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20대 후반 남자로서 성인이 된 이후 군 시절을 제외하곤 365일 중에 350일 정도를 음주하던 흔한 주갤러였습니다. (치질수술 후 60일 금주 함.)

술을 끊자고 결심한 이유.
1. 추억이 많이 없음. 친구를 많이 만나긴 했는데 만나서 뭐했는지 생각해보면 어두운 술집만 생각나고 구체적으로 오가는 대화도 희미하게 기억남. 꽃청춘에 내가 지금 뭐하나 싶어짐.

2. 머리가 나빠짐. 나름 명문대생 똑똑한 사람이었는데 언제부턴가 총기가 사라지는게 느껴짐. 학점도 곤두박질 치고, 공부를 해도 한 번에 이해안되는 내용이 많아짐. 제일 중요한 기억력이 떨어지는게 느껴져서 무서워짐. 가진게 부랄두쪽과 머리뿐인데...

3. 생활패턴이 박살남. 음주하고 늦게자고 아침에 늦게 일어나고 하루가 순식간에 사라짐. 그래서 술 먹는 시간을 당겼더니 밤에 자다가 술이깨면서 숙취가 와서 아침이 더 괴로워짐.

4. 몸이 아픔. 위염 식도염 십이지장염 과민성대장장애 치질 등 음주가 치명적인 만성질환에 걸림.

이런 이유로 술 끊기를 결심하고는 어느날 그냥 술을 끊었습니다. 완전 금주는 1년정도 했고, 최근엔 친구만나 소주 한 병정도는 합니다. 대신 적어도 일주일 전에 예정된 자리에만 나갑니다.
술을 끊었더니 저녁식사를 무조건 혼자해야 했습니다. 인간관계로부터 고립되고 외로워졌습니다. 태어나서 처음 겪어본 고독감에 놀랐습니다. 그래서 이왕 혼자있을거 공부하자는 마음으로 전문자격시험 준비를 시작했고 거기에 몰두하면서 술 생각을 잊었습니다. 지금은 관성이 붙어서 술 생각이 안납니다.

금주의 장점
1. 머리가 다시 총명해짐. 고등학생때 같은 학습 흡수율을 되찾았습니다.
2. 돈이 안나갑니다. 술값 한 달에 70만원정도를 썼는데 이제 돈 쓸데가 없어서 옷도 사고 취미용품도 삽니다.
3. 시간을 만끽할 수 있습니다. 술먹으면 순식간에 사라지는 시간들을 천천히 내 몫으로 쓰는 맛이 있습니다.

금주의 단점
주갤러분들이 더 잘 아시니까 생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