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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별로 알고 싶지 않은 군대

니컬(183.100) 2018.01.24 20:45:59
조회 1714 추천 17 댓글 29
														

오늘의 소개글은 모르는 군대(Unknown Armies) 3판. 이 세상에는 모르는 것이 약이 될 때가 있다는 것을 알려 줌.

사실 너희도 별로 알고 싶지 않아할 것이라 믿고 있음.


들어가기 전에 조금 이야기를 하자면.... 사실 이걸로 약파는 이들이 언급하는 아빠딸이니 어댑터니 아키타입이니

그런 건 중요하지 않다. 그딴 것들이 그리 중요했으면 아더 데니즌스가 아더 데니즌스가 되기 전에는 갓겜이었겠지.

중요한 것은 이것을 돌릴 수 있느냐 없느냐와 그 다음에 이것과 이것을 포장한 설정들이 그래서 얼마나 플레이어들

입장에서 즐길만한가...가 될 것임. 그런 면에서는 일단 합격점을 줄 건데... 국내의 정서 기준에는 미달일 거 같음.

다만 내 기준은 좀 많이 편협할 수 있으니 너희가 보고서 평가해 주면 좋겠다.


세계관

사실 믿기 힘든 이야기지만.... 이 작품은 퓨어한 오컬트물임. 진짜야. 원래 오컬트란 것은 영적으로 더 높은 경지에

도달해 자신을 보다 더 위대하게 하고 궁극에 다다르는 것임. 다만 우리 찐따들은 대개 그런 고-귀한 목표보다는

단지 좀 더 눈에 들어올 만한(그러면서도 충분히 비현실적인) 목표에 집착할 뿐이지. 이게 아마 다 포스트모더니즘

때문이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오컬트의 본질이 달라지지는 않아. 그러니까 중국의 높으신 분들이 도를 닦는답시고

수은을 쳐묵쳐묵하고 그러던 거나 모르는 군대의 찐따들이 찐따다운 짓을 하는 거나 구조와 의미면에서는 사실은

별 차이가 없는 거라고. 그러기에 당연히 속세의 인연을 갈아넣고 뭐 남들이 보기에는 개미1친 짓을 하고 그런다.

왜냐면 비현실적이며 불가능에 가까운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는 나도 비현실적인 수단을 쓰지 않으면 안 되잖아?

패왕상후권을 배운 상대에게는 중화기를 쓸 수 밖에 없는 것처럼 말이지.


그리고 우리 찐따들이 마치 불교에서 도 닦는 것 마냥(불교 신자가 있다면 늦었지만 사죄하겠음) 집착이라는 이름의

수행을 거듭하며 올라가면 이게 결국 피라미드형 구조라서 맨 위에는 누군가가 있게 마련이고, 그러면 어느 고승이

부처를 만나면 부처를 죽이라고 했듯이 그놈을 죽여야 그 자리를 차지할 수 있음. 애시당초 저기서도 부처를 죽이란

근본 목표는 해탈이었잖아? 아바타니 어뎁트니 하는 것은 그래서 내가 집착을 통해 형성되는 피라미드형 구조에서

중간쯤에 있나 위쪽에 있나 내지는 얼마나 덜 사람스러워 졌는가를 표시하는 것에 지나지 않아. 좀 더 폼나게 체계를

세분화해도 됐을 텐데 그게 아쉽지만. 하여간 그런 것임. 문제는 이 본질을 아주 궤멸적으로 표현하고 있기 때문에

(사실 설명 안 하는 것과 별 차이가 없는 거 같았음) 그 본질을 볼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 지 알 수 없다는 것임.


판정법

D100을 써서 % 단위로 판정함. 어디서 많이 봤지? 특이하게도 주사위의 눈이 똑같으면 좀 더 특별한 효과가 발생함.

또한 플립-플롭이라고 10의 자리와 1의 자리를 바꾸는 야바위도 제공해 주고 주사위 굴려서 킵하는 것도 지원해 줌.


정체성

별로 알고 싶지 않게 만드는 요소. 직업과는 다르고, CoC의 스킬과 비슷한 개념. 문제는 이게 마법도 쓰고 그러는 데

사용되는 등 만능열쇠가 따로 없다는 것임. 사실 비슷한 개념은 아마도 Risus에서 쓰는 '클리셰' 아닐까 싶음. 다만

이게 어디에 어떻게 연관되며 어떻게 쓸 수 있는가가 좀 더 구체적으로 제시... 아니다. 제한 된다고 하는 게 맞겠군.


<괴상한 예시>

"네로"라는 이탈리아계 여성 캐릭터를 만들고 여기에 "황제"라는 정체성을 40%, "예술가"라는 정체성을 10%주자.

그리고 네로에게 예술 활동을 하게 함. 원래대로는 네로는 90% 확률로 이게 예술이냐는 소리가 나올 실패작을 만듬.

하지만 "황제"로서의 권력으로 자기 작품이 예술작이라고 우기면 40%의 확률로 예술작이라는 소리를 들을 수 있음.

그러고도 40% 밖에 안 된다는 것과 올바른 예제가 아닌 것 같은 게 뭔가 이상하지만 아무튼 그런 식이라고 보면 됨.


