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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단편) IF - 검은 불꽃

이장(124.51) 2024.04.01 00:43:53
조회 100 추천 0 댓글 6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절대로 저질러서는 안 되는 실수를 완벽히 만회할 수 있으니까. 나에겐 그것이 절실히 필요했다. 왜냐하면 반드시 지키기로 맹세했던 약속을 지키지 못했으니까. 기필코 지켜주겠다고 한 그 맹세를 저버렸으니까. 난 뭣 때문에 혼자 살아있는 거지? 차라리 둘이 함께 죽었다면. 아니면 내가 대신 혼자 죽었다면. 왜?


왜? 왜? 왜? 왜? 왜? 왜? 왜? 왜? 왜? 왜? 왜? 왜? 왜? 왜? 왜? 왜? 왜? 왜? 왜? 왜? 왜? 왜? 왜? 왜? 왜? 왜? 왜? 왜? 왜? 왜? 왜? 왜? 왜? 왜? 왜? 왜?


왜냐고.


---


마루가메 성의 용사들은 수해화가 일어나 용사로 변신을 끝내 전투를 준비하고 있었다.


“하~ 진짜, 버텍스도 나오는 타이밍을 배려 하나 해 주지 않는다니까!”


5명의 용사들 중 한 명인 도이 타마코가 그렇게 투덜거렸다. 한 편으로는 이런 타마코의 자신감을 모두가 조금 부러워하긴 했지만, 순식간에 눈앞에 나타난 전갈 자리 완성형 버텍스, 전갈형 스콜피온에게 위기감을 느꼈다. 완성형 버텍스 황도 12궁. 버텍스들을 이끌고 지휘하는 강력한 지도자들이었다.


“모두, 가자!”


팀의 리더인 용사 노기 와카바의 구령으로 전원이 전투에 들어간다. 스콜피온 버텍스는 움직임이 느려서 전투 시간이 걸릴 것 같았다. 하지만 그를 따르는 별가루 버텍스의 수가 상당해서 와카바를 포함한 용사들은 점점 지쳐간다.


“아 진짜! 쓰러뜨려도 쓰러뜨려도 끝이 안 나잖아!”


타마코가 다른 팀원들의 마음을 대변하듯 불평하며 짜증 섞인 소리를 낸다. 이대로 있다가는 점차 체력이 바닥나서, 아무리 느리다고 해도 맹독의 독침을 가지고 있다는 스콜피온에게 위협을 받을 수 있다고 와카바는 예상한다.


“이렇게 된 이상 비장의 수를 써야...”


그 때 눈보라와 함께 차가운 바람이 별가루 버텍스들을 싸그리 모아 얼려버리기 시작한다. 눈보라를 내뿜고 있는 건 비장의 수 ‘유키조로’를 사용하여 힘을 쓰고 있는 팀원 이요지마 안즈였다.


“여러분, 말려들지 않게 가능한 한 뒤로 물러나 주세요!”


안즈의 대답을 듣고 팀원들은 뒤쪽으로 후퇴한다. 별가루 버텍스들은 계속해서 안즈가 만들어낸 눈보라 냉기에 휩쓸려 얼음동상이 되어 간다.


“하하하~! 봤냐, 버텍스들아! 우리 안즈도 하면 할 수 있는 아이라고 타마가 보증한다고!”


타마코를 포함한 용사들이 이 상황에 기쁨과 흥분을 느낀다. 싸움에서 불안감을 느끼고 있던 팀원 코오리 치카게도, 같은 팀원 타카시마 유우나와 와카바도 이 상황을 이용해 역전할 생각에 빠져 있었다.


그러나, 그녀들은 냉기로 인해 하얗게 흐려진 공간에서 뻗고 있는 그 맹독 꼬리의 위협을, 그 땐 눈치채지 못했다.


‘그걸 자신이 조금이라도 빨리 눈치챘었더라면 우리의 결과는 조금은 다르지 않았을까.’


