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엔부르크 육상전함, 정식 명칭으로는 마리엔부르크 급 육상전함이라는 이 물건의 탄생은 마리엔부르크의 독립에서 시작되었다.

제국의 불안정한 정치 상황에 질린 상인-군주들은 막대한 비용을 지출하면서까지 독립에 성공하였는데 심각한 문제에 봉착하게 된다.

바로 제국의 막대한 군사력을 더 이상 공유할 수 없게 되었다는 것이었다.

이에 마리엔부르크 지도층은 현찰 박치기로 용병들과 심하면 해적, 샤락선까지 끌어모아 어느 정도의 군사력을 갖추게 되었다.

그러나 스팀탱크와 같은 강력한 전쟁 병기를 벌충할 방법은 없었고 막대한 비용을 들여 '대여'라는 한시적 활용밖에는 방법이 없었다.

제국은 절대로 스팀탱크를 팔지도 않았고, 그 비밀을 알고 있는 엔지니어들은 극소수일 뿐만 아니라 요주 인물로 분류되어

누설의 기미라도 보이면 오밤중에 위치헌터들의 방문을 받고 카오스 신자라는 사실이 탄로나곤 했기 때문이었다.

이에 마리엔부르크 인들은 한 가지 생각을 떠올린다.

"스팀 탱크를 가질 수 없다면 스팀 탱크보다 더 좋은 물건을 만들면 된다!"

마리엔부르크 인들은 돈을 싸들고 알트도르프 제국 엔지니어 대학, 드워프, 뉠른 엔지니어 대학을 방문하였다.

알트도르프 제국 엔지니어 대학은 정치적 알력에 휘말리는 것을 경계하여 요구를 거절했고.

드워프들은 황금을 받아 챙긴 후 움기들의 쓰잘데기 없는 다툼이라며 비웃음과 경멸로 값을 치뤘다.

오직 뉠른 대학만이 거절하기엔 너무나도 많은 돈에 눈이 멀어서 요구를 받아들이고 만다.

이후 뉠른의 엔지니어들은 심각한 문제를 마주치게 되는데 신식 스팀 탱크 제작이 어려워도 너무 어려웠던 것이다.

증기 보일러는 소형화는 커녕 시도때도 없이 폭발하기 직전까지 몰리기 일수였고, 대포를 발포할 때마다 보일러에서 튀어나오는 부품들은 엔지니어들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들었다. 거기에 방향전환이라도 하는 날에는 지그마께 폭발하지 않길 기도하는 수 밖에 없었다.

얼마나 막장이었던지 여기에 참가하던 엔지니어들은 프로젝트 명으로 관짝에 못박기라는 이름을 붙일 정도였다.

거기에 마리엔부르크의 클라이언트들은 시도때도 없이 힘겨운 요구들을 들고 방문했는데

저주받은 늪지도 주파할 수 있게 해달라느니, 엔지니어 없이 마리엔부르크의 병사들로만으로도 운용하게 해달라느니 하는 불가능에 가까운 요구들을 해온 것이다.

엔지니어들은 그들이 들고오는 돈에 차마 안 되겠다는 말을 하지 못하고 "예, 그럽지요. 당연히 가능합니다."를 반복할 수 밖에 없었다.

이런 대환장이 지속되던 와중 불타는 허수아비 히츠기아 군터만이라는 엔지니어가 묘안을 냈다.

"보일러의 소형화가 문제라고? 그러면 그냥 보일러와 차체 크기를 키우면 되는거야! 대포의 반동이 문제라고? 대포를 줄여! 대신 외장을 마리엔부르크 놈들이 자기들 부인한테 박는 것보다 배에 박는 것을 더 좋아한다니 놈들이 좋아 죽는 전함으로 꾸며주자고! 그 배박이 새끼들은 껌뻑 넘어가서 '사소한' 기술적 결함 따위 눈에도 안 들어올테지."

그렇게 세기의 경이, 마리엔부르크 급 육상전함이 탄생한다.

거의 사기나 다름없는 완성품에 엔지니어들은 등줄기가 흥건했으나 이를 본 마리엔부르크 촌놈들은 기립박수를 치며 육상전함을 환영했다.

거기서 엔지니어들이 예상하지 못했던 심각한 문제가 발생했는데 이 기술적 재앙과도 같은 물건을 무려 10대나 더 주문한 것이다.

엔지니어들은 욕을 지껄이면서 자기 관짝에 못을 박는 기분으로 작업을 이어나갔고 3대쯤 완성되었을 무렵 타무르칸의 제국 침공이 시작되었다.

다급해진 뉠른과 비센란트 군은 마리엔부르크 기술적 재앙의 손이라도 아쉬울 상황에 빠졌고 막대한 대금을 치르고 이 육상전함을 대여하여 타무르칸의 군세와 맞섰다고 전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