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신한은행 르샨다 그레이가 24일 용인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신한은행 2017~2018 여자프로농구 용인 삼성생명과 경기에서 슛을 시도하고 있다. 사진제공 | WKBL

[용인=스포츠서울 서장원기자] 치열한 3위 경쟁의 분수령이 될 경기가 대규모 정전으로 시작이 지연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여자프로농구 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최소한의 전력만으로 경기를 치르느라 난방까지 제대로 하지 못했다. 이날 용인 지역은 영하 18도까지 떨어진 한파 속에 선수, 코칭스태프, 관중 등 너 나 할 것 없이 추위와도 싸워야 했다.

24일 용인실내체육관에서 신한은행 2017~2018 여자프로농구 용인 삼성생명과 인천 신한은행의 5라운드 경기가 열렸다. 이날 경기는 삼성생명과 신한은행 모두 3강 플레이오프 진출을 위해 가장 중요한 경기였다. 신한은행이 삼성생명에 2경기 차로 앞선 3위에 올라 있는 가운데 이날 경기 결과에 따라 양 팀의 승차가 3경기 혹은 1경기가 될 수도 있었다. 시즌 상대전적에서도 2승2패로 팽팽하게 맞선 상황이었고 양 팀 모두 승리를 향한 마음은 간절할 수밖에 없었다. 중요한 경기인만큼 농구장에도 모처럼 많은 농구팬이 운집해 양 팀의 승리를 기원하는 열띤 응원전이 펼쳐졌다. 이날 경기전까지 이번시즌 상대전적 2승 2패로 팽팽히 맞섰다.

하지만 경기를 불과 30분 여 앞두고 뜻밖의 상황이 펼쳐졌다. 갑자기 경기장 전체가 정전이 됐다. 코트에서 경기를 준비하며 연습에 한창이던 선수들은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정전이 됐을 때 취채진과 인터뷰 중이던 삼성생명 임근배 감독은 “감독 생활하며 처음 겪는 일이다”라며 허탈한 웃음을 지었다. 신한은행 신기성 감독도 “이런 적은 처음”이라며 휴대전화 조명을 켜고 인터뷰를 진행하는 웃지 못할 상황이 연출됐다. 코트에 있는 선수들도 휴대전화 불빛에 의존해 연습을 계속 이어갔고, 경기장을 찾은 관중들은 후속 조치를 기다리며 자리를 지켰다. WKBL 관계자는 “한파로 인한 전력 과부하 때문이다. 여자프로농구 사상 경기장이 정전된 건 최초의 일”이라고 밝혔다. 

24일 용인 삼성생명과 인천 신한은행의 경기를 앞두고 용인실내체육관에 대규모 정전 사태가 발생했다. 경기 시작 5분여를 남기고 일부 전력이 복구됐고, 경기는 5분 늦은 오후 7시 5분에 시작됐다. 용인 | 서장원기자 superpower@sportsseoul.com

경기 시작 시간인 오후 7시가 임박했지만 정전 사태는 쉽게 복구되지 않았다. 더 늦어지면 경기 진행 여부를 장담할 수 없는 긴급 상황에서 경기 시간 5분여를 앞두고 코트에 불이 들어왔다. 선수들도 벤치에 들어가 출전 준비를 했고 경기는 오후 7시 5분에 시작됐다. 하지만 경기를 진행하는데 필요한 최소한의 전력만 복구됐을 뿐 다른 곳에 전력 공급이 되지 않아 선수들과 관중이 큰 불편함을 겪었다. 특히 난방이 전혀 되지 않아 벤치에 앉아 있는 선수들은 저마다 코트를 입고 손을 비벼가며 상대팀이 아닌 추위와 사투를 벌여야했다. 관중도 추위에 벌벌 떨며 경기를 지켜봤다. 응원열기를 달구는 치어리더 역시 참다못해 결국 옷을 겹쳐입어야 했다. 뿐만 아니라 장시간 TV중계도 하지 못했다. 경기를 마칠 때까지도 전력 복구는 완벽하게 이뤄지지 않았다. 이날 경기장을 찾은 관중은 다음달 7일 열리는 용인 삼성생명 홈경기 때 무료입장이 가능하도록 했다.

추위와 싸우는 등 이중고 속에 치른 이날 경기에서는 원정팀 신한은행이 삼성생명을 71-67(20-21 11-16 19-16 21-14)로 꺾고 7연승을 달렸다.

superpower@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