그 전투가 끝난 후 노기 와카바가 내놓은 비참한 독백이었다.


---


버텍스가 습격했던 그 날, 타마는 안즈를, 그 아이를 만나 구해주고 생각했다. 어떻게 이렇게 타마랑은 정반대일 수가 있는지. 소녀이면서도 소녀답지 않고 남자아이 같다며 얘길 들어온 나에게 있어서 안즈는 정말 연약하고 겁이 많으며, 동화 속에 나올 것만 같은 소녀다운 아이였다. 그 때부터 든 생각은 하나. 무슨 일이 있어도 타마는 안즈를 지킨다! 안즈의 곁을 함께 하며 그것을 긍지이자 맹세로 여기면서 안즈와 함께 웃고 지냈다. 함께 캠프를 갈 때도, 음악과 독서를 곁에서 같이 할 때도, 버텍스와 싸울 때도 둘이서 늘 함께였다. 함께 잠자리에 들었을 때 타마 안에 뭔지 모를 따스함이 넘쳐났고 안도와 행복이 솓아올랐다. 안즈와 함께 하는 것이 타마의 가장 큰 행복이었다.


 


분명히 그랬었다.


 


“모두, 피해라!!!”


 


그 신호를 간신히 알아차린 것도 무색하게 팀원 모두가 스콜피온의 독꼬리에 얻어맞아 멀리 튕겨져 나갔다. 순간의 공격으로 인해 부딪혀서 날라가 내던져졌고, 바닥에 구른 채 일시적으로 정신이 혼미한 상태가 된 후, 모든 사태를 통감하여 몸을 일으켰을 때 가장 먼저 생각나는 건 한 사람이었다.


“...안즈...!! 안즈! 어디있어~!”


튕겨져 나가 모두가 뿔뿔이 흩어진 상황에서도 타마는 안즈가 혹시라도 잘못되진 않았을지 불안을 느꼈다. 안즈가 무사히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지키는 것. 그것은 지금도 타마의 가장 중요한 신념이었다. 안즈가 무사한지 찾으려고 주변을 살핀다. 습격으로 인해 균형을 잡기 힘든 몸과 정신을 잡기 힘듬에도, 억지로 그걸 이끌고 눈을 부릅뜨며 안즈를 찾는다. 그 때 하얀 눈보라와 냉기로 가려진 앞이 걷히면서 한 인영이 나타난다. 그 인영은 타마가 절대 잘못 볼 리 없는 사람이었다. 안즈다. 안즈가 저기에 있다. 안도감과 다급함을 느끼며 타마는 그 자리에서 뛰었다. 당장이라도 안즈가 자랑스럽다면서 뛰어가서 껴안고 싶었다. 하지만 그런 기대와 무관하게 바로 옆에 거대한 그림자가 나타났다.


“!!!”


바로 인식할 수 있었다. 뭔가에 다리를 다쳐서 서 있지도, 움직이지도 못해서 피할 수 없는 안즈와, 우리를 무시무시한 일격으로 내동댕이쳤던 그 전갈 자식의 위협적인 분위기의 독꼬리가 바로 눈앞에 보였다. 그 모습에 무의식적으로 바로 소리를 지르며 손에 들고 있던 타마의 무기, 선인반을 들었다.


“안즈~~~~~~~~!!!”


곧바로 안즈의 앞으로 서서 전갈 녀석을 향해 선인반을 들었다. 다행이다. 늦지 않았어. 안즈는 무사해. 타마가 저 독꼬리 공격을 한번이라도 막아내면 그 틈을 타 안즈를 데리고 멀리 떨어지자. 그럼 다른 애들과 합류해서 다시 공격할 수 있어. 순간적으로 그렇게 여기며 공격이 날아오는 걸 기다렸다.


그런데.


“타맛치 선배!!!”


