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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미녀 배우랑 댕댕상 경호원의 취미활동 5모바일에서 작성

설갤러(218.150) 2023.12.23 00:07:26
조회 380 추천 14 댓글 6





※ BDSM 플레이 주의
※ 호불호가 갈리는 소재를 다루거나, 언급 또는 암시하고 있음
※ 도구 사용 주의
※ 더티토크, 노골적인/저급한 단어 사용 주의










이 맨해튼의 고급 아파트는 턱없는 불편이 거주자와 방문객을 괴롭히는 곳이다. 일례로, 주차장에서 바로 집으로 올라갈 수 없고 무조건 로비를 거쳐야 한다. 짐이 있을 경우에도 마찬가지여서, 요청을 하면 짐꾼 역할을 할 직원을 주차장에 보내주는 식이다. 그리하여 크리스마스 풍으로 한껏 단장한 로비에 들어서서 카운터에 신분을 증명해야만 엘리베이터를 잡을 수 있다. 직접 버튼을 눌러 잡는 것도 아니고, 카운터 직원이 위치와 층수까지 미리 설정해놓은 것에 올라타도록 허락되는 것이다.

모든 게 다 안전과 보안을 위해서라지만 거주자 대부분이 자유를 부르짖는 인물들이란 걸 생각하면 웃음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그들이 목숨처럼 생각하는 돈까지 주고 통제와 지배를 구매하는 꼴이지 않은가? 검은 정장 위로 두꺼운 겨울코트와 목도리를 두른 안나 스완슨은 그리 생각하며 품 안의 방문객 등록증을 꺼내어 제출했다.


“두 번째 엘리베이터로 가시면 됩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스완슨 씨.”


안나는 왁스를 발라 머리를 넘긴 직원에게 고개를 살짝 끄덕이곤 직원이 안내해준 엘리베이터로 향했다. 어디에도 버튼이 달려있지 않은 그 금속제 문은 안나의 발이 코앞으로 다가오자마자 귀신같이 열려서 걸음이 끊이지 않도록 했다. 처음에야 놀랐지만 이젠 익숙해져 심드렁한 얼굴로 통 안에 담기는 안나였다.

문 건너편의 벽은 전체가 유리창으로 이루어졌고, 다른 건물들로 가로막혔던 시야는 시간이 조금 지나자 탁 트이기 시작했다. 아직 해가 지지 않은 맨해튼의 전경 위로 안나의 모습이 언뜻언뜻 비쳤다. 엘사의 생일을 기념할 선물상자를 안고 있는 모습이. 오늘은 일년 중 가장 밤이 길다는 날이기도 했으니, 그 성욕 많은 여자에게 걸맞은 생일이 아닐 수 없었다.

어떤 층에도 걸리지 않고 순탄히 올라가는 엘리베이터는 곧 최고층에 이르러 멈출 것이다. 펜트하우스의 현관을 겸하는 그 문이 열리자마자 소유물은 벗은 몸으로 저를 반길 것이고, 저는 그 풍만한 가슴에 선물을 안길 것이다. 선물의 정체를 알고 난 당신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 빙긋이 웃는 순간에 엘리베이터가 열렸고, 훈훈한 기운이 먼저 안나를 감쌌다.

소파에 앉아 뭔갈 보고 있었는지 평소보다 다소 느리게 반응하는 금발이 보였다. 푸른 눈은 안나를 발견하자마자 기쁨으로 물들더니 이내 얼굴 전체에 웃음을 만개하며 날카로운 인상을 지워나갔다. 약간 빠른 걸음으로 주인에게 다가오는 하얀 몸은 주인의 명령대로 아무것도 걸치지 않았으나 오른손목에 팔찌가 하나 반짝거렸다.


“오셨어요, 주인님?”
“응, 뭐하고 있었어요?”
“대본 들어온 게 있어서 그거 보고 있었어요.”


그러고보니 소파 앞 탁자에 종이 뭉치가 놓인 게 보였다. 안나는 고개를 끄덕였고, 엘사는 목도리와 코트를 받아들기 위해 손을 올렸다. 주인의 옷을 받아 정리하는 건 기본 중의 기본이었고, 늘 그리 해오던 것이니까.


“주인님, 코트랑 목도리 이리 주세요.”
“아니에요. 그건 괜찮고, 이것부터 받아요.”


