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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 스포츠서울 박현진기자] 삼성은 지난해 창단 이후 최악의 성적을 기록했다. 앞선 5년 동안 정규시즌 우승을 도맡았지만 부상 도미노와 외국인선수 농사 실패 등 온갖 악재가 겹치면서 순식간에 나락으로 떨어졌다. 부자는 망해도 3년은 간다고 했지만 삼성이 정상에서 바닥까지 추락하는데는 1년이 채 걸리지 않았다. 올시즌에도 최형우와 차우찬 등 투타의 핵심이 프리에이전트(FA)로 유출되면서 삼성은 5강권 후보에서 밀려나 있다.

그러나 달라진 삼성의 모습에 대한 기대를 놓을 수 없는 이유가 있다. 지난해 삼성의 외국인투수들은 단 6승을 합작하는데 그쳤다. 최악의 성적이었던만큼 올시즌엔 더 많은 승수를 거둘 가능성이 아주 높다. 건강하게 선발 로테이션만 지켜줘도 지난해 성적을 훌쩍 뛰어넘을 수 있다. 여기에 10승 보증수표인 윤성환이 굳건히 버티고 있고 차우찬의 빈 자리는 역시 프리에이전트(FA)로 영입한 우규민이 메운다. 선발 4자리가 꽉 찼다. 마지막 퍼즐만 성공적으로 끼워넣으면 남부럽지 않은 선발진을 꾸릴 수 있다.

열쇠는 좌완 장원삼이 쥐고 있다. 장원삼은 KBO리그 역사상 두 번째로 100승 고지를 밟은 좌완투수다. 2012년부터 4년 연속 두 자릿수 승리를 거두며 삼성 마운드를 최강으로 이끌었다. 그러나 지난해 5승 8패 2홀드에 그쳤고 방어율도 7.01로 뚝 떨어졌다. 외국인투수들의 부진에 장원삼까지 무너지면서 삼성 마운드는 완전히 붕괴됐고 그것이 치명타가 됐다. 장원삼도 “나 때문에 팀이 망가진 것 같다”며 자책했다.

장원삼은 올시즌엔 정인욱, 최충연, 최지광 등 새파란 후배들과 함께 제5선발 경쟁을 펼쳐야 하는 처지가 됐다. 부활의 첫 번째 조건은 ‘건강한 몸’이다. 장원삼은 지난해 허리, 어깨 등 연이은 부상에 시달렸던터라 완벽한 부활을 위해 겨우내 몸을 만드는데 심혈을 기울였고 실전등판을 통해 예전의 모습을 서서히 되찾아가고 있다. 지난달 21일 오키나와 스프링캠프에서 벌어진 요코하마전에서는 1.2이닝 동안 3안타와 볼넷 1개를 내주며 2실점했지만 지난 7일 SK와의 연습경기에서는 3이닝을 무실점으로 틀어막았다. 장원삼은 제구력이 빼어나고 타자와의 타이밍 싸움에 탁월한 능력을 갖고 있어 건강한 몸 상태만 되찾으면 충분히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관측이다.

15일에는 대구구장에서 벌어진 kt와의 시범경기에 선발등판해 다시 한 번 부활의 날갯짓을 했다. 3이닝 동안 2실점하며 패전투수가 됐지만 칼날같은 제구를 앞세워 삼진 4개를 잡아냈다. 직구 최고 스피드도 139㎞까지 끌어올렸고 슬라이더, 커브, 체인지업, 커터 등 다양한 변화구도 실험했다. 장원삼은 “오늘은 첫 등판이라 내가 가진 모든 구종을 시험해봤다. 작년과 비교하면 일단 몸이 아프지 않아서 그게 가장 좋다. 포수 최경철과의 호흡을 맞춰보는 것에도 주안점을 뒀다”며 만족스런 표정을 지어보였다.

장원삼이 건강한 몸상태를 유지하면서 잃어버린 10승을 보태주면 삼성 마운드는 지난해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달라진다. 야구는 투수놀음이라는 점을 계산에 넣는다면 확실한 선발 5명을 확보한 삼성은 일약 5강 후보로 재평가받을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