옆으로 무언가가 미는 느낌을 받았다. 안 그래도 꼬리 공격의 영향으로 인해 균형 잡는 것이 어려운 상태였던 타마의 몸은 간단히 옆으로 밀려 났다. 그대로 옆으로 밀려나 넘어져서 바로 옆을 돌아보았다. 거기엔 날 옆으로 밀어버린, 아니, 공격당하지 않게 밀어준 안즈가 움직이기 힘든 다리를 간신히 후들거리며 세워서, 밀어낸 자세를 취하고 있었다. 순간 거대한 공포가 밀려온다.


“안...!!!”


타마가 안즈의 이름을 부르기도 전에 무언가가 지나간 듯 바람이 뺨을 스쳤다. 눈을 한 번 깜빡였을 뿐인데 그 앞에 있던 건, 마치 고깃덩어리를 칼로 푹 찌르는 것보다 더 큰 찌르는 소리를 내며 눈 앞에 있던 건.




스콜피온의 독꼬리 침에 몸이 꿰뚤린 안즈였다.




---


“어...윽...컥...”


피를 토하는 소리. 생명의 불씨가 꺼져나가는 듯한 공허한 소리. 그것은 안즈의 입에서 나오는 소리였다.


“...안...즈...?”


머릿 속에서 상황이 따라가질 않는다. 안즈가, 공격당했다. 안즈가, 독침에 찔렸다. 안즈가, 배가 관통당했다. 안즈가, 피를 토한다. 안즈가. 안즈가. 안즈가. 안즈가. 안즈가. 안즈가. 안즈가. 안즈가. 안즈가. 안즈가....


안즈가...


“타... 맛치... 선...배...”


“아... 아... 아아아아”


그렇게 안즈의 몸에 관통되어 있던 독침이 뽑혔고, 안즈가 그에 따라 힘없이 쓰러졌다. 쓰러지는 소리와 함께 ‘찰박’하고 피가 부딪히는 소리가 났다. 순식간에 일어난 이 상황에 목구멍에서부터 비명에 가까운 굉장한 목소리로 이름을 외쳤다.


 


“안즈으으으으으으으으으으~~~~~~~~~~~~~~~~~~~~~~~~~~~~~~~~~~~~~~~~~~~~~~~~~~~!!!!!”


---


“안즈으으으으으으으으으으~~~~~~~~~~~~~~~~~~~~~~~~~~~~~~~~~~~~~~~~~~!!!!!!!!!!!!!”


목에서 비명에 가까운, 아니, 비명이라고 할 수 밖에 없는 소리가 터져 나왔다. 타마의 목소리를 들은 듯 멀리 떨어져 있던 와카바와 치카게, 유우나가 우리가 있는 쪽으로 휘청거리며 멀리서 뛰어오고 있었다. 세 사람은 무사한 건지, 부상은 심한지 아닌지. 타마에겐 그걸 판단할 여유가 조금도 없었다. 지금 타마의 눈에 보이는 건 오직, 눈앞에서 시뻘겋게 몸 한 가운데가 뚫려서 피가 빠른 속도로 새어나오고 있는, 눈빛이 점점 사라져가는 안즈였다.


“....타...맛...치....선..배...”


“안즈?! 안즈??! 왜? 왜 타마를 구했어?! 왜?!! 한 번만 막아내기만 하면!! 그러면 바로 타마가 구할 수 있었을 수도!!! 그런데 왜?!!”


“그...건....위험...했....을...테니까....”


“에...?”


“위험할 것... 같았으니까... 나 뿐만... 아니라... 타맛치...선...배....도....커흑!!”


그 순간 안즈의 입에서 붉은 액체가 뿜어져 나왔다.


“안즈!!!!”


“...우...윽....추...워...선배....”


타마는 곧바로 안즈의 손을 잡아주었다. 하지만 전혀 괜찮아지질 않았고 오히려 안즈의 눈빛이 흐려져 갔다.


“안즈, 더는 말하지 마... 제발... 제발....”


