이어들의 오판을 유도하고 그로 인해서 손해를 입게 만드는 것은 불평이 터지기에 딱 좋은 원인임. 닼던에서도 정찰된 정보가 뻥이라든가 그러지는 않음.


물론 "이 고블린들의 깃발은 사실 이놈들이 검은칼 부족이라는 상징이다" 같은 건 검은칼 부족이 뭔지도 모를(전에 플레이에 등장하지 않았다면) PC들이 알 도리가 없으니까, 그렇게까지 깊은 정보까지는 굳이 줄 필요가 없다는 것이기도 함. 여담으로 툼 오브 호러의 악질적인 요소 중 하나는 이런 부분에 대해서도 대놓고 "거짓말은 하지 않았다"식의 묘사를 하면서 플레이어들이 "멍청한 행동"을 하게 유도하는 포인트가 있다는 것.


이딴 게... 전투...? 아... 전투가... 아닌가....?

물론 "전투 인카운터"도 어느 정도는 이런 논리가 성립되는 게임임. 사실, 몬스터가 등장하는 인카운터라도, 이게 "진짜 전투 인카운터가 맞는가?"는 사실 PC들이 어떻게 행동하냐 + 마스터가 어떻게 대응해 주냐에 따라 충분히 달라질 수 있음. 예를 들어서 파티가 지나가던 던전 통로의 구석 틈에서 트롤이 기어나왔는데 이놈을 공격했더니... 때리는 게 너무 아프다? 근데 또 우리가 때리는 거는 딜이 잘 안 박히고 재생되는 것 같다? 못 이기겠다? 그러면 눈을 집중 공격해서 재생될 때까지 일시적으로 멀게 한 다음 멀리 쇳조각 같은 거 던지고 다들 조용히 하는 식으로 일시적으로 눈먼 트롤을 그쪽으로 유인하고는 죽어라 도망가는 식으로 끝내도 됨. 혹은 트롤이 나왔는데 고블린 시체를 내미니까 마스터가 "트롤이 갸웃거리더니 시체 냄새를 맡아보고는 시체를 받아들고 도로 구석 틈으로 들어가더라..."라고 대응해 줄 수도 있음. 이런 식의 해결법도 물론 위의 정보 조사와 마찬가지로 창의적으로 이렇게 해 보겠다~라고 제안하는 것을 마스터가 받아들여주냐 아니냐로 적용 여부가 결정되는 거임. 근데 그런 게 잘 안 되었다? 그럼 전투 시작이지 뭐.


아무튼 인카운터에 대한 대응이 이렇게 유동적?이기 때문에 순수한 전투 인카운터로는 절대로 못 뚫을 레벨로 구성된 "사람 잡아먹는 거대 개구리가 수십여마리 우글거리는 방"이나 "고블린들 수십 마리가 모여 있는 방", 혹은 "만티코어가 있는 방" 같은 게 있는 던전을 만들어 놓고는 저렙 PC들에게 돌아다니게 하고, 그걸 플레이하는 놈들은 그걸 아무렇지도 않아 하는 거임.


3줄 요약

OSR이라고 항상 비-합리적인 요소로만 가득한 그런 룰은 아님

초반 PC가 잘 죽는 것은 맞고, 그걸 회피하려고 노오력해야 함

그런 노오력의 과정에서 창의력과 플레이 내적 합의가 동원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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