주인이 끈으로 포장된 선물상자를 내밀었다. 엘사는 그러겠다고 즉각 대답하고 상자를 받아들면서도 눈을 어리둥절하게 깜빡였다. 마음이 어쩐지 허전하고 한편으론 좀 시무룩해지는 기분. 꼭 주인을 섬기는 소유물로서의 본분을 다하지 못하는 것만 같았다. 그래도 제 주인의 기분은 좋은 것 같으니 크게 신경 쓰지 않으려고 노력하면서 안나의 뒤를 쫓아갔다.

안나는 코트를 벗고 목도리를 풀면서 드레스룸으로 향했다. 뒤꽁무니를 졸졸 따라다니는 소유물의 태도가 마음에 들었다. 꼭 갓 회사에 입사한 사회초년생 마냥 뭔가 도움이 되고 싶은데 그러지 못해 나오는 안절부절 못함도 꽤 귀엽게 느껴졌다. 그래서 더 끝까지 엘사의 손을 요청하지 않았다.


“그 상자, 생일선물이에요.”
“아...! 감사합니다, 주인님.”


과연 다정하고 세심하신 주인님이라 생각하며 기쁜 얼굴로 선물을 꼭 끌어안은 엘사가 선물의 내용물을 추측하기 시작했다. 주인의 생일을 맞아 선물했던 팔찌처럼, 주얼리나 액세서리 종류일까?

굳이 따지자면 그때 엘사의 선물은 팔찌가 아니라 그걸 열고 잠그는 스크류긴 했다. 팔찌 자체는 엘사의 손목에 걸려있으나, 그건 오로지 안나가 가진 스크류에 의해서만 벗거나 착용할 수 있었다. 그런 의미에서 그 팔찌는 언제 어디에서나 당신의 것이라는 의미를 담은 목줄과도 다름 없었다.

거기다 팔찌의 안쪽에는 문구 각인까지 돼있었다. ‘A's B’라는, 얼핏 보면 평범한 커플의 낯간지러운 말이나 아리송한 격언 같기도 한 글자가. 음각으로 처리된 각인은 가끔 엘사의 투명한 피부에 자국을 남겼다. 그 광경을 가만히 보고 있노라면 마치 애초에 팔찌가 아닌 제 몸에다 ‘안나의 암캐Anna's Bitch’라고 새긴 것처럼 느껴지곤 했다. 엘사는 그 모든 경험을 주인에게 선물한 것이나 마찬가지였고, 안나는 그걸 제법 마음에 들어했다.

하지만 그런 종류의 선물이 굳이 하나 더 있을 이유는 없었고, 액세서리라기엔 상자가 좀 큰 감이 있었다. 어쩌면 이번엔 진짜 목줄일지도 몰랐다. 엘사는 자신의 숨통을 압박하는 목줄의 구속감을 사랑했고, 주인 또한 엘사의 그 얇고 긴 목을 가만히 놔두고 싶어하지 않았으니까.

짓궂은 주인의 성정이라면 섹스토이일지도 몰랐다. 앱으로 연동되어서 멀리서도 저를 희롱할 수 있는 그런 도구나 꼬리가 길게 달린 애널 플러그 같은 것들. 말도 안되게 커다란 딜도를 선물해놓고 당신이라면 이 정도를 넣어야 성에 차는 것 아니냐고 놀릴 수도 있을 것이다. 물론 전에 그랬던 적이 없었더라면.

이리저리 추측하고 있으려니 안나가 그를 의아히게 보며 엘사에게 말을 걸었다.


“왜 안 풀어보고 있어요?”
“주인님이 허락을 안 해주셨으니까요.”


선물이라고 주었으니 당연히 열어봐도 된다는 뜻이 담겨있었지만, 엘사에겐 그렇게 들리지 않은 것 같았다. 코 위에 올려진 간식의 냄새를 맡고도 ‘기다려’만 들은 강아지처럼, 엘사는 주인의 허락이 떨어지기만을 기다린 것이다. 안나는 생각지도 못한 부분에서 순종적인 소유물의 모습을 보고 만족감에 웃음을 터트렸다. 뒤늦게 허락을 내리며 손을 들어 엘사의 볼을 쓰다듬으면서 칭찬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잘 기다렸어요, 착하기도 하지. 손에 자기 볼을 부비는 모습은 꼭 애교 많은 고양이 같기도 했다.

