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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ㅋㅋㅋㅋㅋㅋㅋ 좀 웃긴 거 생각났네

태정태세문단속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3.12.28 01:26:16
조회 337 추천 15 댓글 5



 오큰은 저녁 알바와 같이 마지막으로 매장에 대걸레질을 하고 있었다. 새벽 알바가 오기 전에 대충 정리해둬야 아침에 안 바쁘고 편했다. 오큰의 카페도 점점 안정적인 수익을 벌어들였고, 초창기처럼 월세 걱정을 할 필요가 없어져서 마음이 놓였다. 요즘은 밤 늦게까지 하는 목욕탕에 가서 사우나를 좀 하다가 집에 들어가 푹 자기까지 했다. 전에는 사우나고 뭐고 그냥 잠도 못자고 일하거나, 누워서도 가게 걱정에 머리가 아파서 잠들지도 못했다. 그에 비하면 지금은 얼마나 천국같은 삶인가!


 오큰은 콧노래가 절로 나왔다. 흥얼거리며 장식용 화분에 물을 주고 겁내 커다란 나뭇잎을 마른 수건으로 닦고 있으니 창가에 앉아있던 손님 테이블로 일행이 오는 게 보였다. 마침 절묘한 각도로 딱 그들이 보였는데, 진짜 누가봐도 뭔 일이 일어날 것 같은 분위기의 기 존나 쎈 여자 둘이었다. 뒤늦게 온 여자는 붉은 기 도는 갈색 머리였는데, 급하게 뛰어온 듯 숨이 조금 거칠었다. 밖이 저리 추운데 뛰어왔는지 코 끝은 물론이고 볼까지 붉게 얼어있었다. 벙어리 장갑을 벗으며 자리에 앉는데, 맞은편에서 기다리고 있던 여자는 평온하게 긴 백금발 머리카락을 손가락으로 빗어서 한쪽으로 넘기더니 살짝 땋았다가 다시 풀고는 주문하겠다며 손을 들었다. 뭐지 우리 가게는 키오스크로 주문하는데. 오큰은 당황했지만 그래도 분위기 맞춰주자고 생각해 다가가서 주문을 받았다.




 "안나, 많이 춥지. 핫초코?"

 "애 취급하지 마세요. 커피 마실 거예요.."

 "그래? 난 핫초코 마시고 있었는데."

 "...마음대로 시키세요."




 그러더니 금발 여자는 소리없이 웃으면서 핫초코를 한 잔 더 주문하며 카드를 건넸다. 오큰은 이게 뭔 상황일까 조금 호기심이 들었다. 붉은 머리 여자는 기분이 안 좋은지 인상을 좀 쓰고 있는데, 금발 쪽은 한참 전부터 저 자리에서 붉은 머리 여자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 같고, 딱딱한 분위기도 아니었다. 무슨 조합이람. 오큰은 자신이 진동벨을 가져다 줘야하나, 아니면 그냥 음료를 가져다 줘야하나 좀 고민하다가 어차피 카드도 다시 돌려줘야하고, 산통 깨기 싫어서 핫초코를 서빙했다. 그 잠깐 사이에 이야기가 진행됐는지 붉은 머리가 조금 화내고 있었다.




 "적당히 안 오겠다 싶으면 그냥 집으로 갔으면 됐잖아요."

 "그래도, 네가 처음으로 먼저 만나자고 한 거니까."

 "당신을 몇 시간이고 기다리게 만든 거 아빠가 알면 어쩌려고요. 나 엿 먹이려고 그러는 거예요?"

 "그럴리가. 그 사람은 신경도 안 쓸텐데."

 "뭐라고요? 왜 그딴 인간이랑 도대체...."

 "왜? 신경쓰여?"




 씨발 분위기 뭐야. 둘이 뭔 사이야. 오큰은 아무렇지 않은 표정을 유지하려고 노력하면서 장식용 식물을 닦던 걸 내버려두고 이미 대걸레질까지 마쳤음에도 다시 빗자루를 가져와 그들의 주변을 서성거렸다. 이러면 안되는 거 알지만 진짜 너무 흥미진진했다. 와 이거 같이 봐줄 다른 알바생들 없나. 오큰은 침을 꿀꺽 삼키며 있지도 않은 먼지를 찾아 헤맸다.




