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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Stolen Ice 52

재키브라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4.02.03 17:39:30
조회 165 추천 18 댓글 5



*영알못. 의역 오역 범범. 완전 엉뚱하게 번역 했을수도 있으니 이 글은 대충 참고만 하고 원문으로 다시 읽는 걸 추천. 농담 아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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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52*: Dear Jane




제인에게,

난 어제 물리치료사한테 쓴소리 좀 듣고 진통제 처방 받아서 퇴원했어. 그는 나를 거의 상담사한테 보낼 뻔했어. 내가 우울증에 걸린 것 같다더라. 그래서 아니라고, 그냥...병신 같은 새끼가 하나 있어서 그런 거라고 했지. 짧게 말하자면, 그는 날 상담사에게 보내는 대신 '나의 불만'을 종이에 적고 공처럼 뭉쳐서 컵에 던져보라고 했어. '무슨 일이든 한 달 내에는 사소해진다'라나. 그럴 거라고 생각은 하지만, 지금은 뭐든 해보려고. 그래서, 내 첫 번째 불만 사항:

넌 진짜 개새끼야.

엿 먹어,


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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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25일


"...8년이나 지났지만, 친구들과 어울리는 게 여전히 힘들어요. 알죠? 친구들은 저한테 그런 얘기를 안 하니까, 어쩌다 실수로 저한테 술 한 잔 권하고는 죄책감을 느끼더라고요. 그들 잘못이 아니죠. 하지만 분위기가 이상해져서는, 언제나 뭔가가...우릴 갈라놓는 뭔가가 있어요. 친구들이 최선을 다하고 있는 걸 알아요. 저도 그렇고요. 그렇다고 그게 덜 짜증 나는 건 아닌데, 그냥, 모르겠네요. 전 중독자인데 그들은 아니라는 걸 견디기 힘들어요. 그게 제가 가진 전부 같이 느껴져요."

스태튼 아일랜드 북쪽 끝에 위치한 YMCA 체육관의 침침한 조명이 어둡고 우울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가운데, 트럭 운전사 모자를 쓴 반백의 노인이 작은 금속 의자에 앉아 있었다. 제인은 불이 켜지지 않은 금속 서까래 위에 몸을 숨기고 앉아 장갑 낀 손을 꽉 쥐었다 펴길 반복했다. 그들이 이쪽 구역의 불을 켜려고 했더래도 켜지지 않았을 것이다. 스위치를 누르는 순간 전구가 흔들리거나 폭발할 테니까.

그녀의 힘은 14번째 장례식 이후로 예측할 수 없이 무자비해졌다.


그녀는 참석자 대부분이 체육관을 나갈 때까지 기다렸다. 남아 있던 한 사람은 커피포트가 있는 간이 테이블을 접고는 다음 날 밤에 있을 모임을 위해 브랜드 없는 쿠키들을 비닐봉지에 담았다.


"실례합니다."

구멍 난 컨버스를 신은 청년이 뒤돌아 체육관 안을 훑어보았다.

"계세요?" 그가 허공에 대고 물었다. "거기 누구—오!"

"죄송해요." 제인은 떨어진 쿠키들을 주워 들며 중얼거렸다. "전... 그럴 생각은... 전... 모임에, 참석하고 싶었는데, 그럴 수가 없네요, 제 말은..." 제인은 쿠키들이 담긴 플라스틱 쟁반을 가까운 의자 위에 올려두었다. "전 사람들과 잘 어울리지 못해요."

"근데... 도움을 원하는 거죠?" 남자가 그녀에게 물었다. 그는 아직 서른도 되어 보이지 않았는데, 입가에 주름이 패였고 턱엔 짧은 수염이 듬성듬성 솟아있었다. 눈에는 걱정과 부담이 담겨 있었다.

제인은 그런 모습에 보탬이 되고 싶지 않았다.


"아뇨," 제인은 말을 더듬으며 어둠 속으로 한 발짝 물러났다. "죄송해요, 이건 잘못된 생각—"

"왜 캣우먼처럼 입고 있어요?"