엘사는 액세서리가 진열된 유리 테이블 위에 상자를 올려놓았다. 아주 희미하게 붉은 색이 가미된 하얀 포장지와 그걸 엮은 로프 같은 검은 끈. 본디지를 연상케 하는 조합은 오로지 이 특별한 관계의 둘만 알아차릴 수 있는 은유였다. 당연히 그 뜻을 알아본 엘사가 끈을 잡아 당겼다. 풀린 끈은 돌돌 감아서 상자 옆에 두었고, ‘생일 축하해요, 엘사. -안나’ 라고 적힌 카드도 그 옆에 놔둔 모양이 나중에 따로 보관해둘 계획인 것 같았다. 마침내 테이핑 된 포장지를 뜯어보니... 익숙한 오렌지빛 상자가 눈에 들어왔다.

엘사의 푸른 눈동자에 의외라는 생각이 비쳤다. 솔직히 말하자면, 엘사는 이런 하이엔드 브랜드 선물 같은 것에 아무런 감흥이 없었다. 물론 주인의 선물이라면 뭐든지 감사하게 받을 소유물이었다. 게다가 어쩔 수 없이 수입이 얼마인지 아는 터라 이게 편의점에서 과자 사듯 턱턱 살 수는 없는 품목이란 것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엘사의 통장 잔고는 주황빛 상자에 박힌 전령의 신을 발음하고 놀랄 수준을 애진작에 뛰어넘은 것이었다.


“안 좋아하는 브랜드예요?”
“아, 아니요. 그냥 좀... 의외라고 생각했어요.”
“어떤 점이?”
“좀 더 짓궂은 선물일 줄 알았거든요.”
“으음, 그랬구나.”


주인의 모호한 답에 심상치 않음을 감지한 엘사가 약간의 기대감이 피어오르는 것을 느끼며 상자를 열었다. 그리곤 제 생각이 어찌나 건방졌는지를 깨달으며 다시 한 번 주인에게 존경심이 샘솟았다.

상자 겉에 적힌 브랜드의 제품이 상자 안에 들어있는 것은 맞았다. 다만 그것들이 애견용품 라인이란 점이 엘사의 허를 찔렀다. 목줄과 리드줄, 밥그릇과 물그릇이 있었고, 심지어 목줄에는 엘사의 이름이 각인된 펜던트까지 달려있었다.


“당신이 쓰려면 이 정돈 돼야 할 것 같아서요. 그쵸? 우리집 멍멍이한테 어울리려면.”


안나가 킥킥대며 엘사를 조롱했다. 그 대단하신 배우 엘사 아렌델은, 안나 스완슨의 소유물에 불과하다는 과시. 하필이면 생일 선물이어서 마치 당신은 내게 지배 당하기 위해, 소유 되기 위해 태어났다고 말하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저를 정확히 꿰뚫어보고 준비한, 그야말로 주인의 선물이었다. 엘사는 목을 감싸오는 가죽을 느끼며 수치심에 고개를 떨어뜨리곤 떨리는 목소리로 긍정했다. 네... 감사합니다, 주인님...

소유물에게 새 목줄을 선물한 주인이 검은 로프같은 포장끈을 도로 가져왔다. 상자의 크기가 큰데 끈을 넉넉한 길이로 사용했으니 충분히 다른 용도로 사용해도 될 것 같았다. 하긴, 어떤 면에서 보자면 이 용도와 그 용도는 같은 것일지도 몰랐다.


“양 팔 다 뻗어서 어깨 높이까지 들어요.”


엘사가 주인의 지시를 따르며 시상식 때 입을 드레스를 맞추기 위해 치수를 재던 것을 떠올렸다. 뛰어난 커리어의 배우 엘사 아렌델은 역시나 상을 받았고, 적당히 감동적인 수상소감을 말한 뒤 뒷풀이 파티엔 얼굴만 잠깐 비추고 집에 돌아왔다. 사람들과 영 어울리려 하질 않는, 자기 혼자 고고한 척하는 재수없는 인간. 그게 엘사의 행동이 불러일으킨 평가였다. 물론 엘사가 그날 문에다 사지가 고정돼서는 엉엉대며 애원하고 또 애원할 때까지 오르가즘 컨트롤 당했단 걸 알면 그런 소문 따위 퍼지지 않았겠지만.

