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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주의] 옴뇸뇸 여왕님은 이슬밖에 먹을 게 없어요 -2

ㅇㅇ(121.166) 2024.02.19 18:00:43
조회 269 추천 17 댓글 7

여왕님은 정말로 고통스러웠지만 안나를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했어. 굶주림을 해결하려 산을 내려가는 것 말이야. 위험한 자신으로부터 여동생과 세상을 보호하려는 의도에 반하는 짓임을 머리로는 이해하고 있었어.


하지만 여왕님은 비참하게라도 숨을 붙이고 살아 있어야 했어. 만약에 기진맥진한 몸으로 배고픔을 꾹꾹 눌러 담다보면 결국 여왕님은 얼음뿐인 성에서 아사하고 말겠지. 그리고 죽은 몸으로는 도망칠 수가 없지. 지금은 기력이 말라 비틀어진 몸이지만 간신히 움직여서라도 자신을 숨길 수 있어. 그리고 여왕님은 안나가 무슨 수를 써서라도 자신을 찾아낼 것임을 짐작하고 있었지. 온 아렌델을 뒤져서 찾아낸 게 주린 배를 움켜쥔 채 죽은 싸늘한 시신이라면? 아마 하나 뿐인 가족을 잃은 안나는 바로 떠나버린 자신을 따라가거나 참척에 비견되는 평생의 고통을 평생 이고 살겠지.



적어도 안나가 자신을 찾는 걸 포기할 때까지는 레릿엘은 도망칠 기력이 있어야 해. 그러려면 배를 채울 거리를 찾아서 힘을 회복해야겠지. 이렇게 스스로를 정당화 하지 않고서는 제 목숨을 부지하려는 의지를 세울 수가 없었지.



바스락. 레릿엘의 마법은 배고픔에 허덕이는 자신에게 골탕먹일 생각인지 얼음으로 된 초콜릿 쿠키를 바닥에 흩뿌렸지. 다들 한 번쯤은 끼니를 오래 거르거나 한 적이 있잖아. 그러면 몸이 수척해진 거 같고 집중도 안 되고 마음을 다잡지 못하지. 레릿엘은 다시 자신의 마법이 원망스러웠어. 기껏 자유롭게 힘을 발휘하며 그토록 만들고 싶던 궁전과 얼음 가구들을 잔뜩 만들고 눈사람까지 쌓았는데, 감정이 흐트러지자 도로 날 괴롭히고 있잖아. 역시 이건 저주야. 먹어봐야 배만 무거워지고 허기가 기력을 빨아막을 쪼가리만 만들어내잖아.



화가 난 레릿엘은 눈과 얼음으로 만든 온갖 음식을 들어다 발코니 너머에 던져버렸어. 어차피 여긴 아무도 없는 험지니까 눈사태가 일어난다 한들 누가 다칠 일은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지. 산 허리에 깔린 안개 속으로 얼음 무더기가 사라졌고, 여왕님은 저 성가신 쪼가리를 진짜 음식인 양 먹어 치우는 바람에 뽈록 솟아 오른 배를 쓰다듬었어. 잘그락거리는 소리가 나. 배는 산부처럼 무거웠고, 그 속은 꽉 찼지만 허기는 가시지 않아. 공복은 기력을 쪽쪽 빨아먹고 있었어. 힘이 빠진 다리가 후들후들 떨리고, 그럴수록 괴로운 금속음이 배에서 들렸어. 속이 아파. 이번에는 굶주림이 위벽까지 쥐어짜는 고통이 아니야. 속을 쿡쿡 찌르는 기분이야.



얼음성 정문으로 향하는 여왕님을 향해 날카로운 송곳이 솟아나는 것만 봐도 말이야. 특히 정문까지 단 세 걸음이 남았을 때는 아예 목책처럼 두꺼운 얼음이 자신의 목까지 눈 깜짝할 새 자라나 있었지. 당장 네 새장으로 들어가. 이 괴물아. 마법이 속삭이는 것 같았어. 하지만 나가야만 해. 안나에게 더 큰 슬픔을 안겨줄 수는 없어.



