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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회 윾일장 - 글](단편문학) 그런 날들이 있었다.

유랑중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6.06.05 02:05:53
조회 650 추천 39 댓글 20
														



"할아버지, 가끔은 이렇게 바깥 공기 쐬는 것도 나쁘지 않죠?"


"그래..허허. 나오니까 좋구나"


"여기 제 비밀장소인데 특별히 데려와드린거에요, 그러니까 오늘은 꼭 말씀해주세요!"


동네 골목길 어귀, 도무지 사람이 찾을 것 같지 않은 한적한 곳에 위치한 카페.

어찌알았는 지 졸라대는 손녀녀석 성화에 못이겨 오랜만에 나온 바깥 세상.

갈수록 눈에 띄게 줄어가는 기력에 걱정했지만, 오랜만에 쐬는 바람은 꽤 상쾌했다.

게다가 영 못미더워 기대하지 않았지만, 손녀의 말처럼 내 마음에 쏙드는 카페였다.

무엇이든 집에서 해결할 수 있어, 카페자체도 보기힘들지만 개중에 사람이 직접 운영하는 곳은 더 드물었다.


아들녀석 연배와 비슷할까. 이제 막 머리가 희끗해지기 시작한 중후한 분위기를 풍기는 주인남자가 우리가 주문한 커피를 직접 내리고있었다.

좀처럼 보기 힘든 광경과 함께 풍겨나는 커피향에는 사람내음이 섞여 훨씬 향긋하게만 느껴졌다.


"여기 틀어주는 노래들도 되게 특이해요, 할아버지나 아실 것 같은 노래들만 튼다니깐요?"


..?

듣고보니 맞는 말이었다. 익숙한 노래, 요새 문화와는 어울리지 않는 오래된 노래들.

이쯤되니 손녀딸에게 감사해질 지경이었다.


"그렇구나, 이 노래 참 좋아했었는데.. 이건 말이다, 옥상ㄷ.."

손녀녀석의 외침에 말이 끊겼다.


"어, 할아버지! 이 노래?"


집중하지 않으면 잘 들리지 않는 귀 탓에 알아채지 못한 사이 노래가 넘어간 모양이었다.

녀석, 대체 무슨 노래길래 이리 호들갑은...


..??




..같은..곳에서....?


"할아버지 자주 들으시는 노래 아니에요?? 신기하다! 여기서 이 노랠 듣네요"


"..그러게나 말이다.."


이 노랠 바깥에서 듣는 날이 오다니.. 믿기지가 않았다.

머리에 흰머리가 나던 이후로 누군가와 이 노래를 들은 적도, 들으리라 생각한 적도 없었다.


그때, 주인남자가 완성된 커피를 들고 테이블로 걸어왔다.


"주문하신 커피 두 잔 나왔습니다."


..묻고싶었다. 이 노래. 하지만 행여 주책맞아 보이진 않을까 망설여졌다.


"저기요 사장님! 이 노래 어떻게 아세요? 되게 예전 노래라고 하던데!"


내 생각이라도 읽었는지 손녀녀석이 다짜고짜 질문을 던졌다.


"아, 이 노래를 아네요, 아가씨 나이에?" 주인남자는 미소를 흘리며 말을 이었다.


"저희 아버지가 생전에 참 좋아하시던 곡이에요. 덩달아 저도 자주 듣다보니 좋더라구요. 그래서 가게에서도 종종 틀어요.

아, 어르신은 아실 수도 있겠네요. 많이 유명했다고 하던데, 그런데 활동기간이 고작 10개월이 안되었다고.. 역시 모르시려나요?"


"..압니다"


"예?"


"..알아요.. 어떻게 모를 수가 있겠습니까. 그 고작 10개월.. 하하. 참 많이 좋아했지요, 저도."


"아 그러신가요? 저희 아버지도 많이 말씀하시곤 했어요. 자기 젊을 적 치기며 패기며 열정이며. 그 10개월에 몽땅 털어넣으셨다구요, 하하. 그럼 커피 맛있게드세요!"


말을 마친 남자는 돌아갔고, 나는 멍하니 커피잔만 바라보았다.

어찌 잊을 수 있겠는가. 이 노래.. 이 가수.. 이 감정..


"할아버지, 제가 잘 물어봤죠? 할아버지 얼굴에 궁금하다고 쓰여있었어요, 헤헤."


"하하, 그래 고맙다, 욘석아."


"고마우시면 진짜 말씀 좀 해주세요, 궁금해 죽겠어요."


"그래.. 나도 진즉에 너희한테 이것저것 말할 것 그랬나싶구나.. 하하, 그래 그건......."


