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인은 서울, 경기, 강원 지역의 예비군 동원훈련을 군생활 때 파견근무 하면서 모두 겪어보고

목포에서 동원훈련을 2번, 광주에서 1번 이렇게 총 3번 받고

가정 형편 때문에 대학을 늦게 가서 익산에서 학생 예비군 훈련을 1번 받아본 예비군 4년차다.

그리고 참고로 예비군 훈련부대는 무조건 개꿀빠는 거라는 생각이 많은데,

이게 부대마다 달라서 현역 업무가 개꿀인 부대도 있고 기본 훈련 일정 때보다 오히려 더 힘든 부대도 있다.

이해하기 쉽게 취사병을 예로 들자면,

학생 예비군 부대 : 1일차 때 예비군이 200명 정도 오고 부대 취사병이 8명 가량이라면 4명은 쉬고 4명은 국+밥이나 튀김 볶음 메뉴 중 하나씩을 200인분 담당 혹은 아예 예비군 식사 자체를 외부 외식 업체에서 지원받아서 꿀빨고 병사 취사만 하는데 동원휴가까지 나옴.

동원훈련 예비군 부대 : 2박 3일 600명 넘게 오는 것을 그 부대 사정으로 취사병이 3~4명밖에 없다면 취사병 1명당 최소 600인분 조리를 국+밥, 튀김, 볶음 메뉴 중에 하나를 맡아서 매끼니 3일 연속으로 담당 + 동원 훈련 이전 기간에는 취사 업무에 덧붙여 2박3일간의 갖가지 교보재 시설과 24인용 텐트 10개 가량 모두 설치 지원 업무 + 병사 파견 식사 준비 => 동원훈련이 가장 힘든 훈련이 됨

이런식으로 차이가 난다.

아무튼 예비군 훈련 부대의 현실은 부대마다 정말 심각할 정도로 하늘과 땅 차이다. 그리고 여기서 동원훈련이냐 학생 예비군 훈련이냐에 따라서 또 심하게 갈린다.

현역 포함 6년 넘게 여러가지 예비군 훈련을 본 나로써 느껴지는 바를 정리해보았다.

지역별로 비교해보자.

서울 경기 강원(동원훈련)

여기서 하는 동원 예비군 훈련은 대체로 무조건 숙소에서 자게 하고, 식사는 지방 예비군 동원 훈련과 비교하면 가장 좋은 편이다. 그래도 식사 문제로 맛없다는 민원이 무지하게 들어오지만, 그건 아랫 지방 예비군 훈련을 받아본 적이 없어서 비교를 못하기 때문에 지방 훈련 부대와 비교하면 부대 식사를 정말 잘한다는 걸 못느끼기 때문이다. 다른 곳과 비교했을 때 훈련은 평범하거나 조금 쉬운 편이다. 중간중간에 쉬는 시간도 정말 많고, 만약 휴대폰을 안쓰더라도 생활관 내에 장기나 바둑이 거의 항상 구비되어 있기 때문에 왠만하면 심심하지도 않다. 그래도 읽을 책 한두권 정도는 꼭 챙겨갈 것을 권장한다. 그렇지 않으면 대기 시간이 생각보다 매우 많아서 훈련기간 내내 지루해서 후회하게 된다.

기갑, 포병, 기보 동원훈련 모두 다 비슷비슷하다. 대체로 기갑은 훈련당 300명 조금 안되게 받고 포병이나 기보는 최소 400명에서 600명까지 받기도 했었다. 전차는 직접 탑승하고 산타고 가서 산자락에 포사격까지 하더라. 어쨌든 서울 경기 동원훈련이 역시 가장 낫고, 강원도 철원이라던가 그런 쪽 동원훈련은 오지라서 축사장이 바로 옆에 있다던가 부대 시설이 너무 오래되었다던가 식으로 위생상태가 매우 안좋은 경우가 있다. 특히 식당에 파리가 굉장히 많다거나 벌레가 많다 그런걸 느낀다.

목포(동원훈련)

여기에서 하는 동원 예비군 훈련은 최악 중에 최악이라고 보면 된다. 아마 박근혜 정부 당시 예비군 훈련 강화 도입 시범 교육 부대로 지정되있어서 (정확한 명칭은 틀릴 수 있다) 일단 가면 숙소에서 안자고 무슨 바깥 산속의 24인용 텐트에서 혹한기 훈련처럼 자게 한다. 여름에 자는데 숲 속이라 추워서 핫팩이 필요하고 얼어 디질 뻔함. 그리고 텐트 안 간이 침대에서 자리도 겨우 한사람 들어갈만큼 주는데 자고 일어나면 온 몸이 쑤시고 아프다. 목이나 어깨 관절 등등.

그리고 식사를 보면 아 북한군 식사가 이런 식이겠구나, 라는 걸 느낄 수 있다. 거의 매 식단마다 오징어무침 콩나물무침 감자두세개 넣은 탕 김치 이런 식으로 준다. 간은 하는지 안하는지 국은 맹물에 간장이나 소금도 안넣고 후추 조금 뿌리고 계란 한두개 풀어서 주는 느낌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고기 들어가는 메뉴나 군대리아 등은 일절 없으며 고춧가루만 뿌리고 내놓는 이상한 나물무침만 주는 느낌이다. 설령 메뉴 이름이 육개장이더라도 신기하게 고기 건더기가 없다 개 사료 정도보다 조금 나은 노예 사료 정도라고 보면 된다.

