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시인사이드 갤러리

마이너 갤러리 이슈박스, 최근방문 갤러리

갤러리 본문 영역

[일반] AWE - 적당히 물어보기

니컬(125.178) 2018.01.25 12:22:24
조회 749 추천 16 댓글 6
														

AWE 마스터가 할 일 중 하나는 이야기를 전개할 때 "중요하다 싶은" 부분을 쥐고 놓지 않는 것임. 마스터와 플레이어가

다 같이 참여한다고 해도 결국 이야기의 흐름에 대한 권한 부분에서는 마스터는 몸을 낮춘 '갑'이지 플레이어와 완전하게

동등하지 않거든. 동등한 룰은 그냥 마스터는 룰북을 가진 룰북 주인일 뿐 그 외에는 별 의미가 없다고 대놓고 말할 거야.

적어도 나는 그렇게 생각함.


부담을 떠넘기면 쉽나?

어 쉬움. 틀린 말은 아님. 그러나 완전히 맞는 말도 아니야. 예전에 다른 글에서 어필했던 내 생각을 정리해보면 이렇게 됨.


[이래저래 결과를 혼자 처리하기 애매하거나, 굳이 자신이 확정할 필요가 없다 싶으면 선택권을 플레이어에게 주는 거임.

이러면 그 결과로 뭔가가 꼬여도 "너님들이 고른 거잖아요?"라고 할 수 있음. 물론 지나치게 꼬일 거 같은 발언이 나온다면

위에서 말했듯이 다시 물어보면 됨. 다만 반대로 이건 "중요하다" 싶은 부분은 자기가 일단 묘사해서 선택권을 주지 않고

처리하는 거고. 쉽게 말해서 완급을 조절해야 한다는 거임.]


그러니까 이걸 좀 더 쉽게 설명하면 세부 묘사 등 별로 신경쓰지 않아도 문제가 없는 부분은 플레이어들에게 물어도 되고,

중요하다 싶은 부분, 예를 들어서 국면의 중심인 특정 위험 요소의 본질 / 의도 등과 같은 경우 마스터가 생각해 두었다가

필요할 때 꺼내라는 것임. 국면은 네가 짜 왔거나 짤 거잖아? 근데 이게 세션이 끝날 때쯤에는 대체 어디로 흘러갔을 지는

아무도 모르는 거지. 솔직하게 물어보자, 트럼프가 WWE에 출연하던 시절에 장래 미국 대통령이 될 거라고 생각한 사람?


중요한 것

빈센트 베이커는 플롯을 미리 짜지 말라고 함. 허나 근데 어떤 상황에서 뭐가 나와야 그 이전의 전개와 제대로 이어질 지는

일반적으로는 '인과 관계'가 있어보이는 선에서 나와 주는 게 좋음. 그러니까 그런 것들을 어느 정도 마스터의 의도 내에서

유지하기 위해서는 중요한 부분에 대해서 필요하다면 "~는 ~입니다"식으로 자신이 결정권을 행사해야 함. 


국면의 뼈대

적어도 중심 위험 요소가 시간이 지나면 무엇을 할 것인가 / 어떻게 할 것인가 / 무슨 목적인가 정도는 미리 생각해 둬야 함.

그러니까 대본 없이 즉흥적으로 진행되는 연극이라도 무대 장치나 의상같은 것은 미리 정해서 준비하고 시작할 거 아니야?

물론 저런 걸 물어보면 아예 안 된다는 건 아닌데, 적어도 저런 걸 플레이어들에게 물어보는 시점은 그 답변을 갖고 국면을

완성하기 전이어야 한다고 생각함. 간단한 예를 들어보자.


<간단한 예시>

"고길동"씨는 일요일 오전에 볼일을 보러 집을 나왔고, 집에는 식객인 "둘리"가 있음. 근데 둘리가 오후가 되서 배고파지면

먹을 것을 찾다가 고길동 씨가 사놓은 수입산 고저스 세레브 푸딩 세트를 찾아서 전부 먹어버릴 거임. 따라서 고길동 씨는

오전에 볼일을 다 보고 둘리가 냉장고를 뒤져보기 전에 돌아가서 둘리에게 라면을 끓여줘야 푸딩을 무사히 먹을 수 있음.

그러니까 고길동 씨는 오전에 볼일을 다 끝내고 돌아오기 위해서 열심히 뛰어다녀야 함. 이게 하나의 작은 국면이 되겠음.


그러면 이 국면의 중심 위험 요소는 둘리고, 고길동 씨가 너무 늦게 돌아오면 둘리가 수입 푸딩 세트를 다 먹는 게 정해졌음.

나머지 부분은 굳이 미리 정하지 않고 빈 칸으로 남겨둬도 됨. 다만 저번 세션에 정해진 게 있다면 그것도 대개 유지해야 함.