 "뭐? 왜 그런 걸 물어봐요."

 "그냥. 추운데 이렇게 뛰어와주는 것도 그렇고."

 "곧 새엄마 될 사람이라고 소개 받았는데 신경 안 쓰는 게 더 웃기잖아요."

 "그래? 새엄마? 정말 그렇게 생각하는거야?"

 "....."

 "그날 밤에도 그런 생각을 하면서 했던거야? 조금... 의외의 취향이네."

 "그게 무슨 소리예요! 오해라니까....! 그건 그냥...."

 "그냥?"




 붉은 머리 여자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오큰은 엿듣는 거 들킨 줄 알고 놀라서 몸을 크게 움찔거렸다. 금발 여자는 조용히 웃으면서 진정하라고 손짓했다. 붉은 머리는 후- 앞머리를 불더니 다시 자리에 앉았다. 오큰은 안도의 한숨을 쉬면서 상상의 나래를 펼쳤다. 그날 밤이라는 게 뭔소리일까. 뭘 한 걸까. 아니 그것보다 새엄마라고? 나 이거 보고 있어도 되나? 진짜 정신 나갈 것 같았다.




 "그런 날에 당신을 혼자 냅두기나 하는 사람이 뭐가 좋다고 만나는거예요? 진심으로 취향이 궁금할 지경이야."

 "음? 이상한 걸 물어보네. 굳이 말하자면, 돈이 좋은거지."

 "그거라면 차라리 이해가 간다."

 "이해해줘서 감사해하면 되려나."




 붉은 머리는 불만인 얼굴로 한숨을 쉬고는 잔에 있던 것을 한 모금 마셨다. 그렇구나. 그래 돈 좋지... 오큰은 요즘 돈의 맛에 빠져있던 터라 조금 고개를 끄덕였다. 머릿속으로 관계를 한 번 정리해봤다. 그러니까 금발이 붉은 머리의 아버지 돈이 좋아서 연애를 하는 중이라는거지? 붉은 머리는 별로 마음에 안 들어 하는 거 같은데, 그거 이상으로 둘 사이에 뭔가가 있는 거 같다. 이래서 사람들이 막장드라마를 좋아하는 걸까. 이 맵고 자극적인 느낌.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은 그거였어? 왜 너희 아버지하고 만나는지?"

 "하... 그래요. 하고 싶은 말."




 붉은 머리 여자가 핸드폰을 꺼내 조작했다. 이내 금발의 핸드폰에 알람이 울렸다. 붉은 머리가 턱짓을 하자 금발이 핸드폰을 확인하더니 내내 유지하던 여유로운 표정이 당황으로 물들었다. 붉은 머리가 입을 열었다.




 "그 돈 받고 아빠랑 헤어지세요."

 "우와...."




 금발이 감탄사를 내뱉는데, 오큰도 속으로 똑같이 감탄했다. 요샌 돈봉투 안 주는구나! 인터넷뱅킹! 21세기 미쳤네. 아마 금발도 오큰과 비슷한 심정이 아닐까. 붉은 머리는 다시 한 번 핸드폰을 조작했다. 또 금발의 핸드폰이 울렸다. 금발이 확인하고는 놀라서 눈을 크게 뜬다.




 "대신 나랑 만나요. 그 돈 다 줄게요. 돈 좋다면서요?"

 "뭐?"

 "와우!"




 오큰은 이번에야말로 입밖으로 소리를 내고 말았다. 둘의 시선이 오큰으로 향했다. 오큰은 혼잣말인척 휘파람을 불며 자리를 떴다. 카운터를 정리하는 척 다시 둘을 흘끔거리는데, 둘은 말을 조금 주고 받다가 곧 일어나서 카페를 나섰다. 오큰은 심장이 벌렁벌렁했다. 술자리 레전드 썰 하나 생겼네. 중얼거리면서 새벽 알바가 오기를 기다렸다. 여기 또 오려나. 솔직히 뒷얘기가 궁금했다.





-

떠올릴 땐 좀 웃겼는데 쓰고나니까 노잼이네

뭔가 라노벨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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