무엇보다 가장 힘든 것은 학생 예비군 훈련과 다르게 오면 짐내려놓고 입소식과 퇴소식을 하는데 이 때 완전군장을 하고 최소 30분 넘게 사열을 시켜 놓는다. 현역 때 혹한기 훈련을 하는 것을 여름 버젼으로 동원 훈련 예비군에서 다시끔 느낄 수 있다. ^오^

지역 방위라면서 이상한 경계근무도 2시간 넘게씩 시키고, 화생방 각개전투 정신교육을 현역처럼 받고 심지어 야간 교육까지 빡세게 시킨다. 당연히 불침번도 있다. 헬멧, 벨트, 총기는 2박 3일 내내 쉬는 시간에도 무조건 강제로 들고 다니게 시킨다. 총기사열대나 시설 철거를 예비군이 도와줄 때도 많다.

여기선 휴대폰 보이면 얄짤없다. 바로 강제퇴소 시키고 중간이라도 2박3일 다시 받게 하는 게 대부분이다.

광주(동원훈련)

이 곳 동원 예비군 훈련은 최소한 목포처럼 완전군장 사열 이딴건 안시키고 밖에서 텐트에 재우는 게 아니라 숙소에서 따뜻하고 안락하게 자게 시킨다. 그나마 평소 돌아다니는 군장도 널널하게 훨씬 가볍게 돌아다니게 허용한다. 그러나 밥은 목포와 비슷하게 이게 사람이 먹는 밥인가 싶었다. 여기서 근무하는 현역들이 걱정될 만큼의 식사를 준다. 노인 무료 급식 지원 단체도 이것보다 낫게 주겠다 하는 수준이였다. 훈련 강도는 그래도 조금 쉬운 편이다. 불침번도 아마 예비군 편의 봐줘서 현역이 해주던 걸로 기억한다.

익산(학생 예비군훈련)

학생 예비군과 동원훈련 예비군 모두를 겪어보면 지잡이라도 대학 가는 이유를 예비군 훈련 차별에서 느낄 수 있다.

우선 동원훈련과 다른게 뭐냐면 동원훈련은 가방에 2박 3일 옷 세면도구 여러가지를 챙겨야 하는데, 1일 훈련이므로 짐 자체를 들고 갈 필요가 없다. 가방이나 책을 들고 가는 건 정말 불필요한 짓이다. 동원훈련처럼 오면 숙소에 짐 내려놓고 중간중간에 지루한 대기시간을 견뎌야 할 필요가 전혀 없다. 숙소 자체가 없으므로 오자마자 짐은 컨테이너에 맡기고 등록하자마자 바로 간단한 훈련 들어간다. 훈련 기간도 하루밖에 안되서 마치 소풍나온 기분마냥 상쾌하게 운동을 하고 퇴근 개념으로 나갈 수 있다. 훈련 도중 먹는 식사는 딱 점심 한끼만 먹으면 되는데, 그것조차도 외부 외식업체에서 지원나와서 음료수와 도시락(!)을 준다. 퀄리티는 본도시락 1만원 넘는 정도의 퀄리티 정도다. 동원훈련은 휴대폰 쓰면 얄짤없이 바로 잡아가고 예비군들도 2박 3일을 다시 훈련 받기 싫어서 거의 잠잘때나 몰래몰래 쓰려고 하는데 여긴 그런 것도 없다. 정신교육 도중에 알람이 터져도 대학생 전과(예비군 벌금형) 만들어서 공무원 시험 지장 주면 안된다고 눈감아주려하는 식이다. 간단히 말하자면 어디 예비군 훈련을 가나 휴대폰을 들여오지만, 동원훈련은 그래도 조심해서 대놓고 쓰지는 않는데 학생 예비군 훈련은 점심시간이나 휴식시간에 거의 대놓고 쓰는 수준이다. 마지막으로 분위기가 심각하게 차이가 나는데, 동원훈련은 올 때부터 끝날 때까지 모두 다 서로 모르고 암울한 침묵이 영원할듯마냥 깔려지는데, 학생 예비군 훈련은 그래도 아는 사람끼리 와서 하루인데도 활기차고 뭔가 자신의 미래가 아직 있다 식의 분위기다. 그리고 참고로 전투화 같은 거 없어도 거기서 빌려준다.

결론

예비군 동원훈련과 학생 예비군 훈련은 분위기와 대우 모두 천지차이였다. 대졸이라도 백수인 애들 천지고 고졸이라도 취업하는 애들이 굉장히 많은데, 도대체 왜 학력에 따라 이렇게까지 훈련을 차별하는지 난 이해를 할 수 없었다. 예비군 학력 차별 논란이 괜히 나온 게 아니였다. 현재 4년차까지 대학생은 8시간 고졸 2박 3일인데, 그냥 다 8시간만 받게 하지 뭐하러 겉으로는 마이스터고 독일 모델, 블라인드 채용, 학력 차별 철폐 등등을 표방하면서 속으론 기본적인 것부터 여전히 차별 차등을 두는 정부의 이중성을 이해할 수 없었다. 역시 학력주의 타파를 외치면서 보여주기 쇼만 하는 더러운 재앙이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