눈에서부터 뺨을 타고 맑은 물이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그 물은 멈출 줄도 모르고 하염없이 많은 양이 흘러내렸다.


“제발...누군가가....누군가가....살려줘....안즈를...!! 안즈를 살려줘...!!! 안즈를 구해줘!!! 유우나!! 치카게!!! 와카바!!! 누구 없어?!! 안즈를 제발 도와줘?!!!”


허공에 대고 소리치기 시작한다. 세 사람은 아직 여기까지 오려면 한참 걸리는데도, 와봤자 의미 없다는 것도 상관없다는 듯이 계속 소리쳤다. 아무나 좋았다. 제발 누구라도 좋으니 안즈를 살려달라고 빌고 또 빌었다.


“...선...배...미안..해...우윽...”


그 때 안즈가 피를 머금은 입으로 힘겹게 말을 건다.


“안즈?!”


“약속...했는...데... 벚꽃,,,보러 가자...고.... 약속... 했는....데....”


“지금 그딴 게 문제가 아니야!! 이러다간 안즈가!! 아아아아...!!!”


손을 쓸 수 있는 상황이 아님에도, 안즈는 계속 말을 건다.


“타맛치 선배가...날...늘 지켜주려고....했던 것...처럼....나도...선배를....지키고...싶었어....”


“안즈....”


“같았던 거야... 우리 둘 다....타맛치 선배는...모두와 살아 줘.....빨리....오지마...”


“안 돼!! 안즈가 없으면 나도 살아도 의미가 없어!!! 죽지 마!!! 날 두고 가면 안 되잖아!!!”


“미안...해...미안...”


“제발!!! 가지 마!!! 안즈 제발!!!”


어쩔 수 없다는 것이 상관없다며 하염없이 소리친다.

 



(...신수님....부디 다음 생에선....)


 


(타맛치 선배와...)


 


 


 


(진짜 자매가...되게...해 주....시길....)


 


 


“선배.....좋.....아......해애.......”


 


그렇게 한 소녀의 의식은 멈추었다.


---


“....안즈?....에?”


더 이상, 움직이지 않는다. 안즈는 그렇게 눈을 감은 체 움직이지 않는다.


“안즈...일어나....”


흔들어서 깨우려고 시도한다. 하지만 안즈는 반응을 하지 않는다.


“안즈, 일어나. 응? 일어나 봐...”


더욱 경렬히 흔든다. 하지만 안즈는 깨어나지 않는다.


“안즈, 일어나. 일어나. 어서.”


상황을 부정한다.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소름끼치는 일이다. 일어날 리 없다. 일어나서도 안 된다.


“안즈, 일어나. 장난하지 마. 장난하지 말아 줘. 이런 데서 장난하지 말아 줘. 응? 안즈, 장난 치지 마.”


상황을 계속 부정한다.


“장난치지 마, 이런 데서 장난치지 말라니까... 눈 떠... 제발 눈 떠...! 눈 뜨라고..!!! 장난치지 말라고!!!!”


소리까지 친다. 그럼에도 안즈는 눈을 뜨지 않는다.


“일어나! 일어나! 일어나란 말이야!! 당장 일어나!! 일어나라고!!! 일어나, 일어나, 일어나, 일어나!!! 일어나아아아!!!!”


안즈는 눈을 뜰 수 없다.


“일어나아아아!!! 일어나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고깃덩어리는 눈을 뜰 수 없다.


“....”


“....제발....일어나....”


안즈는 일어나지 않는다. 고깃덩어리가 된 그녀는 일어날 수 없다.


“.....”


분위기를 읽는 것을 할 생각이 없는지 스콜피온은 남아있는 타마코에게 공격자세를 취한다.


“.....아아....”


그 때, 무언가가 끊어지는 소리가 났다.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거대한 절규와 함께 살의가 수해를 덮쳤다.


“와라!! 와뉴도~~~~~!!!!!!!”