"미안한데 뭐라고요?"

"전부 검은 색이네요. 거기다 모자까지? 꼭 샐리나 카일 같은데, 가죽은 아니네요. 솔직히 그 점이 제일 멋져요."

"이건... 모르겠어요. 제가 가진 건 이게 다라서요." 제인은 어둠 속에서 양손을 꽉 쥐어짜며 말했다.

"우리가 도와줄 수 있어요." 그가 부드럽게 말했다. "머물 곳은 있어요?"

"하!" 제인은 연약히 웃었다. "그건... 제 문제는 그런 게 아니에요."

"그럼 그 문제가 뭔지 말해주지 그래요?" 그가 앞쪽에 있는 빈 의자에 대고 손짓하며 말했다. 그는 양손을 들고는 그녀에게서 제일 멀리 떨어져 있는 의자에 앉았다. "그럴 의무는 없지만요. 그냥 당신이 해야 할 말을 듣고 싶을 뿐이에요."

"분명 귀가 따가울 거예요." 제인이 긴장한 채 자리에 앉으며 대답했다. "잡아두게 돼서 미안해요."

"전 제레미아예요, 줄여서 제리." 그는 그녀의 마지막 말을 떨쳐내며 말했다. "이름을 말해주고 싶다면, 괜찮아요. 그냥 성만 말해줘도 되고, 아님 아무것도 안 알려줘도 되고. 전 그냥 당신 얘길 듣기 위해 있는 거예요."


제인은 눈썹 사이를 긁적였고, 호전적이고 가성적인 전하가 장갑 아래에서 웅웅 울리는 것을 느꼈다. 코트 저 끝의 불빛이 껌벅거렸다.


"믿든 안 믿든, 제 이름을 말해주고 싶어요." 그녀가 말을 시작했다. "하지만 지금은... 제 인생에서... 그게 뭔지 모르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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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27일


제인에게,

지난 장례식에서 널 봤어. 네가 가능한 한 많이 참석할 걸 알았지. 넌 언제나 지나치게 고결했으니까. 넌 아마 네가 그런 일을 겪어도 싸다고 생각하고 있을 거야. 네 검은 옷, 거기 잘 어울리더라. 근데 그 뒤에 넌 어떤 남자를 껴안았어. 어떤 이상한 애를, 다른 애들한테서 빼내서 그를 안아 줬어...

넌 날 그런 식으로 안아주곤 했었는데.

묘비들 너머로 내 얼굴을 봤지. 영구차 헤드라이트가 깜박이는 걸 봤는데, 그 애를 안아준 것처럼 날 안아주러 오지 않은 걸 보면 아직도 날 볼 때 무슨 문제가 있나 봐.

그치만 넌 전화했어. 진짜로 했더라. 그게 너인 걸 어떻게 알았는지 알아? 난 이 폰을 삼 일 전에 구했고, 아무한테도 번호를 알려주지 않았거든. 그래, 네가 준 폰은 더 이상 안 써. 그리고, 맞아. 나 아직 엄청 힘들어. 아마 좀 취하기도 했을 거고. 이것 봐, 우리한테 DNA 말고도 또 다른 공통점이 있네. 네가 전화했는데, 난 안 받았어.

네가 날 떠났으니까.

네 음성 메일을 듣고 또 듣지만, 예전 폰은 그만 써야 했어. 거기엔 너무 많은 사진과 동영상이 있으니까. 크로넛에 뿌려진 설탕 때문에 재채기하는 네 모습을 보면서 내가 어떻게 화를 낼 수 있겠어? 야구 모자 쓴 네 모습은 또 어떤데? 햄튼의 해변에서, 네가 내 뺨에 키스하고 난 카메라를 향해 윙크하고 있는 사진이 있는데, 모든 게 완벽히 영원할 것처럼 보이더라. 네 손이 내 얼굴 위에 있고, 넌 땋은 머리를 말아 올리고 있는데, 난 그냥... 우리가 가졌던 것들에 너무 빠져들어 버려. 그래서 그 폰을 치워버리려고 다른 걸 구해야 했지만, 쓸데없는 짓이었네. 네가 새 폰에도 어떻게든 전화를 걸었으니까. 그리고 내가 널 지워버릴 수 없다는 걸, 널 절대 지우고 싶지 않다는 걸 두고, 기뻐해야 하는 건지 슬퍼해야 하는 건지 잘 모르겠어.