그러니까 고길동 씨가 어디서 누구와 뭘 하느냐는 플레이어들의 상상에 따라도 되고, 그게 제때 끝냐느냐 아니냐에 대해

적당한 판정을 하고, 판정 결과를 보고 어떻게 해석할 지 간을 보면 된다는 거지. 예를 들어 전설의 소드 마스터 고길동이

도전해오는 외계인 검객에게 한 수 가르쳐 주려고 집을 나왔을 수도 있고 혹은 그냥 등산 가려고 나왔을 수도 있다 이거야.

어쨌거나 그걸 진행하는 과정에서 판정을 좀 하고 성공 / 실패에 따라서 결과를 설명하고 그러다 어느 정도 정해 둔 상황이

다 끝나면 집으로 보내 푸딩의 운명을 보는 거지. 하지만 "너무 늦으면 배고픈 둘리가 푸딩을 먹는다"는 정보를 주는 것은

바뀌면 안 됨. 안 그러면 고길동이 오전에 타임 어택하듯 볼일 보는 게 주요 구성인 이 국면이 존재할 수 없어지기 때문임.


물론 고길동 씨가 볼일을 보는 도중에 먼저 집을 비웠던 박정자 씨가 일찍 집에 와서 둘리에게 밥을 차려줄 거라는 문자를

보낼 수도 있지만, 그런 것 역시 마스터의 재량으로 통제를 하고 있어야 함. 저런 거 한 방에 그대로 국면이 비정상적으로

해소되는 거잖아? Deus Ex Machina의 본질은 '신'을 등장시키는 무대 장치고, 그건 무대 앞이 아니라 뒤에서 누군가가

컨트롤하는 거라고. 그러니 그런 거 꺼낼 기회는 네가 그런 걸 허용할 준비가 되기 전에는 플레이어에게 주면 안 됨.


이미 확정된 사실

플레이 도중에 확정된 사실은 어느 정도 그렇다고 유지되어야 함. 쓸데 없이 질문했다가 그거하고 상반되는 답을 듣게 되면

둘 중 하나를 부정하던가 해야할 테니 아예 플레이어들에게 물어보지 말고, 그 내용이 필요하다 싶을 때는 다시 설명한 후에

디테일 등 이미 확정된 사실을 훼손하지 않을 내용의 질문만 던져라. 여동생을 찾는다는 의뢰의 의뢰인에 대해 질문을 하니

어느 플레이어가 "라그나에게는 납치당했던 동생이 있는데 사실 별로 신경 안 써요"하면서 이미 확정된 설정을 부정하는 걸

보고 싶지는 않을 거 아니야? 물론 말빨이 된다면 "네, 그러면 대체 라그나는 왜 여동생을 찾아달라는 의뢰를 한 거죠?"라고

질문을 추가타로 던지며 "사실 라그나는 여동생을 찾는다는 의뢰로 플레이어들을 어디 멀리 보내버리고 그 사이 들어올 게

확실한 훨씬 비싼 의뢰들을 독점해 돈을 벌려는 다른 모험가 일당의 동료"라는 식의 사실을 넣어 주는 식으로 게임 내에서

확정된 사실과 거기에 관계된 국면을 재구성하거나 그럴 수 있을 거임. 이게 불편하다 싶으면 아예 그런 질문을 하지 마.


물어봐야 하는 것

그럼 이번에는 반대로 보자. '물어 봐야 하는 것'은 두 가지 의미를 가짐. 하나는 진짜 확정을 안 해서 정보를 모으거나 직접

채택하려고 묻는 거고, 다른 하나는 나온 내용이 마음에 안 들어서 가지를 치겠다는 의미임. 여기서는 후자 위주로 설명.

전자는 다들 할 줄 알 거 아니야? 오히려 너무 열심히 해서 문제겠지.


구체화 시키기

후자의 포인트는 일단 마스터가 어떤 부분에 대한 설명이 필요한지 / 어떤 부분이 마음에 안 드는 지 말해야 한다는 것임.

예를 들어서 "그러니까 무기의 달인인 마법사면 구체적으로 어떤 무기를 잘 다루는 거죠? 단검? 지팡이?"라고 구체화를

시도하거나 "아니 그러면 그렇게 쩌는 분이 50골드가 없어서 여기 용병들하고 같이 있나요?"라고 마음에 안 드는 부분을

대놓고 찔러서 누군가의 가슴에 상처를 주거나..... 다만 질문을 받은 플레이어가 부들부들 떨거나 말을 못 꺼내는 모습을

구경하려고 그런 질문을 하는 게 아니니(정말로 아님) 거기에 대한 답변을 상대가 잘 못 내겠다면 근사한 설명거리를 같이

생각해 봐주는 것도 괜찮음. 너도 대답 준비 안 한 것들은 슬쩍 플레이어들에게 물어봤을 거 아니야?