엘사가 기억을 곱씹는 사이 안나는 리드줄을 연결하도록 되어있는 고리에다 끈을 넣어 목줄과 연결시킨 뒤 그대로 엘사의 상체를 묶고 있었다. 목에서 두 갈래로 갈라진 끈은 겨드랑이 아래로 들어가서 등을 감고 다시 앞으로 나와 두 번 교차하며 양쪽의 가슴을 각각 가두어서 압박하는 식이었다. 마무리로 배를 두르고 매듭 한 번, 그리고 가슴을 가둔 끈의 교차지점에다 엮으면서 올라가더니 다시 고리에 넣고 매듭을 지어서는 깜찍한 리본 모양으로 묶어 마무리했다.

안나가 모양새를 점검하려 엘사의 주위를 빙글 돌았다. 끈의 길이가 제한된 탓에 조금 더 조형미를 살리지는 못했으나, 본디지용 끈이 아닌 선물포장용 끈을 사용한 데서 오는 투박한 맛이 느껴져 그런대로 괜찮았다. 끈에 손가락 두 개를 넣어서 살짝 당기며 점검을 끝낸 안나는 엘사의 팔을 아래로 살살 눌러서 내리란 신호를 보내곤 한쪽에다 턱짓했다.


“저기 의자 위에 등 붙이고 누워요.”


오늘은 생일이라고 약한 정도로 플레이하고 섹스로 넘어가려는 건가 싶었던 엘사가 약간의 아쉬움을 삼키며 주인의 지시를 따라 기다란 의자에 등을 대고 누웠다. 남색 벨벳 재질의 의자는 대개 높은 곳에 있는 물건을 꺼낼 때 발받침용으로 쓰곤 했으니 여기에 눕게 되리라곤 생각하지 못했다. 언제나 예측 불가능함은 긴장과 기대를 만드는 좋은 재료였다.

의자의 길이는 엘사의 상체와 엉덩이를 뉘일만큼 길었지만, 너비는 엘사의 흉통을 겨우 감당할 정도여서 팔까지 올려두기엔 역부족이었다. 손을 어찌 둘 지 몰랐던 엘사가 배 위에 살포시 얹어두자 안나가 그것을 잡아 무심하게 툭툭 아래로 내린 뒤 엘사를 다리 사이에 두곤 골반께에 올라타 앉았다. 내려다보는 안나의 머리 뒤로 전등 불빛이 비추어 마치 후광처럼 보였다.


“생일 선물을 뭔가 평범한 걸로 주긴 싫었어요. 엘사 아렌델은 선물 같은 거 질리도록 많이 받았을 테니 웬만한 걸론 인상도 못 남길 거고, 자칫 그저 그런 기억으로 묻힐 위험이 있으니까. 그래서 고민하다가 문득, 이제껏 안 했던 걸 해봐야겠다 싶더라고요.”


안나가 주머니 속에서 무언갈 꺼내 뚜껑을 열었다. 그림자가 져서 정확히 무엇인진 모르겠으나 길쭉한 원통형 물체가 끝으로 갈수록 얇아지니 꼭 펜 한 자루 같았다. 안나는 엘사가 생각할 시간도 주지 않겠다는 듯 망설임없이 상체를 앞으로 숙이더니 펜을 엘사의 몸 위로 올려 선을 긋기 시작했다.


“그동안 우리가 너무 안에만 있었잖아요. 그러니까 좀 꾸미고 같이 나가보려고. 뭘 써볼까... 음, 당신이 나 몰래 딴놈들한테 다리 벌리면 안 되니까, 이건 내 거라고 이름을 좀 쓴다든가.”


볼펜보다는 뭉툭한 펜촉이 하얀 몸 위에 길을 낼 때마다 간지러워 몸을 부들부들 떨 수밖에 없었다. 몸 위에 글씨를 쓴다는 행위 자체가 주는 흥분감에 더해 어떤 문구가 제 몸을 덮을지에 대한 기대감이 엘사를 들뜨게 했다. 몇 부분은 짐작할 수 있을 것 같았지만 이제 섣부른 판단은 접어두기로 한 엘사였다. 벌써 몇 번이나 저를 앞질러간 주인이었지 않은가.

