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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대회] 흙의 기억, 별의 회상 (3/4)

sigenis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1.08.09 12:03:31
조회 2286 추천 51 댓글 10
														

※ 2편 : https://gall.dcinside.com/typemoon/7984245

※ 아래 내용은 2부 6장의 스포일러가 될 수 있습니다.

※ 브금은 자유지만 권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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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정확히, 그 아이와 만난지 4년에서 엿새가 모자란 날의 일.

처음부터 요령은 좋았던 건지, 4년도 안 돼서 가르칠 게 없어졌다.

어느덧 한 사람 몫의 대장장이를 자처할 만큼이 된 것이다.


――이만하면 됐다.

이만하면, 이제 어딜 가서도 배를 곯는 일은 없을 거다.

다만 한 가지 걸리는 것만 빼면――


대장장이

마을 요정들은 어떠냐.

아직도 너를 『예언의 아이』라고 하더냐.


예언의 아이

그건 여전―

――절반은 ――――믿지도 않――만.

『예언의 아이』―― 내보내는 게――

모두― 바라는――. 좋은 ―이든 나쁜 뜻―――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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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언의 아이

―――할아버지는?

할아――도 내가 ――― ―――――같아?


대장장이

―――흥. 같지도 않은 소리를.

그딴 사정을 내가 알까 보냐.

그보다 일이다. 바닷가에서 모래나 모아와라.

내일부터 보석 장식을 만들 거다.

케트시 숲에서 축제를 연다고 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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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언의 아이

――응!

맡겨―― ―――지!

와아――! 난 보석―― 좋더――!

반짝――서 ――쁘잖아!


그, 언제나 짓고 있는 씩씩한 미소가,

안심이 되면서도, 마음이 아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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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언의 아이

――여야 해.

죽――― 해.


그건 정확히, 그 아이가 열 여섯 살이 되던 날 밤의 일.


예언의 아이

죽여야 ――.

――――― 해.


녀석은 벌벌 떨면서, 비틀거리며 다가왔다.

들리지 않을 거라고 생각한 걸까.

겁에 질린 목소리로, 두려워하는 자신을 채찍질한다.

파르르 떨리는 두 손에는, 구명줄처럼 꼭 쥔 녹슨 나이프가 하나.


이래뵈도 전쟁에서 잔뼈가 굵은 몸이다.

모스도, 요정도, 셀 수 없을 정도로 죽였지.

그러니 이런 어설픈 꼬맹이 하나가 다가오는 건 자면서도 알 수 있다.


예언의 아이

못 죽이면 내가 ―――― 죽어.

가짜라고 날 죽일―――.


'죽여야 해.'

그 한 마디를 기나긴 주문처럼 한참이나 되뇌던 녀석은,


예언의 아이

――으――, 으으―――!


결국 엄한 투구에 흠집을 내고는 터덜터덜 마을로 돌아갔다.


대장장이

――바보 같은 놈.

그냥 해버리고 편해질 것이지….


왜인지, 눈 근처가 뜨거웠다.



-----



그건 정확히, 그 아이가 열 여섯 살이 되고서 사흘째가 되던 날의 일.


대장장이

――.


녀석의 얼굴을 못 보게 된지 사흘이 지났다.

이유는,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빈 손으로 돌아간 녀석을 마을 놈들이 가만 놔둘 리가 없다.

십중팔구 마을 어딘가의 감옥에 처박혀서,

올해 존재세 대신에 여왕에게 팔려갈 터.

오늘 밤이면 우드워스가 이끄는 처형 부대에게 넘겨질 테지.


대장장이

――흥.


그러니 이건 모두 녀석의 자업자득이다.

어줍잖게 상냥한(이기적이지 못한),

어설프게 온화한(독선적이지 못한),

요정 주제에 요정답지 못했던 그 녀석의 잘못이다.


변덕은 한 번이면 넘칠 만큼 족하다.

또 다시 낙원의 요정이랑 엮일까 보냐.

또 다시 그 꼴을 볼까 보냐.


그런데, 도무지 망치가 손에 잡히질 않는다.

맘대로 움직여주지 않는 망치를 분풀이하듯 내던진다.

털썩 주저앉아 둘러본 대장간은,

혼자 있기에는 너무나도 조용했다.


대장장이

――젠장.


하필 그 때,

구석에 걸려있던 '모자'를 봐버리다니.



---



대장장이

――므으으음…!


비틀거리며 굴 속을 걷는다.

전장을 떠난지 너무 오래된 탓인가,

아니면 두 귀가 짓이겨졌기 때문인가.

상처 열댓 개야 각오하고 있었다만,

하필 뒤에서 찔러오는 소리를 듣지 못할 줄이야.


옆구리에 난 깊은 상처에서 붉은 피가 철철 흐른다.

내장이 빠지지 않은 게 이상한 상처다.

수 천 년동안이나 전쟁터를 돌아다닌 나다.

꿰뚫린 순간에, 이미 살아날 가능성은 없다는 건 깨달았다.

그러니까 이 상처를 굳이 꽁꽁 싸맨 것은,

살기 위해서가 아니라, 들키지 않기 위해서.


한 걸음, 한 걸음에 생명이 빠져나가는 것이 느껴진다.
한 때는 흑기사라는 이름만 들어도 적들이 알아서 도망쳤었는데 말이야.

망할. 나도 곧 네 꼴이 나겠구만, 라이넥.


대장장이

살아있군.

흥. 마을 놈들도 거기까지 멍청한 건 아니었나.


처음으로 떠오른 것은 안도.

등줄기를 움켜잡은 긴장이 풀리는 바람에 큰일이었다.


예언의 아이

?!

그 상―― ――야!?


조금 야위긴 했지만, 다친 곳은 없는 것처럼 보였다.

다행이구만.

뭐라고 중얼거리는 것 같았지만 맞장구쳐줄 시간은 없었다.


대장장이

신경 꺼라. 오는 길에 몇 놈 때려눕혀서 그래.

됐고 나가자.

이걸 써라. 투구 대신 쓰는 모자다.

얼굴을 가리는 정도는 쓸 수 있겠지.


언젠가 만들었던, 귀여움이라곤 없는 모자를 툭 내던진다.


예언의 아이

도망―― ―――왔어!?

아, ―― 모자, 귀엽――!


귀엽긴 개뿔.

고작 그런 거에 기뻐하는 얼굴에,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감정이 가슴 속에서 울컥 차올랐다.


대장장이

빈말은 됐다. 이거나 챙겨라.

원래 네 거잖아. 찾아왔다.


예언의 아이

아! 이거――!


대장장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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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뿐인 제 것을,

『선정의 지팡이』를 받아든 모습은,

마치 몸의 일부인 것처럼 자연스러웠다.

이것이 본디 이 녀석이 가지고 있었어야 할 모습이라고.

처음부터 이렇게 되었어야 했다고 말하는 것처럼.


대장장이

얼른 나가자. 시간이 없다.


젠장. 이런 걸 바란 게 아니었는데.

하필이면 내 손으로 네게 그걸 쥐어줄 줄이야.


대장장이

곧 우드워스의 처형 부대가―― 윽――!


순간 출혈을 견디지 못한 몸이 기우뚱 무너진다.


예언의 아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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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장이

…그 이름을 부르지 마라.

네겐 불길한 이름이야. 악운이 찾아올 거다.


아니.

어쩌면 악운 같은 건 이미 오래 전에 찾아왔었는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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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편 : https://gall.dcinside.com/typemoon/7984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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