어빌리티

쉽게 말해 내 정체성들과 별 관계 없는 걸 할 때 쓰는 요소들. 업비트 계열과 다운비트 계열로 나뉘며, 업비트 계열은

스트레스 표의 급수들이 얼마나 체크가 덜 되어 있는가에 따라 증가하고, 반대로 다운비트는 스트레스 표의 급수들이

체크가 많이 되어 있을수록 증가함. 쉽게 말해 둘은 반비례하고, 일단 최소값 보정은 있는데 대체가 가능한 정체성이

있으면 그거 쓰는 게 나을 거임.


열정 / 집착

분노, 공포, 고귀함의 세 열정과 집착 하나를 가진다고 함. 열정과 관계된 판정을 할 때 주사위 결과를 주작한다거나

뭐 그런 옵션이 주어지고, 집착은 자신의 정체성과 이어져서 열정처럼 주사위 결과 주작 등의 옵션을 줄 뿐 아니라

초자연적인 힘과도 이어짐. 쉽게 말해서 마법이다 마법.


인간 관계

말 그대로 인간 관계. 근데 어차피 도 닦는 사람이 속세와 멀어지듯이....


정신적 스트레스

기본적으로 랭크로 수준을 구분하며, 스트레스를 주는 방식에 따라 폭력 / 초자연 / 무력감 / 고립감 / 자아로 나뉨.

미국방위대의 폭력 / 초자연 / 무력감 3종 분류보다 좀 더 진보된 건지 쓸데없이 많아진 건지는 각자 생각해 보자.

문제는 이게 CoC 등에 나오는 Sanity 수치 개념이 아니라 특유의 급수(Notches) 개념으로 체크를 하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버텨낼 때 체크하는 급수 표와 버티지 못하고 실패했을 때 체크하는 급수 표가 각 계열별로 따로 있어.


일단 내가 정신적 충격을 받으면 그 충격이 어느 계열에 속하는 가를 봐야 함.

1-a. 그 계열 표에 이번에 받은 충격의 랭크와 같은 급수가 이미 체크되어 있다면 무감각해진 상태라 자동 패스.

1-b. 그 계열 표에 이번에 받은 충격의 랭크와 같은 급수가 체크되어 있지 않다면 정체성 중 하나를 기준으로 판정.

1-b-가. 판정에 성공하면 표에 체크되어 있지 않은 급수 중 가장 낮은 급수를 체크함. "괜찮아, 튕겨냈다."

1-b-나. 판정에 실패하면 저 표 대신 실패 급수 표에 체크해야 하고 미쳐 날뛰거나, 마비되거나, 공포에 질림.


물론 실패 급수 표가 다 차면 살짝 미쳐버리는데 그나마 CoC처럼 캐릭터가 마스터의 소유물로 전락하지는 않고

영구적으로 정신병에 걸리는 수준으로 처리가 됨. 대신 일정 수 이상의 급수를 견뎌내면(판정에 성공하거나 해서

체크를 했다면) 꿈도 희망도 없는 고갈 상태가 될 수 있음.


전투

D100면체 전투가 대개 다 그렇다는 법칙에서는 별로 벗어나지 않았음.


마법

마법은... 좀 괴악하다. "하하 선생들은 사실 다 얼간이야! 비유클리드 기하학 만세!"를 외치는 크툴루 신화와 달리

모르는 군대의 마법은 마게스러운 면이 보임. 우리 플레이어들은 뭔가에 대한 강한 집착을 근원으로 현실을 비트는

변태새끼들이라는 소리이며, 심지어 "패러독스가 없으면 마법이 아니다"는 끔찍하기 그지없는 소리까지 적어놓음.

우웩... 속이 좋아졌으니 마저 이야기하자. 우리 변태들은 뭔가에 대한 강렬한 집착과 그것을 어필하는 행동을 통해

자원을 생성하며, 이것으로 마법을 씀. 그리고 그 집착과 행동의 과정 안에는 일종의 패러독스가 존재함. 예를 들어

읽지 않는 책, 쏘지 않는 총 뭐 그런 식으로 말이지.  


아니 그래서 어디가 무서운 거야?

이 게임은 호러라고 하는데... 어디가 호러냐고? 답은 간단함. 우리 찐따들의 목표는 대개 비현실적이며 그런 것들을

현실로 만드는 과정은 절대로 정상적일 리 없음. 그러니까 그 과정에서 뒤틀리며 망가지고 부서지고 때로는 죽어나감.

말하자면 얘들은 외부에서 보면 개병1신같을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 카이지의 인간 경마같은 개막장스러운 행동을

하는 것과 같거든. 조금이라도 숭고해 보이고 싶다면 안데르센의 어머니 이야기에 나오는 어머니가 했던 온갖 희생을

예로 들도록 하자. 그리고 그걸 네가 너의 선택으로(혹은 원하지 않게) 겪는다고 생각해 봐.


여담

이 룰의 최대의 비극은 역시 이걸로 뭘 해야 할지 알 정도의 빌런들이 TRPG에 손을 댔다면 아마 딴 룰 하나씩 꿰차고

마스터 노릇을 하고 있을 게 분명해 보인다는 것임.


3줄 요약

좀 많이 포스트모더니즘 물을 먹여서 포장해 놓은 퓨어한 오컬트물.

퓨어한 오컬트나 포스트모더니즘 물이나 둘 다 원래 사람에게 해로움.

아더 데니즌스를 좋아한 사람에게는 대체제가 될 여지가 있어 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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