.

.

.

.

.

그때 그 시절, 그 고작 10개월의 시간을 수십년이 지난 지금도 나는 너무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10개월을 난 오로지 한가지에 쏟아부었었다. 돈도, 시간도, 내 모든 신경과 관심은 오직 한 곳만을 향했다.

내가 어떤 큰 결심을 했기 때문은 아니었다. 미친 것도 아니었고, 미쳐야지 다짐했던 것도 아니었다.

그건, 그때의 그 아이들이.. 그저 그럴 자격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사랑받을 자격이 충분하다 못해 흘러넘치는 아이들이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그들을 응원했고, 그들은 언제나 더 크게 보답해보였다.


10개월. 끝을 정해놓고 시작한 그들은, 그렇기에 누구보다 정성스러웠다.

그들에겐 지체할 시간이 없었고, 우리에겐 망설일 여유가 없었다. 

우리는 가히 서로의 최선과 최선을 주고받았다..


그렇게 끝에 다다랐을 때 우린 진심으로 웃으며, 또 울며 안녕을 건넸다.

그 아이들의 화려한 데뷔쇼케이스, 그리고 그들의 마지막 콘서트.. 시작과 끝에는 항상 지금 흘러나오는 이 노래가 있었다.

마지막 콘서트, 마지막 무대, 마지막 노래, 마지막 같은곳에서..


'이젠 안녕, 안녕..'


마지막 노랫말마저 끝난 뒤에

마지막 인사로, 그 아이들은 이런 얘기를 했다.


'꽃길만 걷게 해주셔서 감사하다'고..


처음엔 그러기 위해서 애를 썼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다보니 깨달았다.

그 자체로 꽃인 아이들이었다. 

꽃길이 있어 그들이 걷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걷기에 꽃길이었다.

그래서 우린 답했다.


'너희들의 꽃길, 함께하게 해주어 감사하다'고..


그리고 아이들도, 우리도 누가 먼저랄 것 없이 소리쳤다.

'너무나도 행복했다'고...


확인할 길 없어도, 나는 확신했다. 지금 이 자리, 11명의 아이들 그리고 수많은 사람 전부에게 이순간은 평생토록 기억되겠지..


"Yes, I love it! IOI였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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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긴, 긴 인사였다.

그 날, 그 시간의 기분은 아무리 노력해도 한 조각 표현하기조차 힘들었다.

슬프다기엔 너무 아름다웠고, 아름답다기엔 너무 슬펐다.

누군가는 울었고, 누군가는 환호해주었다.

눈물흘리던 누군가는 환호하기 시작했고, 환호하던 누군가는 눈물을 보였다.


그렇게 우리의 이별조차 끝이났다..


돌이켜보면 그들과 함께한 그 시간, 매일매일이 참 따뜻한 순간이었다.

IOI로 인해 그시절의 나는, 10개월이 온통 봄이었다.

고작 11명의 아이들과 함께했을 뿐인데, 반짝반짝 빛이 나던 나날이었다.


아주 오래전 봄날,

그리 눈부시던 날들이 있었다..

.

.

.

.

.




"할아버지?".... "할아버지!"


손녀녀석이 꽤 심술난 표정으로 바라보고있었다.


"무슨 생각하시는 거에요, 제 이름얘기 해주신다고 해놓고!!"


"그래, 그래. 지금 막 하려던 참이다."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하세요, 표정이 너무 진지하셔서 한참 참았어요."


"그냥.. 옛날 일들 생각 좀 했다. 미안하다 욘석아."


"되게 슬픈 기억이었어요? 눈가도 좀 촉촉해지신 것 같은데..?"


슬픈 기억이라.. 슬픈... 그 시간, 그 날들..


"아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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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도 안되게 행복했던 날들이었지."



--The End--


























"그래서 제 이름은요? 어떻게 지으신 건데요? 엄마아빠는 할아버지한테 들으라고만 한단 말이에요."


"말했잖니. 할애비가 생각하는 가장 예쁜 이름이라고."


"아니이, 할아버지 아시던 분 성함이었다면서요. 그 분 얘기해주시기로 하셨잖아요!!.."


"허허, 녀석.. 그래 그 사람은 말이다.

누구보다 예뻤다, 정말 예뻤어. 또 티없이 맑고, 아이같았지. 

하지만 누구보다도 당차고 강한 사람이었어.

사랑하지 않을래야 미워할 수가 없고, 존재만으로 힘이 되던 사람이었단다."


"와.. 되게 대단한 분 같다.. 더 말해주세요!"


"하하하 그래, 녀석..


그럼 잘 듣거라, 유정아....---------------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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