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0.(수) 22:00
이제 한국을 떠날 시간이 되었어. 
공항까지는 진짜 친한 친구가 태워줬어.. 친구 아프리카 간다고.. 친구한테는 진짜 걱정스러운 곳이었겠지?
그리고 출국수속 오래걸릴 줄 알고 일찍 나왔었는데.. 아랍 사람들이 많아서였는지 진짜 오래걸리더라. 콧수염 난 아저씨, 히잡두른 여인, 배나온 아저씨 등 전형적인 아랍인상 알지?
이밤중에 다 어디로 가는 사람들일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 관광객들은 아닐테고? 돈벌면서 놀러다니겠지? 좋겠다...이런 생각?

내가 탄건 에미레이트 비행기였어. 그런데 내가 전날 흑형 생각 하다가 잠을 잘 못잤잖아. 그래서 음료수건 뭐건 달라고 할 생각도 못하고 밥만먹고 그냥 잠들어버렸어. 이런 말 하면 크루들한테는 미안하지만.. 좀 아까웠지..


그렇게 10시간을 날아서 두바이에 도착했는데... 비행기는 동쪽에서 서쪽으로 날아온거잖아.. 두바이는 아직 새벽 4시인거야
나는 8시간 이상 잤는데 미치는거지. 앉아서 지나가는 사람들 구경하다가 하도 할게 없어서 면세점 구경하는데 카메라 파는 인도애가 영어를 엄청 잘하는거야.
나는 기껏해야 '이거 얼마야?' '이거말고 더 싼거 보여줘' 이런말만 하는데.. 완전 기죽더라고. 인도가 애들 해외로 유학시켜서 영어배워오게 한다는데 이런게 다 국력이 아닌가 싶어. 여행 중에도 영어 잘하는 인도애들 진짜 많았어.

한참 기다린 끝에 6시간을 더 날아와서 케이프 타운에 도착했어. 
도착하고 보니깐 이게 왠걸? 케이프 타운 공항 브릿지 전체가 현대 자동차 광고로 도배되어 있는거야. 난 보고서 오! 했지.
사실 두바이 카메라 매장에서도 삼성 브랜드가 전시되어 있어서 그거 보러 갔던건데
여기서도 현대가 있으니 엄청 반갑더라고. 그런데 LG는 안보였어. 출국장으로 나가면서 나도 모르게 한국인부심이 들더라.
좌우에 같이 캐리어 끌고 걷는 흑인과 백인들을 힐끔힐끔 쳐다보면서 '이 사람들이 현대를 알까?' '이 사람들도 삼성을 알까?'
쓰면서도 다시 생각하니 손발이 오그라들지만.. 그땐 나도 그랬어....

게이트 한참 걸어 내려와서 입국심사장 오니깐 내국인, 외국인 이렇게 두 개의 줄로 서 있더라. 처음엔 백인들이 대부분 왼쪽에 서 있는거 보고 그쪽이 외국인 줄인 줄 알고 섰었는데, 일본인들은 오른쪽으로 서서 바로 통과하길래 나도 잽싸게 옮겨갔어. 나중에 알고 보니 남아공은 백인이 주인이었던 나라였어. 그러니깐, 걔들은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내국인인거지. 아프리카 하면 시커먼 이미지만 생각하던 나에게는 첫 충격쇼크였어.
그리고 입국심사할 때 흑인 누님이 말하는 'How long?'을 잘 못 알아들어서 다시말해달라고를 3번이나 하니 한숨 쉬면서 적어주더라. 아니 '자기가 제대로 말을 했어야지! 왠 한숨?' 이런 생각 들었는데 도장 안찍어줄까봐 굽신굽신했어.

심사 통과하고 비상금으로 100달러정도 환전하고 짐찾아 나가는데 짐검사를 하더라. 제복입은 흑인 공항경찰 누님이 무슨 목적으로 왔냐고 묻고 내 가방을 열어봐달래서 대충 설명해주며 열어주었지. 인터넷에서 봤을 때는 재수없으면 짐검사 한다고 그러던데 왠걸, 전부 다 하더라;;; 그나마 외국 관광객은 심하게 안하는 것 같았어. 나오면서 뒤에 검사받는 흑인들 보니깐 가방 완전 싸그리 다 열고 하나하나 다 검사하더라;; 좀 안돼보였어

공항에서는 내가 묵을 백팩커스 사장님하고 또 다른 사업하시는 사장님 두분이 픽업을 나와주셨어. 오기전에 이동하는게 걱정되어서 픽업 서비스를 신청했었거든. 장거리 비행으로 지친 상태에서 어떤 일을 당할지도 모르는 일이고 그래서 첫날은 모든걸 다 예약을 해두었어. 

무사히 숙소에 도착하고 같은 곳에서 지내고 계신 배낭여행 하는 선생님 한분을 소개받았어. 나이가 일흔이 넘으셨는데 40일 이상 아프리카를 여행하시고 귀국 직전이시래. 선생님하고 한 3일간 같이 지냈는데 좋은 얘기, 재밌는 얘기 많이 들었지. 내가 물이 없는지라 함께 바로 물사러 나갔어. 아 그런데 롱스트릿을 걸어가는데 왠 거지새끼가 길을막더니 'Give me a water!'이러고 소리지르는거야.  난 이제 케이프타운 들어온지 1시간도 채 안지났는데 말이야. 완전 놀랐지. 속으로 욕하면서 거지를 뒤로하고보니 이젠 길에 흑형들 대여섯명이 또 몰려서 건들건들 거리고 있더라. 그거 피해가고 완전 조마조마했어

그런데 나중에 알고 봤더니 케이프타운에서 롱스트릿이 제일 안전한 곳임...




세줄요약
1. 16시간 날아 케이프타운 도착
2. 배낭여행 하시는 선생님 만남
3. 길에서 거지새끼랑 흑형들 마주쳤는데 완전 놀랐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