발코니에서는 희미한 형상 밖에 보이지 않았던 침엽수림을 여왕님은 잠시 바라보았어. 배고픔을 해소하려면 저 멀리까지 가서 베리나 풀뿌리를 채집해서 돌아와야 해. 물론 그 과정에서 누군가에게 들켜서는 안되겠지. 혹독한 북쪽산 인근을 이런 드레스 차림으로 움직이는 사람을 보면 뭐라고 생각하겠어? 아마 미친 사람으로 단정 짓고 정신병원에 끌고 가겠지. 어떻게든 저주는 제 몸을 건사하려고 날카로운 가시를 사방에 흩뿌리며 다칠 사람만 늘리게 될 거야. 숨어다녀야만 해.



여왕님은 자기 드레스에 실처럼 긴 눈으로 짠 하얀 외투를 얹었어. 소매는 길고 치마는 발목까지 내려오는 후드는 바람에 펄럭였지만 속은 어두웠지. 푸르스름한 드레스를 감추는데에는 충분한 거 같았어. 그리고 정문을 살며시 열고 누가 있나 사방을 둘러보았지. 주변에 누가 있을리가 없다는 걸 깨닫는데에는 1초도 걸리지 않았지만.



그리고 경사진 계단 아래로 발을 뻗는 순간 가뜩이나 보충한 열량이 없어서 힘이 풀린 여왕님의 허옅고 가느다란 다리는 뱃속에 채워진 얼음덩이의 무게가 출렁이는 걸 버티지 못하고 미끄러져 버렸어. 여왕님은 쿵! 하고 엉덩방아를 찢으며 계단의 바로 아래까지 주루룩 미끄러져 내려갔지.



분명 올라가는 건 멀쩡했는데 왜 내려올 때는 중심을 잡지 못한 거야? 여왕님은 자기 후드를 벌려서 무게가 늘어났을 자신의 배를 바라보았어. 세상에. 아까는 분명 주먹만하게 뽈록 튀어나온 줄만 알았던 얼음덩이가 점점 무거워지는거 있지? 드레스를 마법으로 잠깐 없애서 살을 드러내니 배 한가운데에는 창백한 서리꽃 하나가 큼지막하게 피어있었어. 한 발자국을 내딪을 때마다 출렁거리며 간신히 균형을 잡은 여왕님을 주저앉혔지. 날카로운 얼음조각으로 가득찬 물주머니를 쥐고 흔드는 것 같았어. 찰그락찰그락 거리는 차가운 소음은 족쇄의 사슬소리처럼 거슬렸어.



뱃속에 가해지는 무게감과 통증 때문에 혼자서는 걷기도 버거운 여왕님은 얼음으로 지팡이를 하나 만들어서 의존했어. 한 걸음을 내딛는 것조차 얼음파편에게 찔리지 않기를 기도하며 조심스레 움직여야 했지.



길이 험한데도 다리를 놓거나 무언가로 표시를 할 수가 없었어. 표시를 해두면 안나가 분명히 누군가 여기 있겠거니 하며 졸졸 따라올테고, 다리를 놓는 건 편할지라도 치우는 방법을 몰랐으니까.



그림자가 깔린 침엽수림 속에서 여왕님은 아렌델 상황을 볼 수 없었지. 사실 자기가 버리고 떠난 곳을 구태여 보고 싶지도 않았지만. 얼음조각으로 가득찬 배를 지고 다니는 것도 조금씩 익숙해졌어. 눈이 쌓인 비탈길 곳곳을 누빌 때 걸음은 아기 같은 걸음마에서 느리게나마 움직일 수가 있었지. 어서 뭐라도 먹고 싶었어. 월귤, 산딸기 같은 것도 좋아. 잘 녹지도 않아서 모래알 같이 거친 눈가루 말고 달달하고 입에서 사르르 녹고 몸 속에 스며들어서, 기운을 빨아먹는 공복을 채우고 싶어.