거침없이 펜을 놀리던 안나가 펜을 떼고 후후 불어댔다. 글자가 잘 마르길 바라는 건지 아니면 그냥 그런 시늉을 하며 엘사를 괴롭히고 싶은 건지는 알 수 없었다. 다만 소유물은 가벼이 이는 바람에 소름이 돋았다.

안나가 엘사의 몸 위에서 비켜나더니 다리 사이에 서서 상체를 숙였다. 엘사는 저를 지긋이 누르던 압박감이 사라짐에 조금 시무룩해졌다가 이내 숨을 헉 들이쉬어야 했다. 펜촉이 절대 닿아선 안될 것 같은 곳으로 향하고 있었으니까. 대부분의 성인이라면 까슬함이 느껴져야 하나, 부드러움밖에 남지 않은 그 끝머리가 갈라진 역삼각형에 선이 그어졌다.

안나는 제 아래 놓인 몸이 긴장으로 굳든 말든 제 할일을 위해 다시 손을 옮겼다. 위험한 것도 아니고 감정이 동하는 것도 아니니 굳이 신경 써줄 필요는 없었다. 이젠 허벅지 위. 문구를 고민하는 모습조차 보이지 않았다. 안나는 곧장 굽혔던 허리를 바로하며 말했다.


“궁금하죠? 내가 어떤 부끄러운 말을 당신 몸 위에다 적어놨는지.”
“네...”
“그럼 일어나서 거울로 확인해요.”


호기심이 동한 엘사가 제법 빠른 움직임으로 몸을 일으키고 거울 앞으로 걸어갔다.

거울로 확인한 제 모습은... 천박하기 짝이 없었다. 개목줄을 목에 걸고 검은 밧줄에 묶여서 가슴을 바짝 강조했고, 그 하얀 몸에는 상스러운 단어가 곳곳에 쓰여있는 꼴이란. 어디 저질 포르노에나 나올 법한 몸인데 목 위론 아카데미 수상 배우의 얼굴을 달고 있으니 퍽 우습기도 했다. 물론 가장 조소를 불러일으키는 건 그런 제 모습을 보고 흥분해서는 숨이 살짝 거칠어지고 가슴 끝을 바짝 세우고 있는 자신이었지만.

거울 속 자신을 관음하고 있자 주인이 뒤로 다가와 거울 속의 파란 눈과 시선을 맞추며 비릿하게 웃었다. 당신이 늘 머리에 담아두기만 하던 말을 내가 친절하게 직접 써주기까지 했는데 할 말 없어요? 엘사는 다리 사이가 젖어드는 걸 느끼며 자신을 희롱하는 말을 눈 앞에 두고 감사를 표했다. 주인은 그런 엘사를 비웃었고, 엘사는 몸이 달아올라서 아랫입술을 깨물고 발가락에 힘을 주어 견뎌내야 했다.

안나는 그런 엘사의 상태를 노골적으로 훑어보고는 강한 요구를 해왔다. 그럼 뭐라고 써져있는지 직접 읽어요. 천천히, 또박또박, 큰 소리로. 눈으로 보는 것과 직접 소리내어 읽는 것에는 아주 커다란 차이가 있었고, 암기력이 기본소양이자 미덕인 직업을 지닌 엘사는 소리내어 읽는 행위가 가진 파급력을 알 수밖에 없었다. 이걸 읽는 순간 제 몸에 적힌 단어는 뇌세포에 깊숙이 새겨져 절대 잊지 못하리라. 주인은 그런 걸 생각하고 제게 이런 요구를 하는 걸까? 엘사는 침을 꼴깍 삼킨 뒤 아랫입술을 꾹 깨물고 제 위에 써진 글씨를 읽기 시작했다.

가장 위에 있는 건 밧줄 때문에 양쪽으로 나뉘어 쓰인 쇄골 아래쪽 ‘↓It's not mine, it's YOURS↓’였다.


“내 것이 아니라... 당신, 거예요...”


가슴의 둔덕 위로 유륜을 넘을 듯 말 듯하게 동그라미가 쳐져서는 그 선을 따라 ‘suck me♡’가 쓰여있었다.