지금 당장은, 그냥 그 전화를 받지 않은 내게 화가 나.

개새끼라고 해서 미안해.


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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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1일


"5일째요?"

"네."

"4일보다는 낫군요."

"통찰력이 굉장하네요."

"이 과정엔 통찰이랄게 없어요. 그게 바로 과정이라는 거죠. 그걸 왜 단계라고 부르는진 알죠? 한 발, 또 한 발—"

"하루에 한 발짝. 너무 공허하고 사기를 꺾는 말이에요. 왜 '하루 그리고 일 년 뒤로 점프'라고 하지 않는 거죠?" 제인은 겨드랑이 사이에 양손을 포근히 끼워 넣은 채 물었다. 그녀는 제리와 함께 YMCA의 구린 사무실에 앉아있었고, 미지근한 커피잔이 지저분한 책상 위를 차지 하고 있었다.

"그럼 힘든 일이 없겠죠."

"전 힘든 일에 반대하는 게 아니에요. 결과를 빨리 얻을 방법이 있는지 알고 싶은 거죠."

"당신은 음주가 당신 삶에 끼친 영향을 받아들이고 인정해야 해요. 여기서 도움을 받길 원하지만, 배경이나 사정을 모호하게 밝혔죠. 이건 익명이니, 이해는 해요. 하지만 당신 스폰서에겐 좀 더 들어줄 여유가 있다고요, 알겠죠? 당신이 안전하다고 느끼게 만들어 주는 게 제 일이에요. 술병 뜯는 걸로 끝나게 되지 않을 그런 안전함 말이에요."

제인은 의자 등받이에 위태롭게 등을 기댄 채 침을 크게 꼴깍였다.

"기밀 유지... 조항 같은 게 있나요?" 그녀가 물었다.

"익명이죠."

"아뇨, 그건 알겠어요. 하지만 제가 만약... 중범죄를 저질렀다면? 그건 어떻게—"

"약물 중독자 모임에선 회의를 열고, 대화를 나누고, 깨끗한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죠. 마약 소지는 양이나 종류, 주에 따라 중범죄가 될 수 있어요. 그러니 저와의 대화는 아무런 문제도 되지 않을 겁니다. 전 헤로인을 밀매했어요. 그게 제 일이었죠. 하지만 이제 그런 일은 하지 않아요. 지금은, 사람들을 도우려고 애쓰고 있죠."

"저도 사람들을 돕고 싶어요." 제인이 조용히 말했다. "하지만 전 뭔가를 더 악화시키기만 하는 것 같아요."

"그건... 장례식들하고 관련이 있나요? 최근에 자주 다녀왔다고 했죠."

"네."

"그 얘기 하고 싶어요?"

...

...

...

"아뇨."

"알았어요. 저번에 당신 이름을 모른다고 했죠. 그 얘기를 해보는 건 어때요?"

"그것도, 아뇨."

"그럼 무슨 얘길 하고 싶어요? 뭐든 괜찮아요. 영화, 스포츠, 책, 이런 명백한 자기혐오 말고, 꺼낼 수 있는 어떤 얘기든요."

제인은 몸을 더 바짝 웅크렸다.

"제... 그녀를 뭐라고 불러야 할지 모르겠네요. 그녀는— 모르겠어요. 우린 같이 일했는데, 그러다 복잡해졌어요."

"당신의 음주가 그녀에게 영향을 끼쳤나요?"