마침내 레릿엘은 하얀 풍경 속에서 빨갛게 반짝이는 열매를 찾아 내었어. 아, 저거 알아! 산딸기잖아. 이제야 허기를 달랠 수 있겠구나!! 여왕님은 배가 얼음 조각 때문에 쓰라린 것도 잊어버리고 그 덤불을 향해 달려들었지. 누구도 치우지 못한 눈이 잔뜩 쌓여서 고개를 푹 숙이고 있는 식물 줄기가 안쓰러웠어. 혹시라도 자기 손이 닿으면 얼어버릴까, 손에 가시가 돋아서 파스라 져버릴까 걱정하며 레릿엘은 대관식 날 보주를 집을 때랑 똑같이 미세하게 손을 떨며 열매를 한 알 땄지.



이 순간만큼은 그 작고 부드럽고 새콤한 붉은빛의 열매가 보주만큼이나 성스러워 보였어. 배는 가득찼는데 온몸은 힘이 빨려나가 삐쩍 말라가는 모순이라는 말로도 부족한 고통을 조금이라도 덜어줄 수 있는 존재라고 생각했지. 여왕엘은 한 알의 열매를 입에 넣고 씹었어. 달콤한 과즙이 터져나와 입안을 촉촉히 적셔주기를 기대하며.



바스락



????



분명 손에 닿을 때는 추위 속에서도 부드러운 과즙이 느껴졌는데 왜 속은 푸석푸석하지? 마치... 아까 얼음 더미를 진수성찬인줄 알고 먹은 거랑 똑같잖아. 그래도 이번엔 다르리라 기대하며 열매를 목구멍으로 넘겼지. 하지만 주린 몸으로 음식을 먹을 때, 막 느껴지는 따스함과 온몸에 생기가 돋아나는 기운은 없었어. 그러고보니 씹을수록 오히려 단 맛이 줄어들다가 또 눈가루 맛이 되버린 거 같았지.



여왕엘은 또 배가 꼬르륵 거리는 소리를 듣자마자 당장이라도 눈앞에서 탱글탱글한 과즙으로 빛나는 열매들을 한움큼 집어다 입에 털어넣고 싶었어. 하지만 더욱 조심해야겠다며 마음을 부여잡았어.



쩌저적



그리고 자기 손이 가까워지는 순서대로 식물이 통째로 얼어가는 걸 보고 말았어. 눈 앞에서 신기루처럼 음식이 사라지는 걸 본 여왕님은 안돼! 라고 소리치며 열매를 전부 따서 먹기 시작했지. 빈 속을 채워줄 달콤함은 전혀 느껴지지 않았는데도 말이야.



그리고 여왕님은 두 개밖에 남지 않은 산딸기 덤불까지 서리로 덮어 버리고서야 폭식을 멈췄어. 이 마법은 날 서서히 굶겨서 죽이려고 하는구나. 안나를 헤치고 왕국 사람들을 공격한 것도 모자라 이젠 나까지... 아니다. 이런 힘을 가진 자기를 죽이는 거니까 괜찮다고 할 수 있나? 배고픔으로 미쳐버릴 거 같은 여왕님은 결국 얼어버린 덤불 무리를 뒤로하고 발자국을 따라 되돌아갔어. 배는 전보다 더 무거웠고 잔뜩 흥분하고 나서 가라앉은 몸은 피로와 허기로 당장이라도 무릎까지 쌓인 푹신한 눈더미에 쓰러지고 싶었어.


그리고 지나가는 길에 나뭇가지에서 고드름을 하나 꺾어서 오독오독 씹었어. 다행이 이건 마법으로 생긴 얼음이 아니라 입에서 녹아내려 갈증을 달랠 수 있었지. 그렇게 입안을 얼음과 눈조각으로 채우며 레릿엘은 거세지는 눈보라 속으로 걸어갔어. 배에 품은 얼음 덩이는 풀 수 없는 족쇄를 채워둔 것처럼 한 걸음 밟을 때마다, 정확히는 다리를 움직일 때마다 잘그락거렸지.


아파... 아파...


