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근대의 왕국 개념에 대한 쉬운 설명.tx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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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2-01

[정보] 전근대의 왕국 개념에 대한 쉬운 설명.txt앱에서 작성

ㅇㅇ

2023.10.26 22:37:56

조회 270 추천 8 댓글 4

고대 세계에서 ... 한 개인과 그가 속한 사회 공동체 간의 대립과 갈등 역시 현대의 세상과는 상당히 다른 차원의 것이었다. 왜냐하면, 고대 사회 자체가 이미 훨씬 '개인화'된 사회였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개인이나 개별 부족들의 결합으로 이루어진 고대의 한 왕국에서, 임금은 왕국의 일치를 이룬 사람이자, 또한 일치를 보장해주는 존재였다. 반면, 왕국을 이루고 있던 백성들은 서로 다른 민족들에 속할 수 있었고 또 그들 각자의 문화 역시 큰 차이를 보일 수 있었다. 그러나 백성은 모두 다 자신이 속한 왕국의 임금과 어떤 식으로든지 연결되어 있었다. 어쩌면 우리가 생각하는 그런 '나라'나 '국가'가 존재했던 것이 아니라, 오히려 관련된 모든 사람을 하나로 묶는 유일한 한 임금이 존재하였을 뿐이라고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따라서 "짐이 곧 국가다"(L'état, c'est moi)라는 루이 14세의 유명한 문장은 단지 태양왕으로 불린 그의 오만함을 드러내는 것만이 아니라, 오히려 고대 세계의 통치 제도 하에 만연해 있던 임금과 왕국의 정체성에 대한 사람들의 사고방식을 잘 보여준다고 말할 수 있다.

이렇듯 누군가에게 소속되어 있다는 느낌은 대부분 한 명의 임금이나 군주 또는 조상과 갖게 되는 개인적인 결속 관계를 의미했다. 물론 가족이나 부족, 종족, 더 나아가 민족과 같은 한 집단에 속해 있다는 소속감도 여전히 존재했다. 그러나 이런 경우에서조차 그 집단의 서로 다른 구성원을 하나로 묶어주는 연결 고리는 제도적인 차원이 어니라, 훨씬 개인적인 차원에 머물러 있었다.

-Jean-Louis Ska, 《잉크 한 반울: 성경이 제시하는 전망들에 대한 고찰(UNA GOCCIA D'INCHIOSTO: Finestere sul Panorama Biblico》, 박문수 번역, 성서와함께, 2021, p.235

=========

저자는 구약학&고대근동학 쪽 연구자이지만, 전근대 국가 개념에 대해 내가 본 거 중에 제일 쉬운 설명임. 본문에선 '고대'라면서 왜 루이 14세까지 나왔냐 싶겠지만, 서양인들은 옛날은 포괄적으로 '고대'라 부름. 그래서 혁명 전 프랑스를 앙시앙레짐(Ancien régime, 고대 체제)라 부르는 거. 그리고 본문에선 공화국은 언급 안했는데, 책 초점은 고대 근동이니까 왕국들만 설명한 듯.

아무튼 요약하자면, 고대에 있었던 건 공적인 실재로서의 왕국이 아니라, 한 개인이 다른 모든 개인에게 끼치는 개별적인 결속관계'들'임. 아닌 게 아니라, 흔히 '왕국'으로 번역되는 희랍어 Basileia와 라틴어 Regnum은 직역하면 '왕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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