“빨아주세요...”
“하트 붙어있으면 다른 말투로 해야 하지 않겠어요, 응? 설마 여우주연상 받던 배우가 그걸 못하진 않겠지. 어어, 눈 감으면 화낼 거예요.”


치욕에 눈을 꾹 감으면서도 주인의 불호령에 번쩍 눈을 뜨는 자신이 어찌나 필사적이게 보이는지. 엘사는 수치스러운 동시에 아래가 움찔대는 것을 느꼈다. 인생을 바쳐 쌓아온 자신의 연기력을 이런 데에 쓰리라곤 상상도 하지 못했지만, 그 기분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자극적이게 좋았다. 엘사는 한번 쉼호흡 한 뒤 애교스러운 콧소리를 섞어 말했다. 빨아주세요♡ 주인이 만족스러운 웃음을 띠며 칭찬해왔다. 거 봐, 할 수 있잖아요. 잘했어요. 엘사는 단번에 오케이 사인을 내린 감독에게 감사를 전했다.

반대쪽 가슴엔 체크리스트처럼 ‘Blonde’, ‘Big Tits’, ‘Fuck Toy’가 앞머리에 체크표시를 단 채 세로로 나열되어있었다.


“금발, 큰 가슴...”
“음, ‘가슴’이라고 써져 있지 않은데요?”
“네? 어, 가슴... 맞는데...”
“아니요, 엘사. ‘뭐라고 써져있는지’ 읽어야죠. 맨날 박히고 질질 싸기만 하다보니까 이런 것도 어려워졌어요? 하... 그럼 당신의 그 멍청한 머리도 잘 알아듣도록 풀어서 말할게요. 글자 그대로, 읽어요. 난 당신이 스스로 생각해서 자의적으로 바꿔도 된다고 한 적 없으니까.”
“네... 죄, 죄송합니다, 주인님...”


당연히 기분 나빠야 할 원색적인 비난에 조금 울 것 같은 기분이었지만, 엘사는 지금 제 심장이 두근거리는  게 분노 때문이 아니란 것을 알았다. 그리고 어째서 소유물 주제에 스스로 생각하고 자율적으로 행동하려 했는지 반성하며 제 가슴에 써진 체크리스트를 다시 읊기 시작했다.


“금발 맞음, 큰... 빨통 맞음, 섹스용 장난감... 맞음...”
“음, 계속해요.”


기특하게도 체크 표시까지 읽었으나 일전의 건방진 행동으로 칭찬받지 못한 소유물의 시선이 내려갔다. 이제 읽을 것은 아랫배에 겹겹이 써진 ‘born to be fucked’, ‘free to use’와 음모가 있어야 할 부분에 그어진 아래 화살표였다. 화살표가 가리키는 곳이 어디인지는 명확했으나 그걸 어찌 말로 옮길지는 상당한 고민이었다. 하지만 머리 굴린다고 혼나기는 싫은데... 엘사의 길을 잃은 눈동자가 거울 속 안나에게로 향했다. 안나는 정말로 생각조차 지배하고 있는 것처럼 엘사가 망설이는 이유를 대번에 잡아서는 양털보다 더 하얀 몸을 지닌 제 소유물에게 속삭였다. 어딜 말하는지 알잖아요, 그걸 말해요. 엘사가 고개를 끄덕이곤 입을 열었다.


“박히기 위해 태어났어요, 마음껏 사용하세요. 이... 구멍을요.”


마지막 단어를 입에 담는 순간 얼굴이 화끈해졌지만, 동시에 또 움찔거린 아래가 젖어들다 못해 몇 방울을 바닥에 토독 떨어트린 것 또한 느껴졌다. 얕은 숨을 들이쉬고 내쉰 엘사가 허벅지에 쓰인 ‘today ____ times used’를 바라보았다. 저건 어떻게 읽어야 하지? 오늘은... 주인님이 구멍을 사용하신 적이 없는데...


“음, 오늘은 쓴 적 없어서 그건 못 읽겠네요.”
“네에...”
“그럼, 이렇게 하죠. 당신이 원하는 횟수를 말해요.”


