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막 술을 먹기 전에는 술은 맛없다! 라는 생각으로 가득했었어요. 맥주 왜먹어 소주 왜먹어 단 술은 먹을거면 그냥 콜라 먹지 하고요.

제 인생 첫 양주는 학원 선생님이 성인 된 기념으로 사주신 시바스 리갈 12년이었는데, 이때는 정말 으으으ㅡㄱ 너무 독하고 쓰고 뭔 맛으로 먹는지 모르겠다아아ㅏㅏ 했었거든요

같은 날 먹었던 기린 생맥주도 으아아 왤케 써 이게 뭐가 맛있다는거야 이랬구요.

그런 제가 대학에 와서 맥주 동아리에 들어가서 시음회에 갔다가 듀체스드부르고뉴를 만나고...

1년동안 바틀샵을 주구장창 다녔어요 ㅋㅋㅋㅋ 친구랑 막 하루는 스타우트만 종류별로 사서 먹어보고, 하루는 괴즈만 사서 먹어보고 하면서 ㅋㅋㅋㅋ

첫 양주를 사줬던 선생님과 있었던 다음 술자리에서는 정말 기린 생맥주가 너무나도 맛있게 느껴지더라구요.

 선생님도 놀라서 "**이는 술 못 마시는거 아녔니?" 이랬구요. ㅋㅋㅋㅋ

그 뒤로 위스키 좋아하는 친구 따라서 바 가서 증류주들을 먹어보니 그제서야 알콜을 넘어서서 맛이 느껴지더라구요.

처음 헤네시 vsop을 먹었을 때 얼마나 충격이었고, 글렌드로낙 12년을 먹었을 때 얼마나 충격이었는지....

그렇게 위스키도 종종 먹으면서, 집 창고에서 발견한 시바스리갈 12년을 다시 먹었을 때도 한 번 더 충격이엇죠.

쓰고 독하기는 커녕 정말 부드럽고 달달하구나! 하구요.

이렇게 저는 완전 단계적으로 술 맛에 눈을 떠서 그런지 술 이야기가 제일 재밌어요. 남들이 어떤 맛을 느꼇다는 이야기를 하는 것을 듣는 좋고, 왜 이런 맛이 나게 된 건지 만든 과정을 이야기하는 것도 좋고, 자기 경험을 공유한다는 자체가 너무 즐겁죠

다만 좀 슬픈거는 혀가 죽은 건지 익숙해진건지 이제 밍밍하다고 느끼는 술이 점점 많아진다는 거에요.

정말 맛있게 먹었던 헤네시 vsop을 다시 먹어보니 너무 밍밍하고 입에서 아무 맛이 안느껴진다라는 느낌이 들기도 했고, 맥주들도 예전처럼 다양하게 맛을 느끼지는 못하는 느낌...? 혀의 한계에 다다른 것 같기도 하네요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