홍련의 불꽃이 일어 타마코를 감싼다. 곧바로 스콜피온의 독침 공격이 날아오나 순식간에 스콜피온 앞에서 타마코는 사라진다. 갑작스러운 상황에 스콜피온은 어리둥절한 모습을 보이지만, 곧바로 느껴본 적 없는 살의와 한기를 위쪽에서 느낀다. 위쪽엔 거대한 선인반을 타고 있는 타마코가 있었고, 곧바로 타마코는 선인반을 사용해 낙하하는 추진력으로 스콜피온의 뒷통수를 찍어누른다. 이 때 타마코가 읊조리다가도 소리친다.


“살려내”


찍어누른 뒷통수를 다시 가격한다.


“살려내”


같은 곳을 다시 가격한다.


“살려내”


점점 틈새가 생겨 별가루 버텍스가 새어 나온다.


“살려내”


타마코에게 다가가는 별가루들은 불꽃에 불타 소멸한다.


“내 동생 당장 살려내라고, 이 괴물 새끼야아아아아아아~~~~~~~~~~~~~~~~!!!!!!!!!!!!!!!!!!!!!!”


“타마코!!!”


와카바와 유우나, 치카게가 별가루들을 해치우며 드디어 도착했다. 하지만 이미 늦은 상황이었기에 타마코에게는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타마코는 이미 소멸해가는 스콜피온 버텍스를 동료들이 말릴 때까지 계속 선인반으로 찍어 눌렀다.


---


전투가 끝나고 수해화가 풀리면서 원래 있던 지점으로 돌아왔다. 


부상자 0명, 사망자 1명


그 결과만으로도 팀원들에게는 침울한 분위기가 흘렀고,


“안즈.............”


타마코는 그대로 절뚝거리며 안즈의 시체에게 향했다. 그런 타마코를 와카바가 막아섰다.


“타마코...”


“비켜...”


“안즈는 이미...”


타마코는 그대로 와카바의 멱살을 잡았다.


“비키라고.”


평소의 타마코에게 느껴본 적도 없는 살의와 증오로 가득 찬 목소리와 표정에 와카바는 그대로 움직임을 멈추었고, 타마코는 그대로 와카바 옆을 지나갔다.


“...”


“...”


타마코는 아무 말 없이 안즈를 껴안았다.


안즈는 당연히 아무 말 없었다.


“안즈”


“...”


“미안해 미안해.”


타마코는 계속 사과하기 시작했다.


“미안해 미안해 미안해 미안해 미안해 미안해 미안해 타마가 미안해. 못 지켜서 미안. 죽게 만들어서 미안. 미안해 미안해 미안해. 우윽, 윽....”


이제 한계였다.


“으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타마코는 하염없이 울었다. 주변 상관없이 안즈를 안은 채로 계속 울었다. 치카게는 비참한 표정을 지었고, 유우나와 와카바는 비통해했다. 곧바로 히나타와 대사 사람들이 도착했다.





안즈.............미안해....................


---


대사의 장례식장에서는 이요지마 안즈의 장례식이 한창 진행 중이었다. 장례식장 내에서 치카게는 여전히 비참한 얼굴로 안즈가 누워있는 관 쪽을 지켜보았고, 유우나와 와카바는 분한 듯이 고개를 떨구고 있었다.

히나타는 슬픈 얼굴로 남은 용사들의 옆에 서 있었다. 하지만 타마코는 그들과 함께 있지 않고 안즈가 누워있는 관 옆에서 잠자고 있는 듯이 관 속에 누워 있는 안즈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런 타마코의 모습은 무척 초췌하고 야위었으며, 눈에는 다크써클과 눈물자국이 짙게 나 있었다.


그 때 한 무녀가 관 옆으로 달려왔고 갑자기 울기 시작했다. 그녀는 타마코와 안즈를 찾아낸 무녀 아키 마스즈였다.


"...어째서....어째서...!!!! 왜...왜 죽어버린 거야....!!!!! 왜...왜....?! 이럴 줄 알았다면 나도 너희와 어떻게든 함께 있어야 했는데....!!!!"