"네. 하지만 제가 술을 마시는 건 그 때문이에요. 그녀에게 영향을 끼친 일 때문에. 사람들이랑 어울리는 걸 더 쉽게—"

"음주가 그녀 곁에 있는 걸 더 쉽게 만들어 주나요?"

"아니에요! 그녀를 만났을 땐 술을 끊은 상태였고, 그녀와 함께 할 때도 그랬어요. 그러다 최근의... 어떤 사건 때문에, 다시 시작했어요 . 절... 억누르려고... 상황을... 견뎌보려고..."

"하지만 그게 그녀와의 관계를 해치고 있고요?"

"그거랑, 다른 문제들이 백만 가지 더 있죠."

"하지만 그녀를 잃고 싶진 않죠, 그쵸?"

"네. 그녀는 제게 있어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존재예요."

"그럼 그녀에 대해 얘기해 봐요. 그녀가 당신이 이런 고난을 겪을 만큼 가치 있는 존재인 이유를 말해줘요."

"좋아요, 알겠어요." 제인은 망설이듯 숨을 들이마시며 웅얼거렸다. "모든 걸 말할 수 있을 것 같진 않지만... 그녀는... 그녀를 A라고 해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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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3일


제인에게,

다시 전화해 줘서 고마워. 괜찮다는 얘길 들으니 좋더라. 네 목소리는...음, 좋아지지 않아서 좀 무서웠어. 네가 괜찮다는 걸 직접 보고 알 수 없다는 게 날 두렵게 해. 내가 네게 이런 짓을 했다는 게 날 두렵게 해. 내가 다른 사람들에게 저지른 일을 생각하게 해. 몹쓸 짓 정도가 아니라, 진짜 나쁜 일이었지. 그건 나도 알아. 하지만... 사기의 여파? 파급력은? 내게 당한 사람들에겐 가족이나 직원들이 있었고, 물론 그들 중 일부는 나쁜 놈들이었겠지. 하지만 다른 사람들은 아니었을 거야. 그 가족들이 나 때문에 고통받을 이유는 없을 텐데. 넌 처음부터 그걸 알고 있었어. 내가 보지 못한 앞일을 봤지. 그리고 그게 바로 네가 숨어버린 이유고.

저번 장례식에서 봤던 그 애? 프로그램을 봤어. 그 애 엄마였어, 제인. 우리가... 내... 내가 그의 엄마를 죽였어. 뒤틀리고, 우회적인 방법으로, 그 애 엄마를 죽여버렸다고. 내가 미안하지 않다고 했던 거 알아. 하지만 지금은... 이젠 내가 뭔지도 모르겠어.

널 생각하며,


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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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12일


"그런 몸매를 유지하는 비결이 뭔가요?" 제리가 물었다.

"네?"

"당신은 정말 날씬해요. 제 말은, 당신은 아직 젊으니까 아마 여전히 십 대 수준의 신진대사를 유지하고 있겠지만, 그래도 뭔가 더 하는 거 맞죠? 유산소 운동? 여자들이 워킹 머신을 좋아하는 건 아는—"

"요가. 전 요가를 해요."

"오, 좋았어! 전 당신이 제대로 생각할 시간에 대해 어떻게 얘기를 시작할지 궁금했어요."

"제가 생각할 시간이요?"

"들어봐요," 제리가 말을 시작했다. "—이 프로그램은 오래전부터 있었어요. 전 당신이 부처, 예수, 아니면 유니콘이나 뭐가 됐든, 뭘 믿든 신경 쓰지 않아요. 하지만 도움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닫고 이를 받아들이는 건 프로그램의 한 부분이죠. 도움을 요청해도 괜찮고, 스스로 중심을 잡고 머리를 비우는 것도 괜찮고, 자신보다 더 큰 무언가의 존재를 인정하는 것도 괜찮아요. 몸의 중심을 잡고 머리를 비우는 건 요가를 할 때 중요한 부분이에요. 그러니 그런 점에서 볼 때 당신은 어느 정도 앞서있는 거죠. 만일 제가 부재중이거나 당신이 A와 화해하지 못한다면 점점 더 술을 참기 힘들어 질거예요. 제 말은, 배출구가 있는 건 좋은 일이란 뜻이죠. 한 바구니에 모든 계란을 담을 순 없으니까요. 이해했나요?"

