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압)대구의 크래프트 펍들-2 엠버스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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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압)대구의 크래프트 펍들-2 엠버스펍앱에서 작성

산월(散月)

2020.02.25 12:28:32

조회 2349 추천 20 댓글 38

제 직장이 철원에 있는지라 방문이 늦었습니다. 덕분에 1년 가까이 인스타로만 이야기했었네요. 무슨 디씨갤러도 아니고ㅋㄱㅋㄱㄱㅋ

...대구의 크래프트 펍을 굳이 대중 지향-매니아 지향으로 나눠 나열한다면 버내너펍과 함께 매니아 지향 선상의 가장 극단에 위치한 곳일 겁니다.

그만큼 최신 유행을 발 빠르게 받아들이고, 매니아들의 의중 또한 가벼히 여기지 않고 반영하는 편입죠.(대구에서 킹수와 개러지를 들인 몇 안되는 업장이기도 합니다.) 하다못해 대중들을 노렸다 싶은 가격 좋고 화사하고 부담 적은 맥주들도 일정 이상의 퀄리티를 담보합니다. 라인업이 조금 적다지만 가게 규모를 보면 이해가 가는 정도입니다.

음..... 써놓고 보니 치트키네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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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잔은 포르치니 버섯이 들어간 뽀할라의 포터였습니다. 버섯의 특징이 뒷맛에 상당히 올라오며 유럽계 홉에서 날 수 있는 젖은 흙, 비온 뒤 숲과 어느 정도 유사해 재미있습니다. 로덴바흐 알렉산더가 실물 체리를 넣음으로서 플랜더스 레드의 붉은 과일 캐릭터를 더욱 강조했다면, 얼씨한 홉을 쓰는 정석포터의 홉 특징을 포르치니 버섯으로 극대ㅎ....

는 무슨. 무난하게 재미있으면서 과하게 이질적이지 않았습니다. 이태리 요리 하시는 분께 선물로 드리려고 한병 챙겼음. 건너편은 Lovingwithoutw.... 음. 대학 동기입니다.

아. 뭐.

캔-오-블리스 시트러스

싸고 맛나네용.

요리도 제법입니다. 적어도 냉동피자와 감튀를 메인으로 삼는 인싸펍보다는 훨씬 훌륭합니다. 맛나네용. 유린기와 소고기전병튀김(이름 기억 안남)입니다.

배럴 텐피디.

얘도 좀 사기 같은 친굽니다. 종량세로 인한 가격변화를 극적으로 체감하게 해주니까요. 배럴에이징 버전이 노멀 버전보다 더 싸게 들어오다니...

전에 큰 캔으로 마셔봤을 때도 그랬습니다만, 캐릭터가 조금 인공적이어서 저는 원본을 더 좋아합니다. 적고나니 역스놉 같네용ㅎㅎ

무난-맛남 라인업들.

....기억하시는 분이 계실진 모르겠으나 17년도 경 대구의 업장들을 리뷰하고 다녔던 일이 있습니다. 당시 대구바틀샵, 비사이드, 릴렉스053 등 많은 크래프트 업장들이 생겨났었죠. 나름 행복했었던 가운데 한편으로는 걱정도 많았습니다. 파이는 고만고만한데 경쟁자는 많은, 어찌보면 가시밭길이었으니까요.

실제로 지난 몇년 간 야심차게 등장했던, 그리고 서로 연대하며 살길을 찾던 많은 업장들이 뒤편으로 사라져가고.. 혹은 현실의 벽 앞에 타협해가는 과정을 지켜봐야했습니다.

매니아로서 아쉬운 맘이 없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이해합니다. 어찌 됐든 다들 먹고살자고 하는 일이니까요. 다만 맥주에 쏟은 열정, 제대로 보상도 못 받고 허리띠를 졸라매야했던 대구의 많은 업주분들이 안쓰러울 뿐입니다.

엠버스펍의 강점, 뚜렷합니다. 매니아틱한 맥주를 들이면서도 대중성을 신경쓰고 퀄리티도 담보하죠. 대구 주거 밀집지 중 하나인 상인동에 위치하고 있어 고정적이고 소비력 있는 계층들을 유입시킬 수 있다는 것도, 비록 가능성의 영역이긴 하지만 강점일겁니다. 요리도 특색있게 하고 실력도 준수합니다. 동행이 있었던지라 비록 얼마 이야기 나누지 않았지만 사장님의 열정 역시 대단했구요. 이래저래 만족스런 방문이었습니다.

하지만 한편으론, 지난 시절 지나간 많은 크래프트 펍-바틀샵 들을 떠올리게 되어 불안하기도 합니다. 솔직히 전성기 시절 퍼센트도 모자람은 없었거든요. 열정만으로 헤쳐모ㅇ... 아니, 헤쳐나가기엔 대구바닥은 아직 문이 좁습니다.

건투를 빕니다. 철원지역에 입사하며 이래저래 대구바닥과 거리를 두게 되었습니다만, 제 정체성은 여전히 대구에 있습니다. 이만한 펍을 대구에서 다시 찾을 수 있을런지요.

퇴사하게 되면, 보다 자주 뵙겠습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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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정닉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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