고통이 점점 심해지는 거 같아. 아니, 정확히는 그 얼음 송곳이 점점 자라서 위벽을 찌르는 거 같아. 그 둔탁한 통증은 신음을 참을 수 없을 정도로 쓰라렸지. 레릿엘은 다섯 걸음 정도 걸을 때마다 배를 부여잡으며 통증이 누그러지기를 기다리며 멈춰야 했어. 그래서 얼음 지팡이를 하나 만들어 괴로움과 무기력함에 짓눌려가는 몸을 억지로 일으켜 세웠지. 열 걸음에 한 번 멈추는 정도로 나아질 순 있었어.







한편 여왕님이 발코니에 가짜 음식을 전부 내다버리자 산 아래에서는 큰 눈사태가 일어났고, 북쪽산으로 향하고 있던 안나와 크5 중 정확히 크5만 덮치고 절벽 너머로 사라져버렸어. 정말 순식간에 눈 앞에서 사람이 사라지는 것을 본 짱나는 헉!하고 충격받으며 크5를 구하려고 절벽으로 다가갔지만 바닥조차 보이지 않는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자 몸에 소름이 돋을 것 같았지.



다행히 크5는 나 아직 살아있어요라고 외쳤어. 그리고 뒤따라 올라갈테니 기다리고 있으라고 했지. 하지만 안나의 눈에 밟히는 게 하나 있었으니... 바로 누군가의 발자국이야. 눈 위에 세 개의 구멍이 연이어서 난 걸 보면 몸이 약한 사람이 지팡이를 짚고 걸어간 거 같았어.



이 날씨에 환자나 노인이 돌아다니고 있는 걸까? 짱나는 걱정했어. 그래도 크5를 기다리는 게 산에 초행길인 자신에게는 안전할 거라고 생각한 짱나는 바위에 걸터앉고 먹을 걸 찾아봤어. 마침 배도 고팠으니 뭐라도 좀 먹어야지.



힝. 근데 시큼하고 역한 루테피스크 밖에 없었어. 오큰네 가게에서 받은 그거. 그래도 한 입만 먹어야지 하고 병을 열고 두 눈을 질끔 감으며 하나를 삼켰어. 씹으면 속에 베인 냄새가 터져 나올 거 같아서 아예 목구멍 너머로 던지듯이 넣은 거야.



웩! 뱃속에 떨어진 발효식품 조각이 온 폐부와 근육을 헤집는 듯한 역한 기분이 들었어. 짱나는 가슴을 쿵쿵 치며 애써 메스꺼움을 억눌렀어. 그러고 보니 언니가 혼자서 식사하는 걸 볼 때 이걸 나이프로 한 조각 씩 잘라서 음미하면서 먹던데... 1분도 넘게 꼭꼭 씹으면서 말이야. 그래, 북쪽산에는 먹을 게 없으니까 언니에게 이걸 가져다주면 좋아할 거야. 혼자 남은 와중에도 언니를 생각하는 착한 짱나였어.


그리고 혹시 늑대라도 찾아올까 걱정이 되어서 나뭇가지 몇 개를 던져 놓고 성냥으로 불을 지폈지. 프2 때처럼 야영 생활에 익숙지는 않았지만, 혼자서 동네 뒷쪽의 야트막한 언덕을 오고 간 적은 있었고 오큰네 가게에서 사온 도구도 있어서 모닥불 정도는 관리할 수 있었어.



하지만 크5는 도통 보일 생각을 하지 않네. 설마 길을 잃어버린 걸까? 아니면 늑대에게? 점점 짱나의 등골은 오싹해졌어. 그러나 혼자 추운 곳에 남아있을 언니를 생각하니 마음을 단단히 먹어야겠거니 생각이 들었지.



어느새 해는 졌고, 짱나는 간단하게 지낼 천막을 지었어. 정확히는 운좋게도 근처에 속이 움푹 들어간 큰 바위가 있길래 거기에 자기가 챙겨온 짐으로 야영지를 세운 거였지. 아직 야영생활에 미숙한 겅듀님이라도 이정도는 책으로 배운 게 있어서 어찌저찌 바람은 피할 수 있었지. 언젠가는 언니와 함께 북쪽산까지 캠핑을 가고 싶은 마음에 안내서랑 관련 소설을 토시 하나까지 기억나도록 외우고 다녔거든.