"아뇨. 우리 얘기가 예수에서 요가에 술에 계란 얘기로 빠졌네요. 당신이 어떻게 상담사로 뽑힐 수 있었던 건지 궁금해지고 있어요."

제리는 삐뚤빼뚤한 치아를 드러내며 싱긋 웃었다. "농담하는 건 처음 들어보네요. 전 당신이 로봇인 줄 알았는데."

"제가 C-3PO 성대모사 하는 걸 한 번 봐야겠네요."

"스타워즈?"

"A를 위해서였죠."

"뭐, 제 말은, 버팀목을 다른 버팀목과 바꿀 순 없단 뜻이에요. 많은 사람들이 술을 끊고 마약에 빠져요. 그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죠. 누군가는 담배에 빠지기도 하고, 아니면 어떤 사람에게 빠지기도 하죠. 그리고 그 사람이 사라지면 온 세상이 무너지기도 하고요. 당신은 그런 일에 대해 뭔가 알고 있는 것 같군요." 제리는 다 알고 있다는 듯 말을 마쳤다.

제인은 고개를 끄덕이며 몸 위로 팔짱을 꼈다. "불행히도, 그래요."

"당신은 중독자예요. 스폰서는 당신을 도울 거고, 가족들도 어느 정도는 돕겠죠. 하지만 나머지는 당신에게 달려있어요. 자신을 숨기지 말고, 용기를 내서 당신의 의존성에 직면해야만 합니다. 일이나 가족 외에 다른 성취를 찾아야 해요. 제 제안은: 월요일, 수요일, 금요일에 초급부터 고급까지 단계가 나뉜 요가 수업이 열려요. 선생님은 진짜 선종이고, 차분하고 멋져요. 한 번 가보지 그래요?"

"말했잖아요. 전 사람들과 어울릴 수 없어요."

"당신의 그 신비로운 '상태'. 그냥 반사회적인 건 아니죠?"

"이건 치명적이에요." 제인이 말했다.

"그런데, 전 아직 여기 멀쩡히 있네요." 제리가 건성으로 손을 흔들며 말했다. "제게 조금 말해준 것들을 보면, 당신은 비정상적인 직업을 가지고 있고 정상적인 시간을 지키지 않죠. 당신은 아마 그냥 샐쭉거리며 앉아 있을 테고, 그건 알콜중독자에게 제일 필요 없는 일이에요. 도움을 청하러 왔죠. 그건 좋은 일이에요. 그리고 A와 소통하려 노력하고 있죠. 그것도 좋은 일이에요. 요가 수업 뒤쪽에 앉아보는 건 어때요? 아무한테도 말 걸지 않아도 괜찮아요. 그냥 숨 쉬고, 스트레칭하고, 그 수업에서 당신들이 하는 거 뭐든 해봐요."

요가 수업 시간이 적힌 제리의 포스트잇을 받아 든 제인의 뺨이 붉게 달아올랐다. 그리고 그녀의 정신은, 베이컨에 대해 뭔가를 더듬거리며 말하곤 얼굴을 붉히던, 몸에 딱 붙는 요가복을 입은 자신을 빤히 바라보던 어린 여자, 안나와 함께한 아침으로 떠내려갔다.


