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한창 복싱도 하고 해서 주먹 하나는 셌어
펀치기계를 도움닫기 없이 제자리에서 쳤을 때 거의 매번 신기록을 갱신했고
화나서 후려친 벽이 패인 적도 있었지

복싱 대회 나가려고 2년을 연습했는데 땀 알레르기에 걸려서 포기했던 건 아직도 아쉬워 히히


그래서 싸움을 하고 싶지가 않았어
돈 물어줄까봐

그냥저냥 살다가 어떤 비쩍 마른 다른 반 애랑 시비가 붙었어
나는 진짜 싸우기 싫었는데 밖으로 나와라 뭐 어쩌라 하더라고
곱씹어봐도 내 잘못은 없었다고 생각해

걔가 자신 만만하게 헛소리를 하던 중에 종합격투기 하던 내 친구가

"쟤 복싱 전국체전 준비하던 애고 체급도 한참 차이나는데 뭘 어쩌게? 나보다 셀걸?ㅋㅋ" 하고 말하니까 그제서야 정신 차렸는지 도발을 안하더라고

그래서 둘이서 밖으로 나갔지
외진 곳인 학교 강당 뒤로 가니까 뜬금없이 사과하는 거야
내가 화를 내서 미안하네, 이성을 잃었네, 그런 일이 없었으면 좋겠네, 싸우기 싫네, 너가 나보다 훨씬 세네...

뭐라 여러말 하는데 그냥 알았다고 했지
나도 반성하는 사람한테 주먹질 하긴 싫었으니까

둘이서 교실로 돌아가던 길에 매점에서 음료수를 사준다길래 나는 귀찮아서 거절했지
평소처럼 교재를 펼쳐놓고 공부하는 척 하다가 자고 싶었거든

그리고 교실에서 책상에 엎드려서 자는데 친한 친구가 와서 그러는거야
"야ㅋㅋ 너 꼬리말고 쨌다는데?"
"?????"

무슨 헛소린가 하고 얘기를 들어보니까 걔가 반에 돌아가서
'비일반인이 개쫄았네. 주먹을 올리니까 움츠러들데. 내가 마음 약해져서 그 좆밥새끼한테 매점에서 음료수 한잔 사주고 왔다. 한주먹거리도 안되는 새끼가.'
하고 말했더라고.

그래서 팼어.
걔네 반에 들어가서 애들 앞에서 거짓말 한거 개쪽주고 멍 안보일 법한 부위만 오지게 팬 것 같아.
걔는 부모를 부르기 싫었나보고, 교사들은 좆도 신경 안써서 물어줄 일은 없었어.
뭐 이빨 부러뜨리거나 눈알 실명시킨 것도 아니니 잘 끝난 셈이지.

그 날은 거짓말은 때려야 낫는구나 하는 날이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