겨우 천막을 완성한 짱나는 또 배가 고팠지. 날이 춥기도 하고, 먹을 거라곤 간신히 한 입만 먹은 루테피스크 뿐이었거든. 그 역하고 메스꺼운 기운 때문에 아직도 욕지기가 느껴졌지만 주변에 채집할만한 열매는 보이지 않았어. 주변을 둘러보며 찾은 산딸기 군락은 애처롭게도 이파리 하나조차 새하얗게 서리가 끼어있었지.



그래서 한 조각, 한 스푼을 떠 먹을 때마다 얼굴을 오만상 찌푸리고 몸부림까지 치며 참는 짱나. 결국 반절 정도 먹었을 무렵에 헛구역질을 하고 말았지. 꼴도 보기 싫은 그 음식을 대충 뚜껑을 덮어만 두고 밖에 테이블 대용으로 쓰던 바위에 올려놓고 천막으로 돌아간 거야.



한편 눈보라 속에서 헤메던 엘사는 점점 시야가 흐려지는 것을 느꼈어. 아마 굶주린 몸으로 험한 산길을 걷고, 손에 닿자마자 열매가 얼어버리는 걸 두눈으로 똑똑히 목격했기 때문에 맥이 빠져버린 탓에 의식이 희미해지는 거 겠지. 이대로 아사를 하지는 않더라도, 내일 아침에 일어날 수나 있을지 모르겠는 레릿엘. 눈이 쌓이며 흐려지는 발자국을 쫓던 레릿엘은 문득 아주 좋은 향기가 어디선가 나는 걸 느꼈어. (느끼지는 못하지만) 차갑고 까슬까슬한 눈가루가 아닌, 빨려나가는 듯한 체력을 채워줄 수 있는 음식의 향기 말이야. 그것도 이 시큼한 향은... 루테피스크?!



당장이라도 주저앉을 것 같이 휘청이는 몸으로 그 향이 진해지는 곳으로 향했어. 그리고 큼지막한 바위에 천막이 붙어서 펄럭이는 작은 야영지와, 영하의 온도에도 얼지 않고 먹음직스런(?) 향을 풍기는 루테피스크가 병째로 있는 거야!



어머머 저건 어서 먹어야 해! 엘다닥 달려가려고 몇 걸음 내딛는 순간 배에서 쓰라리는 복통이 느껴졌어. 녹지 않은 얼음가시에 스치는 바람에 몸이 아픈 거야. 배고픈 엘사는 그제서야 정신을 차리고, 자기가 또 가까이 가면 산딸기처럼 루테피스크도 얼어버릴 거라고 생각했지. 그러고보니 저건 남의 물건이잖아. 아무리 내가 내팽겨치고 도망친 몸이라지만, 아렌델의 여왕이자 안나의 하나 뿐인 언니라고. 도둑질을 할 순 없어. 손은 벌써 루테피스크 병을 향하고 있었지만 부르르 떨리고 있었어. 벌써 그 맛있는(?) 루테피스크의 생기가 저주 받은 자신을 눈치채고 허공으로 사라져 딱딱한 얼음조각만 남겨둘 것만 같아.



그리고 여긴 누가 살고 있는 게 분명해. 모닥불 연기가 올라오고 천막이 쳐진 걸 보면 말이야. 레릿엘은 몸 속에 가득 찬 얼음조각이 찰그락 거리는 소리를 붙들어보려고 배를 움켜쥐고 등을 돌렸어. 저 안에 살고 있는 누군가가 얼음 소리를 듣고 자기에게 다가올지도 모르니까.



하지만 레릿엘은 더이상 멀리 걷지 못했어. 당장 코를 간지럽히는 (엘사 기준으로) 향기로운 루테피스크 냄새를 뒤로 한 채 떠나는 건 피로와 굶주림으로 말라죽어가는 몸에게 묵직한 허탈감을 짊어지는 일이었거든. 결국 두 걸음도 내딛지 못하고 쓰러졌어. 당연히 날카로운 조각이 위벽을 쑤셔버렸고, 일말의 기력마저 스러질 것 같았어.



뽀드득.


뽀드득.


누군가의 눈 밟는 소리.



"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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