"노력해 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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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15일


제인에게,

오늘 내 창고로 돌아왔어. 일주일 정도 잠복근무하듯 지켜봤었지. 낡은 차 앞좌석에 앉아서 주유소 커피를 마시고 옛노래를 들으며 긴 밤을 보냈어. 너도 거기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그건... 사실 좀 괜찮은 일이었어. 책도 읽었고. 알아, 안다고. 책을 읽었으면 잠복근무를 제대로 했다곤 못 하겠지, 그치? 하지만 검은 정장을 입은 무서운 남자들도 없었고, 한스나 다른 공격적인 독일인들도 없었어. 그래서 창고로 다시 돌아가 봤어. 그리고 난 내가 자라는 동안 함께 한 모든 얼굴들, 꼬마적부터 사랑했던 그림들, 내 암울했던 날들을 지켜봐준 사람들에게 둘러싸였지. 스페인에서 1시간을 보냈고, 자기혐오에 갇힌 기분 때문에 포스트모더니즘 시대에서 또 1시간을 보냈는데, 파리에서 3시간을 보내면서 자기혐오에서 벗어나 좀 밝아졌어.

이것들과 다시 함께 있을 수 있어서 정말 좋았어, 제인. 네가 이것들을 꼭 봤으면 좋겠어. 액자 하나하나에 담긴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을 텐데. 그림 자체에 대한 거 말고! 각각에 얽힌 내 이야기들 말이야. 내가 이 그림을 어떻게 좋아하게 됐는지, 어떻게 훔쳤는지, 창고로 배송하고 넣기 위해 뭐가 필요했는지. 그런데 그 얼굴들과 풍경, 정물화를 보면서 깨달은 건데... 내가 해야 할 일이 좀 있는 것 같아.

난 나로서 혼자 있는 방법을 모르겠어. 난 너무 많은 이야기에 둘러싸여 있어서 나만의 이야기를 결정할 필요가 없었어. 넌 내게 그래야 한다고 했지. 내가 누구였는지 알아내야 한다고. 내가 누구인지 알아야 한다고. 어쩌면 내가 되고 싶은 사람이 누구인지 까지도. 넌 어제 전화할 때, 네 삶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했지. 한스를 찾고, WGT의 '실험 대상 알파' 프로젝트를 영원히 끝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했어. 술도 끊으려고 노력 중이고, 그리고 어쩌면, 상황이 좀 더 안정되면 우리가 만날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했지.

나도 그러고 싶어. 네가 너를 위해 노력하니까, 나도 나를 위해 노력해야겠지. 내가 혼자 있는 법을 알아내고 괜찮아지면, 그땐 아마 너와의 기회를 다시 얻을 수 있을 거야. 내가 널 겁주지 않는 그런 기회 말이야.

청혼한 건 내 잘못이었어. 이젠 알겠어. 네가 말했듯이, 반지는 사슬이지. 그게 네게 청혼한 이유가 되어선 안 됐어. 청혼하지 않았어야 할 이유는 많았고, 지금도 많아. 그리고 내가 그래야 했던 이유는 단 한 가지뿐이었어: 널 사랑하니까. 하지만 우린 아직 그걸 다시 마주할 준비가 안 된 것 같아. 그러니 새로운 걸 시도해 볼게. 인내심을 가져보려고. 널 몰아가지 않을 거야. 그냥 기다릴 거야. 네게 맡길게. 난 그동안 곁에 있으며 나 자신에게 집중해 볼게.

네가 그 상담사와 대화한 게 얼마나 자랑스러운지 말해준 적 없지? 하지만 자랑스러워. 정말 자랑스러워.

진심으로,


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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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18일


"제가 제안한 요가 수업엔 가봤어요?"

"일이 생겨서 시외로 나가야 했어요. 업무 비슷한 일 때문에요."

"무슨 일을 하는지 말해준 적 없죠. 다시 말하지만, 구체적으로 밝힐 필요는 없어요. 하지만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직업을 갖고 있다면 지금 그 자리가 자신에게 정말 맞는지 생각해 보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제리가 말했다. "그만두라는 말은 아니에요. 재정적으로 불안정한 상태는 원치 않겠죠. 하지만 이제 명확하게 생각하게 되었으니 당신을 위해 가장 좋은 결정을 내리고 싶을 거예요. 자신을 올바른 상황에 놓는 거요."

"제 직업은... 출장이 좀 있어요. IT...분야인데, 그것 때문에 도시 밖으로 나가야 했던 건 아니에요."