엘사가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 오늘... ‘주인님이 원하시는 만큼’ 번 사용됐어요. 아까의 실수를 만회하겠단 듯 예쁘게 구는 소유물이 귀여워서 주인은 웃음을 터트리는 수밖에 없었다. 엘사는 자신의 잔꾀가 통한 것이 기뻐 그대로 미소를 머금었고, 안나는 엘사의 등 뒤에 바짝 붙어서 품에 껴안는 듯이 엘사의 손에 펜을 쥐여줬다. 엘사는 이것이 주인이 내리는 상이라는 걸 잘 알고는 자신에게 붙은 주인의 몸을 마음껏 느꼈다. 허벅지 안쪽으로 점성 있는 액체가 흘렀다.


“엘사가 한번 써볼래요? 여기, 자리 비었으니까.”


엘사가 펜을 쥐고 자신의 윗배를 바라보았다. 작은 글씨라면 많이 쓸 수도 있을 것 같지만, 그러다가 너무 욕심이 많다고 혼나는 건 아닐까? 그렇지만 너무 쉬운 단어나 문장을 선택해도 주인의 심기를 거스를 수 있었다. 엘사는 고민고민하다 주인의 이름을 먼저 쓰고는 다시 생각했다. 그러다 번뜩, 무언가를 빠르게 써내려갔다. 자신의 팔찌에 새겨진 그것, 자신이 선택한 또 다른 이름을.


“안나의... 주인님의 암캐예요.”


하, 안나가 미간을 찡그리며 감탄했다. 시무룩해하고 수치심에 젖다가도 예쁨 받고 싶어서 잔뜩 꼬리를 흔드는 이 여자를 어찌해야 할까. 저를 만나기 전엔 제대로 된 주인을 만나본 적 없다고 했으니 이건 제게 잘 길들여진 결과인 건지, 아니면 애초에 타고난 건지. 어느쪽이든 상관은 없었다. 어쨌든 지금 목줄을 틀어쥐고 있는 건 저였으니까.

나 잘했어요? 주인의 눈치를 보고 있는 파란 눈이 그렇게 말하는 듯했다. 안나는 백금색 뒷통수에 손을 올려 쓰다듬어주었다. 그리곤 뿌듯함으로 눈을 휘며 웃을 때, 쓰다듬던 손을 아래로 내려서 등에 위치시키곤 힘을 줘서 앞으로 쭉 밀었다. 그 갑작스러운 힘에 엘사가 휘청거리며 무게중심을 잃고 상체가 쏟아지듯이 밀려나갔다. 겨우 한 발을 앞으로 딛고 벽에다 양 손을 짚어서 다치지는 않았지만, 순간적으로 반사신경이 고장났대도 주인이 저를 보호해주었으리라.

주인이 소유물의 골반을 잡아서 제 쪽으로 당기자 소유물은 그 제스쳐가 뜻하는 바를 알고서 허리를 뒤로 더 빼고 아래로 휜 아치 모양을 만들었다. 구두가 맨 발을 양 바깥쪽으로 툭툭 치니 다리 간격도 더욱 넓혀서는 아래 상황이 훤히 보이는 민망한 자세가 되었다. 며칠 떨어져있고 난 뒤 몰래 혼자 열을 풀었는지 아닌지 검사 받을 때의 자세. 엘사는 살짝 엉덩이를 흔들까 생각하다 그것까진 귀여운 도발로 여겨지지 않을 것 같아 생각에만 그쳤다.

주인의 손이 엉덩이를 쓰다듬자 엘사가 낮은 한숨을 쉬었고 이유없이 그 하얀 덩어리를 손바닥으로 내려칠 땐 아, 아! 하고 충실히 반응하며 물을 흘려댔다. 살짝 분홍빛이 된 엉덩이를 한손 가득 꽈악 쥐고 주무르면 으으응... 하고 비음 섞인 소리를 내며 발뒷꿈치까지 바짝 들어서는 아직 한 번도 주인의 손길이 닿지 않은 그 깊은 곳이 더 잘 드러나게 했다.


“어디에서 배웠길래 이렇게 예쁜 짓을 하지?”
“으응... 주인님한테서... 배웠어요... 주인님이 잘, 흐으으... 길들여주셔서... 앗!”


안나가 또 엉덩이를 찰싹 내려치는 변덕을 부리고 말했다. 여기서 기다려요. 자세 흐트러지면 안 되는 거 알죠? 엘사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네, 얌전히 기다릴게요.