그런 마스즈에게 타마코가 고개를 떨구고 말했다.


"...........미안해........."


"타마코....?"


"미안해, 마스즈....타마....안즈를 못 지켰어....."


그 말을 들은 마스즈는 손으로 입을 가리며 굵은 눈물을 흘렸고, 곧이어 타마코를 껴안았다. 


"부탁이야....타마코....어떻게든 좋으니......너만큼은 살아줘......"


"........안즈가 없어.........."


"그래도 살아!! 너마저 죽지 말아줘...이렇게 애원할께.......죽지 말아줘........우.......우으윽........"


"마.....스즈.......흑......흐흑..........."


그렇게 두 사람은 한참을 관 옆에서, 안즈 옆에서 운 뒤, 장례식 동안 마치 빈껍데기 같은 눈을 한채로 힘없이 있다가 돌아갔다.


---


"타마짱..."


"도이양..."


"......"


"타마코씨..."


그 후, 동료들이 본 타마코의 상태는 최악이었다. 짙은 다크써클과 눈물자국은 거의 매일 얼굴에 나 있었고, 힘 없이 의자에 앉아 책상에 엎드려 있거나 벽에 기대어서 안즈의 이름을 작은 소리로 중얼거리기만 했다.

그 모습은 빈껍데기마냥 처량했다. 


타마코는 날마다 방에서 신음소리와 함께 울부짖었다. 그 소리는 듣기 싫을 정도로 비통했고 처참했다. 한 번은 와카바와 유우나가 타마코의 방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려서 억지로 열어봤었다. 

거기에서 타마코는 있는 힘껏 머리를 벽이랑 바닥에 내리치고 있었다. 바닥과 벽은 피로 조금 흥건했다. 만약 와카바와 유우나가 말리지 않았다면 위험한 상황일 수도 있었다. 타마코에겐 하루나날이 지옥이었다.


어느 날 타마코는 평소처럼 몰래 자해하던 중 쓰러져서 생각했다.


"나는..."


"...이제 어떻게해야 하지?"


죽기를 바랬다. 안즈가 있는 곳으로 가고 싶었다. 하지만 마스즈와 약속했었다. 살기로. 그 약속마저 깨고 싶진 않았다. 그러던 중 마음속으로 검은 무언가가 불길처럼 타올랐다.


"...놈들만...없었다면..."


버텍스가 없었다면, 그날 그 스콜피온 버텍스가 없었다면, 안즈는 죽지 않았다. 


"그 녀석들이 있으니까...늘..."


그리고 타마코는 결심했다.


"죽여버리겠어"


"죽여버리겠어"


"없애버리겠어"


"다 없앨 거야"


타마코의 안에서는 끊임없이 검은 불꽃이 타오르고 있었다. 그때 수해 경보가 울렸다. 


"없애주마. 쓰레기들아."


방 전체에 소름돋는 살기가 채워져 나간다. 이게 한 사람에게서 나오는 살기라고 할 수 있을까.


그 후로 타마코는 수해에서 와카바의 제지를 무시한채로 가장 먼저 앞으로 나가 버텍스들을 선인반으로 두드려 팼다. 사람이라고 해야 하는지 의구심이 들 정도로 그때의 타마코의 모습은 살육을 목적으로 하는 병기 같았다. 그런 타마코를 보다 못해 와카바가 제지를 가하려고 하면,


"...놔, 너도 같이 죽여버리기 전에."


라면서 살의가 담긴 눈으로 와카바를 노려보았고, 와카바는 그 눈에 압도되어 아무말도 할 수 없었다.


그리고 매일 타마코의 방에서는 여전히 절규하는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신수에게 자신을 데려가라고, 안즈를 돌려달라고 하는 등 차마 들을 수 없는 슬픈 말들이었다.




그렇게 검은 불꽃은 계속 타들어간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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