"일 때문이라고 했잖아요."

"개인적인 일이었어요. 제가 해결해야 했던 일. 제가... 제가 도움을 청하기 전부터 있었던 일이요. 제가... 전 나쁜 일을 저지른 걸지도 몰라요."

제리는 몸을 앞으로 숙이곤 수염이 솟아 까칠한 턱을 훑었다. "목표 지향적인 것과 강박적인 건 다르죠. 더 이상 원한을 품지 마세요. 암울했던 때의 원한은 오래 품을 필요도 없죠. 절 믿어요, 그건 당신을 해칠 겁니다. 재발했나요?"

"아뇨..." 제인은 떨리는 손을 내려다보며 속삭였다. "그는 당해도 싸요." 머리 위의 할로겐 전구가 미세하게 깜빡거렸다.

제리는 비판적인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당해도 싸다'는 게 무슨 뜻이죠?"

"그는 대가를 치른 거예요. 인과응보죠. 과거는... 과거일 뿐이에요. 전 그 일을 생각하고 싶지 않아요."

"하지만 당신은 다른 일들에 대해선 생각하고 고민하잖아요. 당신이 잘못을 저지른 다른 사람들과 그가 다른 점이 뭐죠?"

"그들 모두가 당해도 쌌던 건 아니었지만, 그는 그런 일을 당해 마땅하죠."

"당신이 뭔데 그걸 결정해요?"

"전 그런... 전... 제가 한 짓이에요..." 그녀는 목이 막혔다. "저는... 전 많은 사람들을 해쳤어요. 그런 일을 당할 이유가 없었던 사람들, 그리고, 당해도 쌌던 사람들을. 전... 저는 그럴 생각이... 아니, 그러려고 했던 거지만, 여전히 통제하기가 어려워요..."

"이봐요-"

"제 잘못이에요. 심지어... 전 그 짓을 했을 때 완전히 술을 끊은 상태였어요. 하지만 그들은 그녀를 해치고, 저를 해치고, 다른 사람들을 해칠-"

제리는 크리넥스 한 상자를 건넸다.

"음주가 당신의 극복 방법이죠." 제리가 부드럽게 말했다. "자신에게 가해진 고통 때문에 마시는 건 아니지만, 그렇게 당신이 다른 사람들에게 입힌 고통을 잊고 싶은 거죠?"

...

...

...


"그게 절 그렇게 나쁘게 만드나요?" 그녀는 숨을 헐떡이며 부드럽게 속삭였다. "제가 얼마나 끔찍한 사람인지, 잠시라도 잊고 싶어 한다는 게?"

"그건 당신을 나쁘게 만들지 않아요. 인간답게 만드는 거죠."


제인은 조용히 흐느꼈고, 남은 시간 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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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24일


제인에게,

네가 그러지 말라고 했던 건 알지만, 난 직접 확인해야만 했어. 그나... 그가 남긴 것을 말이야.

내가 연방 교도소에 침입하게 될 거라곤 상상도 안 해봤는데.

현명한 행동은 아니었지. 그의 연락처 목록에 내가 있고, 인터폴이 몇 년간 날 추적하고 있었으니 말이야. 하지만 그가 독일로 이송되면 우린 그를 다시는 볼 수 없을 거야. 만일 볼 수 있더래도 창살 뒤에 갇힌 모습이겠지. 그의 형제들은 혼수상태에 빠진 동생 때문에 법 체계와 싸우진 않을 거야. 그가 무슨 혐의로 잡힌 거지? 국제 법원이 어떻게 처리할지 모르겠어. 그는 의식이 없어서 어떤 형태의 재판에도 참석할 수 없어. 의식이 없는 상태에서 송환될 수 있는지도 모르겠어. 그러니까, 그렇게 많은 연방 혐의를 받고도 미국 땅을 떠날 수 있는 걸까? 그의 가족들이 그를 위해 나서주지 않는다면 그는 주 정부의 보호 아래 있게 되는 걸까?

