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1월,
독립병입으로 유명한 G&M 사장과 그 산하에 있는 벤로막 증류소 사장이 일본을 방문했습니다.
도쿄, 오사카, 후쿠오카 등 일본의 주요 도시를 순회했는데,
마침 후쿠오카에 오는 날 저도 거기 있었기 때문에 만나러 가봤습니다.
후쿠오카 지역 리커샵 또는 Bar 관계자만 갈 수 있는 자리였는데,
친한 리커샵을 통해 저도 한 자리 얻을 수 있었네요.
(유일한 개인 신청자 & 외국인 -0-;;)
아마도(?) 후쿠오카 시내 최고급호텔인 오오쿠라 호텔 2층에 있는 홀에서 행사가 열렸다.
행사명은 <GM사 & 벤로막 증류소 생산자 방일 세미나>
PPT도 준비됐다.
G&M사장, 벤로막 증류소 사장 순으로 발표가 진행됐다.
GM 유안 매킨토시 사장이 열심히 회사의 역사를 설명하는 모습.
메모한 발표 내용을 몇 자 적어보자면,
1. 왜 G&M은 블렌디드 위스키보다 싱글몰트 위스키를 주로 출시하는가?
-> G&M이 위치한 스코틀랜드 엘긴 인근에는 싱글몰트 위스키 증류소가 많아서...
2. G&M이 일본 위스키를 독립병입으로 출시할 계획은 있는가?
-> 전혀 계획이 없다.
3. 벤로막 증류소의 숙성 전 스피릿 알코올 도수는?
-> 63.5도
4. 벤로막 증류소는 자동화가 어느정도?
-> 컴퓨터 시스템은 일절 없다. 증류시 밸브 등도 직감으로 조절해서 옛부터 전해져온 전통을 지키려 하고 있다. 4명의 직원이 모두 수작업으로.
5. 벤로막 증류소에서 사용하는 보리는 스코틀랜드산 보리만을 사용한다.
6. 숙성에는 오직 1st필 캐스크만 사용한다.
7. 벤로막 증류소의 연 간 생산규모는 약 27만 리터
8. 벤로막은 어떻게 클래식 스페이사이드 위스키의 맛을 재현했는가?
-> 1950~60년대 스페이사이드 위스키의 특징인 엘레강트하고 후르츠하며 약간의 스모키함을 가진 위스키를 생산. 이는 G&M의 당시 위스키 샘플을 통해 알 수 있었다.
고맙게도 몇 가지 위스키 샘플을 받았다.
벤로막 10년 100프루프, 글렌그랜트 1989, 벤로막 10년, 쿠일라 2003, 글렌터렛 2002
집에 가져와 잘 마셨음. 역시 가장 맘에 들었던 건 쿠일라.
이 날의 하이라이트라 할 수 있는 위스키, 벤로막 35년을 한 잔 받았다.
일찍이 벤로막 증류소가 폐쇄하기 전에 만든 위스키로 도수는 43도로 조절. 캐스크는 퍼필 쉐리캐스크를 사용했다고.
그러나 맛은 좀 아쉬웠다.
가볍게 다가오는 시럽과 스모키. 밀크초콜렛의 느낌. 하지만 도수를 너무 낮춰서 그런지 맛과 향이 죽어있다. 피니쉬도 굉장히 짧았다. 오크의 떨은 맛도 좀 강한 편이었고...35년 숙성인데, 보틀링 시기를 살짝 놓친 느낌. 30년 정도 숙성에 50도 정도로 내놨으면 아주 맛이 좋았을텐데 하는 아쉬움.
가격은 일본 기준 100만 원 정도...
그래도 이런 위스키를 경험해본다는 건 참 좋은 기회다.
재가동 벤로막 증류소가 35년 위스키를 내놓으려면...
1998년에 재가동했으니 2033년은 되어야 한다. 그것도 딱 35년 숙성으로...-0-;;
벤로막 35년의 색깔.
영롱한 호박색은 보는 것만으로 즐겁다.
PPT발표가 끝나고...
약 30종의 G&M과 벤로막 위스키를 맛볼 수 있는 시간이 주어졌다.
누가 따라주는 것도 아니고 각자 알아서...ㄷㄷㄷ
매우 짧은 시간 안에 모두 맛봤는데, 연거푸 마시다보니 나중에는 맛 구분도 잘 못하겠더라는...
흔치 않은 기회라 약간 흥분해서 마셔댄 것 같다. (취하진 않아 다행)
전시만 하고 따주진 않았던 글렌그랜트 1952 빈티지, 약 60년 숙성, 40도.
일본 기준 가격이 270만원 정도 되는 녀석이다.
50년 이상 숙성을 거친 위스키도 마셔본 적 없는데 60년이라니...
정말 맛이 궁금했지만,
한 병을 살 수도 없어 조용히 물러났다.
G&M이 내놓은 발블레어.
개인적으로 발블레어 오피셜보다 훨씬 나은 맛이라고 생각한다.
발블레어 특유의 달달한 꿀맛을 제대로 살렸다고 할까.
개인적으로는 21년보다 10년이 더 나은 느낌이었다. 21년은 장기숙성으로 고운 꿀이 되어버렸는데, 거친 맛을 좋아하는 내겐 그닥...ㅎㅎ
일본 한정 G&M 하팍도 마셔보고...
G&M의 걸작이 많이 나온 롱몬 위스키.
2002는 쉐리 캐스크를 사용했는데, 60~70년대 롱몬 쉐리 특유의 느낌이 아주 짧게 느껴진다.
0.000001초정도. 이 느낌이 시작되다가 뒷맛은 가볍게 마무리.
2002년 캐스크가 이정도 맛을 보여줬다는 건, 앞으로 20~30년만 지나면 60~70년대 롱몬 쉐리 맛을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다는 좋은 징조!
희망을 봤다.
링크우드 25년...
맛이 기억 잘 안난다. 맛은 있었던 것 같은데...
임페리얼 1996.
아주 부드러운 느낌. 블렌디드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그러나 블렌디드와는 다른 몰트만의 힘은 정확하게 느껴졌던 녀석. 사라진 증류소...
밀튼더프 1994.
인삼 맛이 났다. 위스키에 무슨 인삼이냐...싶겠지만, 인삼 외에는 떠오르는 게 없었다.
제대로 시간을 가지고 마셔보고 싶었는데, 시간이 없어서...다음에 한 번 더 마셔봐야겠다.
글렌로시스 1997.
로시스는...라이프 시리즈를 제외하곤 맘에 들어본 적이 없는 위스키.
내가 아직 그 진가를 모르는 것일 뿐이길 바란다.
마지막으로,
위스키 빈 병에 유안 매킨토시 G&M사장의 사인을 받았다.
G&M 켈틱시리즈, 롱몬 1964, 46yo, 51.3도 퍼필쉐리 165병 한정.
일본에서 마셔보고 엄청난 사랑에 빠져버린 위스키. 결국 다 비우고 빈 병을 가져왔다.
그리고 그 병을 만든 사람으로부터 사인을.
비록 빈 병일지라도, 희미하게 남아있는 위스키의 향과 G&M 사장의 사인은 영원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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