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니가 이 글을 보게 될까 모르겠다

못 볼 거 같지만 그래도 보내고 싶어서 쓰는 편지.

처음 뉴스를 보고 나서부터 일주일 정도? 매일 잠을 설치네..

어쩌다 니 손에... 공을 잡고 글러브를 끼던 니 귀한 손에

그런 흉물스런 게 채워졌을까...

왜 너를 찍는 카메라와 둘러싼 기자들의 시선이 그렇게 변했을까...

왜 그랬을까... 개새끼 진짜 미쳤나... 설마 소문이 다 진짜일까... 나쁜 새끼...

그렇지만.... 그래도 ....

우리 태자... 무사해야 할텐데...

초등학교 때 할아버지 따라서 처음 시민구장에서 봤던 야구..

잊고 있다가 우연히 야구장에 놀러가게 되면서 점점 빠져들게 됬지.

영광의 시절,,,

처음 나의 최애 선수는 니가 아니었어..

화려한 홈런타자도 아니고, 파이어볼러도 아니고

개그 라이온즈의 쇼맨십 있는 선수도 아니라 눈에 안 들어왔나봐..

사실 야구장 가면 치맥에 정신 팔려서 5,6회까지 경기도 제대로 안봤어.

그래도 항상 이겼으니...

야구는 8,9회 보면 되지 뭐... 라고 생각하면서..

이기던 경기 계속 이기든지.. 지던 경기 뒤집든지... 그게 다라고 생각했으니까.

5,6회까지 던지는 선발투수는 있는 줄도 잘 몰랐어.. ㅎ

니가 눈에 들어오고 점점 더 좋아진 건

오히려 팀이 바닥으로 떨어지고 나서였어..

1점도 제대로 못 내는 타자들..

휘청거리는 다른 투수들 사이에서 너는 단연 든든한 존재였어.

한점도 안주려고... 어떻게든 길게 책임지려고 애쓰는 모습..

득점 지원 같은거 못 받아도,

퀼리티 스타트 하고도 패전 투수가 되도,

9회까지 던지고도 1점 주고 패전 투수가 되도 그저 묵묵히, 꾸준히...

그런 니 모습은 팬들에겐 마지막 자존심이었고.. 과거의 영광과 미래의 희망이었을거야,,

팬으로서는 사랑할 수 밖에 없던 No1.. 우리 에이스...

그깟 공놀이.. 지든 이기든

그게 뭐라고 그런 감정이입을 했을까?

팬들이 에이스니 자부심, 책임감이니 하면서 너에게 많은 기대를 하는 동안

너는 남들 모르게 망가져 간걸까?

언제부터 잘못된 거니?

뭐가 잘못 됬던 거야?

손을 모으고, 상체를 약간 숙인 채로 진지하게 포수 사인에 끄덕이던 너..

마운드 위에서 신중하고 시크하게 공 하나하나 던지던 니 모습...

이닝을 마치고 덕아웃으로 터벅터벅 걸어들어오던 모습...

이제는 다시 볼 수 없는 니 모습이 자꾸 생각난다...

눈물나게 그립고... 안타깝고... 가슴이 아픈 그 모습...

그런 니가 왜 그렇게 망가진 건지,,,

뭐가 힘들었는지.. 뭐가 니 안에서 잘못된 건지.

결국 남인.. . 니가 얼굴도 모르는 팬들은 알 수 없겠지...

알아도 뭘 어쩔 수도 없겠지..

차라리 18년 FA가 끝나고 은퇴했더라면 이런 엔딩은 아니었을까...

19년.. 8승을 거두고 나서 그냥 은퇴했더라면..

아니 차라리 19년에 8승도 하지 말고 적당히 2군을 전전하다가

이제 끝이구나 하고 은퇴했더라면 이런 일은 없었을까?

적당히 잘 하고...

적당히 편하게 살았더라면 어땠을까...

니 마지막은 이게 아니어야 하는데....

만원 관중이 니 이름을 열광하며 외치고 박수치고...

선수단이 너를 둘러싸고 헹가레치고.. 꽃다발을 품에 가득 안고...폭죽이 터지고...

넌 그런 은퇴를 했어야 하는 선수였는데...

윤성환이라는 이름으로 어디서든, 무얼 하든 존경받고 박수받는 존재였어야 하는데...

아니...사실은 그런 은퇴식 따위 뭐가 중요해.

그냥 조용히 평범하게 은퇴하고

술담배 막 하고 탄산도 먹고..뒹굴뒹굴거리며 라면도 먹고 빵도 먹고...

머리 벗겨지고 펑퍼짐하게 배나온 아저씨가 되도 되는데

자기 관리 따위... 개나 줘 버리지 그랬어..

그냥 좀 편하고 행복하게 살지..

자꾸 눈물이 나네,,

니가 뭐라고... 그깟 공놀이가 뭐라고...

어떤 말로 이 편지를 마무리지어야 하는지 잘 모르겠다.

뉴스에서 니 이름을 또 보게 되겠지...

기소, 재판... 판결...

아직까지도 다 아니고, 전부 오해이기를,

니가 무사하기를 바라는 맘은 그대로인데

앞으로 어떤 기사 속의 너를 보게 될 지 겁이 난다.

그리고 그 일들을 겪어야 하는 너는

지금 얼마나 두려울지... 얼마나 괴로울지...

시간이 지나가고

모든 게 다 지나가고 나서

니가 일상으로 돌아올 수 있기를

아직도 많이 남아 있는 삶을 꿋꿋히 무사히 살아내기를

우리가, 내가 아는 윤성환답게...

언젠가 니가 잘 살고 있다는 소식을 어디서라도 들을 수 있기를 빌고 또 빌어.

많이 사랑했고.. 많이 그리울거야.

지금도 니가 보고 싶고, 또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