그들은 그가 깨어날 수 있을 거라고 했어. 아닐 수도 있을 거라고도 했고. 신경이 손상돼서 다시는 왼팔을 쓸 수 없을 거라더라. 어쩌면 왼쪽 몸 전체를 못 쓸 수도 있을 거래. 구레나룻이 있던 자리에 흉측한 흉터도 생겼어.

그가 안쓰럽진 않아. 사실, 난 아직 좀 무서워. 혼수상태에서 깨어나 내 삶을 다시 지옥으로 만들 사람이 있다면, 그건 바로 한스일 거야. 그래도 네게 고마워. 네가 이런 일을 하면서 기분이 좋지 않았을 수도 있는 건 알지만, 만약 네가 이런 거라면, 아니면 그를 이런 상태에 빠지게끔 어떤 상황을 만든 거라면, 뭐... 난 이해해. 널 용서하고, 감사할게. 네가 한 일에 대해 어떤 말로 널 안심시켜야 할진 모르겠지만, 그가 무력해져서 너와 내가 안전해졌다는 건 알아. 다른 사람들도 더 안전해졌으니까, 난 이 일에 대해선 안타까워할 수 없어. 이건 건물이 무너지는 것과는 다르잖아.

이건 달라, 제인. 우린 이 문제를 끝내야 했어. 그러니 난 그에게 그다지 연민을 느낄 수 없는 거야.

지금은 그냥 우리가 마침내 숨 고를 기회를 얻게 된 것에 감사할 뿐이야.

몸 조심해,


안나

P.S. 벌써 한 달이 넘은 거 알아? 나 정말, 정말 노력 중이야, 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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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문 비난 여론에도 뻔뻔하게 잘 살 것 같은 스타는? 운영자 24/06/03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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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2356 [고찰] 엘사는 PTSD 진단기준에 해당할까? [14] ㅇㅇ(125.138) 03.01 247 13
1122316 엘사몬…아니 엘사선배 당신은 내 거야 [5] ㅇㅇ(125.138) 02.28 281 13
1122315 결혼해주세요 선배님!!!! [5] ㅇㅇ(125.138) 02.28 285 12
1122311 당신! 평민 주제에 이 아렌델 아카데미에 발을 들이다니! [5] ㅇㅇ(125.138) 02.28 220 11
1122308 호그와트 엘사도 엄청 말랑할 것 같아 [6] ㅇㅇ(125.138) 02.28 271 13
1122294 딪니 뉴굿즈 [5] ㅇㅇ(110.47) 02.27 113 10
1122290 사제 엘사? 아무튼 [7] ㅇㅇ(125.138) 02.27 234 16
1122280 안나 애인 뺏는 엘사 [7] 태정태세문단속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2.26 268 20
1122257 연녕생 자매한테 집착 당하는 안나 보고 싶다 2 [8] ㅁㄴㅇㄹ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2.25 277 19
1122196 [고통주의] 옴뇸뇸 여왕님은 이슬밖에 먹을 게 없어요 -2 [7] ㅇㅇ(121.166) 02.19 269 17
1122185 [리메이크/팬픽] Whiskey bonbon -26 [7] ㅇㅇ(14.32) 02.19 199 18
1122153 트위터) 아미친개웃겨 [9] 마버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2.16 325 12
1122134 심즈)엘산나 키스! [5] 설갤러(192.241) 02.14 291 14
1122126 심즈) 예쁘긴 한데..... [5] 마버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2.14 252 11
1122119 [번역] 언니의 마법으로 죽어가는 백안나와 혐관집착찌통 노래 [6] ㅇㅇ(121.166) 02.13 290 14
1122103 족장엘사if(42) [5] 케찹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2.12 151 11
1122102 족장엘사84 [5] 케찹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2.12 147 10
1122091 [팬픽] Superposition (중첩) - 1 [5] 마버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2.12 215 12
1122082 쌍둥이 엘사한테 집착 당하는 안나 보고 싶다 1 [7] ㅁㄴㅇㄹ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2.11 294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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