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번주 금요일에 장거리 택시를 탈 일이 있어서 서울택시 기사님이랑 긴 대화를 나눈 적이 있다.

그 택시기사님은 전통적인 민주당 지지자였고, 국민의당이 민주당이랑 합당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분이었다.

그리고 민주당 경선에 나왔던 안희정, 이재명은 다음 대선에서 좋은 경선주자 내지 대선후보가 될 재목들이라고 생각하는,

정말 평범한 민주당 지지자이셨지.

즉, 이분은 민주당 경선 과정에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도 전혀 모르고, 양념같은 일에 가담한 적도 없으시며, 민주당과 국민의당이 갈라진 것에 그저 안타까워만 하시는,

그냥 선량한 일반인이셨다.

물론 그분도 안철수에 대해서는 약간 부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계시더라.

특히 갑철수나 엠비아바타 같은 말에 대해서, 일반 국민들은 그런 말이 있는지도 몰랐는데 괜히 토론에서 먼저 스스로 언급하는 바람에 모두가 다 알게 됐다며 혀를 차시더라.

그래서 안철수가 그 토론 당일에 왜 격노한 상태로 토론에 들어가게 되었는지를 찰갤에서 본 내용들을 참조해서 설명드렸고,

더불어서, 안철수가 그동안 해 온 국민들을 위한 일들 중 대표적인 거 딱 2개만 말씀드렸다. 신해철법, 김영란법.

그랬더니, 아 그런 일이 있었는 줄 몰랐다며, 정말 곧바로 마음을 바로 푸시더라.

그리고서는, 어차피 국민들은 다음 대선때 되면 다 잊어버리고, 그 순간에 또 제일 좋아 보이는 사람을 뽑을 것이니, 너무 걱정하지 말라고 오히려 나를 위로해 주시더라.

그래서 나도 덕담 한 마디 해드렸다. 저는 여전히 문재인을 안 좋아하지만 그렇다고 문재인이 실패하길 바라는 건 절대 아니라고. 문재인이 실패하면 피해보는 건 국민들이기 때문에 제발 실패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그랬더니 엄청 좋아하시면서, 또 한편으로는 국당을 걱정해 주시더라. 그런데 문재인이 성공하면 국당은 존재감이 없어지는 거 아니냐고.

그래서,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씀드렸다. 문재인의 성공과 별개로, 국당은 정말 국민들을 위해 필요한 일을 끊임없이 하고, 문재인이 잘하는 거에는 협조해 주되 못하는 거에는 단호하게 반대하면서 반대에 그치지 않고 더 좋은 대안을 내놓고 하면, 국민들은 다당제의 필요성을 인정해 주고 국민의당을 더 지지해 줄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랬더니 또 곧바로 수긍하시면서, 그렇게만 되면 너무 좋겠다고 정말 순수하게 좋아하시더라.

그런데 어쩌다보니 인사청문회 얘기까지 나오게 됐고, 이번 인사에 대한 그분의 생각을 들을 수 있었다.

택시기사님 왈, 제발 문제있는 인사들은 스스로 물러나서 문재인 정부에 부담을 안 줬으면 좋겠다. 김상조의 경우 청렴한 분인 줄 알았는데 이번에 보니 문제가 너무 많아서 걱정이다. 공정거래위원장은 더욱 강한 도덕성이 있어야만 그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는데 저렇게 문제가 많으면 일을 제대로 할 수 있겠나. 스스로 좀 물러났으면 좋겠다.

그러면서 덧붙이시기를, 문자폭탄 날리는 사람들 진짜 잘못하고 있는 거라고, 그게 민주당 욕먹이는 거라고, 그런 거 절대 하면 안 된다고, 젊은 사람들이 생각없이 그런 행동 하는데, 그거 못하게 해야 된다고 열변을 토하시더라.

솔직히 말해서 조금 놀랬다. 얘기 나눠보니 정말 오래된 민주당 지지자이셨는데, 문자폭탄에 대해서 저렇게 말해주는 것도, 김상조에 대해서 저런 의견을 표하시는 것도, 놀랬다.

(참고로 저 때는 김상조가 한창 논란이 되던 때라서, 강경화 등은 아예 대화 대상이 아니었다)

그리고 조금은 힐링도 되더라. 인터넷에서 악다구니 쓰는 모습들만 보다가, 정말 정상적이고 상식이 살아있고 말이 통하는 분을 만나니, 상처가 좀 아무는 느낌도 나더라.

그런데 순간 옛날의 내 모습이 겹치더라. 민주당을 지지하기는 하지만 민주당이 잘못하는 게 있으면 괜히 속상하고 안그랬으면 하는 마음이 들었던 평범한 유권자의 모습 말이다.

지금이야 뭐 더 깊이 아는 게 많이 생겨서 민주당을 도저히 지지할 수 없게 되었지만,

평범한 민주당 지지자 시절에도, 민주당이 뻔히 잘못하는 게 보이는데 무조건 민주당 잘한다 잘한다 소리가 나오지는 않았었고, 그놈이 그놈이라는 어른들 말씀만 더 맴돌 뿐이었다.

그래서 국당이 인터넷 여론에 절대 굴복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인터넷에서는 문빠들의 여론몰이에, 마치 국당이 무슨 큰 잘못이라도 한 것처럼 조리돌림 당하고 있지만,

선량한 일반국민들은 김상조조차도 문제 있다고 생각하고 문정부에 스크래치 나는 거라고 생각한다. (내가 옛날에 딱 이 심정으로 민주당 지지했던 사람이었다)

하물며 지금 국당은 강경화만 확실한 불채택 입장 취한 거 아니냐.

이러면 일반국민들은, 국당이 합리적으로 일한다는 이미지를 받게 되지, 이걸 보고 몽니라고 생각하는 사람 아무도 없다. (몽니 부릴 거면 이낙연부터 거부했지)

그러니 조직적으로 움직이는 저들에게 부디 지지 말고, 현명하게 이 상황을 헤쳐나갔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