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오전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와 KIA 타이거즈 선수단이 인천공항을 통해 같은 항공편으로 전지훈련지인 오키나와로 떠났다. KIA의 나지완이 음료수를 김주찬에게 권하고 있다. 나지완의 강렬한 시선이 사뭇 인상적이다. 인천공항 | 이주상 선임기자 rainbow@sportsseoul.com

 “(이)범호 형이 무조건 6번 치겠대요. 감독님께도 말씀 드린다는데, 욕심이 너무 큰 것 아니에요?”

일본 오키나와에서 시작할 스프링캠프를 떠나던 KIA 나지완이 지난달 31일 인천국제공항 입국장에서 입을 삐죽였다. 전직 ‘캡틴’이 6번 타순을 노려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표정이 역력했다. 이범호는 이런 나지완의 표정을 보며 “내 올해 목표다. 올인할 계획”이라며 미소지었다. 현직 ‘캡틴’ 김주찬과 ‘신입생’ 최형우도 함께 웃었다. 무슨 뜻일까.

나지완의 설명이 가장 정확했다. 그는 “범호 형이 (최)형우형이 4번에 들어가면 내가 5번에 배치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주찬 형이 3번에 포진하는 게 범호 형이 생각하는 이상적인 타순이라고 한다. 그래야 자기(이범호)가 타점을 모두 쓸어 담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른바 ‘출루머신’들을 자기 앞에 배치해 단타 하나로도 멀티타점을 뽑아내겠다는 속셈이라는 의미다. 실제로 최형우는 지난해 출루율 0.464로 2위, 나지완이 0.451로 3위에 올랐다. 타격 4위(0.346)에 오른 김주찬까지 포함하면 6번타순이야 말로 KIA 타순의 노른자가 된다. 지난해 생애 첫 3할 30홈런 100타점을 돌파한 이범호가 노리는 자리가 핵타선의 뇌관인 셈이다.

31일 오전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와 KIA 타이거즈 선수단이 인천공항을 통해 같은 항공편으로 전지훈련지인 오키나와로 떠났다. KIA의 최형우와 나지완이 손을 흔들며 출국장으로 들어서고 있다. 인천공항 | 이주상 선임기자 rainbow@sportsseoul.com

이범호는 “올해는 모든 것을 내려놓고 팀 우승에만 포커스를 맞추고 시즌을 치를 계획이다. 김기태 감독님께서 부임한 지난 2년간 선수들을 감독님이 원하는 모습으로 만드는데 노력을 기울였기 때문에 모든 공을 (김)주찬이에게 양보하고 나는 팀 성적만 신경쓰면서 야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점수를 적게 주는 팀이 이기는 게 야구다. 반대로 보면 많이 내는 팀이 더 유리하지 않겠는가. (최)형우가 왔기 때문에 전력이 업그레이드된 만큼 득점력에서 남부럽지 않은 팀을 만들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호탕하게 웃었다. 자신의 방망이로 득점력을 높이는 그림을 그리는 모습은 상상으로도 즐거운 모양이다. 김주찬은 물론 최형우나 나지완 모두 딱히 부정하는 표정은 아니었다. 이범호가 그만큼 클러치히터로서 재능을 인정받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농담처럼 타순 경쟁을 하는 모습을 보니 선수단 내부에서도 핵타선을 구축했다는 것을 절감하는 듯했다. 서동욱과 김주형이 약진했고 로저 버나디나까지 가세하니 말 그대로 쉬어갈 곳 없는 타순이 형성됐다. 한참 타점 얘기를 하던 나지완은 “감독님께 말씀드려 올해는 리드오프로 내보내달라고 부탁할까보다. 배트를 짧게 쥐면 나도 (이)용규처럼 ‘지완놀이’를 할 수 있다”고 너스레를 떨며 출국 심사대로 걸어갔다.

장강훈건데 인터뷰 기사라서 가져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