 

문제점 찌르기

이 경우는 네가 그에 대한 질문을 피했는데도 눈치 없는 플레이어가 이미 제시된 내용과 상반되는 내용이 담긴 답을 해서

과거에 정해진 설정과 현재의 답변 내용이 충돌할 때 물어보는 거임. 예를 들어서 "근데 저번에는 ~랬잖아요. 그렇다면

양치기 소년은 그때 거짓말을 했던 건가요?"라고 대놓고 문제를 지적할 수도 있음. 대신 그 내용이 딱히 남이 선언한 것과

충돌하지 않는다면(당연히 너 말고 다른 플레이어) 윽박지르지 말고 둘 중 어느 쪽이 사실 맞는 건지 선택권을 주는 쪽으로

흘러가는 게 좋음. 그러니까 저 경우 둘 중 하나는 거짓말인데 거짓말을 해야 할 사유가 있었다거나 그 사이에 사정이 생겨

상황이 바뀌었다는 소식을 들었다거나 그런 식의 근거를 대서 하나만 남기는데, 그걸 저 플레이어가 고르게 해 주는 거지.


3줄 요약

질문을 많이 하면 편해지는데 그래도 중요한 건 자기가 정해야 함.

중요한 부분은 대개 이미 나온 사실 / 국면의 뼈대 같은 부분 정도임.

질문을 해야할 부분에 대해 질문할 때도 플레이어를 배려해 줘야 함.

추천 비추천

16

고정닉 1

1

댓글 영역

전체 댓글 0
등록순정렬 기준선택
본문 보기

하단 갤러리 리스트 영역

왼쪽 컨텐츠 영역

갤러리 리스트 영역

갤러리 리스트
번호 말머리 제목 글쓴이 작성일 조회 추천
2868 설문 힘들게 성공한 만큼 절대 논란 안 만들 것 같은 스타는? 운영자 24/06/10 - -
2865 AD 호요버스 신작 <젠레스 존 제로> 7월 4일 오픈! 운영자 24/06/05 - -
72698 일반 미국방위대 근황 [4] 니컬(125.178) 18.02.02 203 2
72688 일반 '공짜로 밥 얻어 먹기'의 어려움을 알아보자 [22] 니컬(125.178) 18.02.02 2119 21
72475 일반 CoC - 사랑의 외로운 아이들 [2] 니컬(125.178) 18.01.30 375 5
72448 일반 CoC - 어둠에 홀로 맞서다(Alone Against The Dark) [3] 니컬(125.178) 18.01.30 287 2
72342 일반 CoC - 미스캐토닉 저장소의 새 데이터 [6] 니컬(219.241) 18.01.27 263 2
72340 일반 델타 그린 - 검은 계곡(Kali Ghati) [1] 니컬(219.241) 18.01.27 306 3
72332 일반 델타 그린 - 작전의 밤(A Night At the Opera) [9] 니컬(219.241) 18.01.27 1080 11
72285 일반 CoC - 케이죠 크툴루 2편 [2] 니컬(183.100) 18.01.26 928 10
72269 일반 CoC - 본격 다이쇼 로망 케이죠 크툴루 1편 [7] 니컬(183.100) 18.01.26 481 8
72220 일반 이건 또 뭐지? [11] 니컬(183.100) 18.01.25 334 2
일반 AWE - 적당히 물어보기 [6] 니컬(125.178) 18.01.25 749 16
72175 일반 GUMSHOE - 새로운 피해 판정법 [1] 니컬(125.178) 18.01.25 408 3
72170 일반 진정한 영웅의 재림 [4] 니컬(183.100) 18.01.24 235 2
72165 일반 별로 알고 싶지 않은 군대 [29] 니컬(183.100) 18.01.24 1714 17
72147 일반 동종업체를 박해하는 모디피우스 [5] 니컬(125.178) 18.01.24 276 2
72128 일반 다시 보는 검슈의 기본 메커니즘 [2] 니컬(183.100) 18.01.23 1080 10
72119 일반 크툴루 컨피덴셜 요약 [7] 니컬(183.100) 18.01.23 3092 1
72106 일반 델타 그린 - 끈적거리는 것(Viscid) [4] 니컬(183.100) 18.01.23 376 3
72061 일반 인종차별주의자의 생일을 기념하는 모디피우스 [4] 니컬(125.178) 18.01.23 465 1
72016 일반 나도... 나도 좀비할꺼야! [6] 니컬(219.241) 18.01.22 901 10

게시물은 1만 개 단위로 검색됩니다.

갤러리 내부 검색
글쓴이게시물 정렬 옵션

오른쪽 컨텐츠 영역

실시간 베스트

1/8

뉴스

디시미디어

디시이슈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