엘사는 주인의 발걸음이 멀어지는 소리를 들으며 그 거리를 가늠해보았다. 그리고 희미하게 들리는 물소리. 화장실에서 손을 씻고 바로 돌아오시려나? 다시 발걸음 소리가 커지지 않았으니 그건 아니었다. 그렇다면 방에 도구를 가지러 간 게 분명했다. 딜도? 바이브레이터? 이 자세라면... 뒤에서 박아주시는 건가? 안 해본 걸 한다고 했으니 이번에야 말로 아래에 난 구멍을 다 쓰려고 하실지도 몰라... 전에 겁을 주려고 말한 내용을 떠올리곤 침을 삼켰다. 숨을 쉴 때마다 차가운 거울에 뜨거운 입김이 일어 수분감이 느껴졌다.

엘사의 머리가 어지러운 난장이 되어갈 때도 주인은 돌아오지 않았다. 주인과 떨어진 시간은 어쩜 이리 길게도 느껴지는지. 시간의 상대성을 확인하며 발 앞꿈치와 종아리에 힘을 주어서 자꾸만 스르르 내려가는 몸을 바로 잡았다. 엘사가 집안에 보관된 도구의 종류를 떠올리며 각각의 가능성을 점치고 있자 그리운 발소리가 점점 가까워졌다. 그 한 쌍의 구두는 꽤 느긋한 소리를 내고 있어서, 주인이 일부러 천천히 움직였단 사실을 알게 되었다.

주인은 무언가를 의자 위에 놓더니 엘사에게 다가갔다. 아래로 쏠린 가슴, 곡선을 그린 허리, 하얀 몸에 솜뭉치처럼 달려있는 엉덩이. 그 모두를 강조하기 위해 애쓰고 있는 것 같은 모습에 주인은 즐거움을 느꼈다. 주인은 한 쪽이 붉게 물든 엉덩이 사이, 색도 모양도 질감도 이질적인 부위에 손을 대었다. 오래도록 기다려온 손길에 눈꺼풀이 파르르 떨렸다.


“잘 기다렸네요.”
“네에...”
“이제 나갈 준비할까요?”
“네에...?”


그러고보니 아까 그런 말을 했었다. 꾸미고 나가보려 한다는. 그런데 이런 상태, 이런 자세를 만들어놓고 무슨 외출 준비를 한다는 것일까. 혼란스러운 마음이 무언가 제 안을 가르고 들어오는 느낌에 희석되어 사라졌다. 그건 절대 손가락 같은 게 아녔다. 좀 더 크고 딱딱하며 짧은 무언가... 바이브레이터일까? 엘사가 주인이 아래에 물려주는 것을 받아들이자 둥그런 것이 안으로 쏙 들어왔다. 그랬더니 주인은 엘사의 배를 가로지른 로프에 무언가를 끼워놓고는 자세를 풀어서 자신이 방금 뭘 했는지 확인해보란 것이 아닌가.

다소 어리둥절하게 뒷꿈치를 내리고, 상체를 바로 세운 엘사가 뒤로 물러나 다시 거울에 제 몸을 비추었다. 로프에 끼워진 것은 조그만 유선리모컨이었고, 그 선은 아래로 죽 이어져 화살표의 머리가 가리키는 방향으로 들어가 자취를 감췄다. 엘사는 이것의 정체가 무엇인지 알았다. 리모컨을 조작하면 진동하는 에그. ‘나갈 준비’라는 것에 절대 포함되지 않을 것만 같은 물건이었다.

안나는 입고 왔던 코트 대신, 드레스룸에 걸려있던 벤치코트를 내려서 휙 휘둘러 입었다. 그리곤 옆에 걸린 비슷한 디자인의 벤치코트를 한 벌 더 내려선 엘사의 맨 어깨 위로 걸쳐주며 말했다. 어서 입어요, 나가게. 지금 걸쳐준 외투 말곤 안에 아무것도 입지 말란 뜻이 분명했다.

일단 내려진 명령에는 따라야 했다. 엘사는 추운 촬영 현장에서 얇은 의상을 입고 대기할 때나 입던 커다란 외투에 팔을 끼워넣었다. 종아리를 살짝 넘어서까지 덮는 게, 안에 스커트를 입은 사람처럼 보일 것이다. 지퍼를 잘 잠그고 있는 한에서만. 그 조건이 잘 지켜질지는... 조금만 생각해보아도 불분명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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