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그대로 역사란 무엇인가?라는 책이야.
읽어본 갤러들도 있겠지만, 나한테는 여러가지 방향으로 의미가 큰 책이야.

사실 역사책보다는 역사방법론책이고, 그렇기에 철학적인 내용이 무척 강해. 인문학에 관심이 없다면 읽다가 머리터질지도 몰라.

이 책에 대해 받아들이는 입장은 사람마다 달라.

우리 교수님은 \'이미 한물간 이야기를 하는 책이지만, 아직까지도 읽어볼만 하다\'라고 하기도 하셨고, 누군가에게는 읽어볼 가치도 없는 불쏘시개 정도로 받아들여져.

아까 위에다가 여러가지 방향으로 의미가 크다고 했지?

그건 이 책이 \'부림사건\'의 촉매가 된 금서들 중 하나였다는 사회적 이슈도 있지만, 우리가 주장하는 노트릭스/문트릭스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에 대해 어느 정도 설명 가능하다 생각하기 때문이야.

뭐, 부림사건 자체가 노트릭스의 계기. 즉 \'인권변호사 노무현\'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사건이기도 해. 어떻게 보면 386세대와 노무현 사이를 요약해줄 수 있는 사건이기도 하지.

그러면서 과거 부림사건을 비롯해, 여러 사회적 이슈를 갖고 있던 사건들에 대해 당대 판사 인식으로서는 꽤 놀랄만한 여러 판결들을 내렸던 인물이자, 판사복을 벗은 이후로도 운동권 인사들을 변호했던 \'서석구\'와 관련이 있는 사건이기도 해.

그리고 그 서석구는 가장 최근에 있었던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사건에서 온갖 막말과, 뻘짓으로 유명한 대표적인 극우인사가 되었지.

그런 관점에서 보면, 부림사건은 현재 지금을 있게 한 \'역사의 한 페이지\'일 것이고. \'이 사건을 어떤 관점으로 볼 것이냐?\'라고 질문했을 때 나올 수 있는 답변들이 중요하다 생각해.

역사란 무엇인가?에서는 "역사는 과거와 현재와의 끊임없는 대화이다."라고 주장해.

이것이 무슨 뜻이냐?

어떤 사람들은 다르게 생각하겠지만, 기본적으로 이 책에서는 \'객관적인 역사란 없다\'라고 주장해.

객관적인 역사란 무엇일까?

나는 이걸 이렇게 정의해. \'모두가 동의할 수 있는, 진실 그대로만을 담은 역사.\'

그런데 그게 가능할까?

역사는 결국 역사학자들에 의해 결정돼. 많은 사료와 세간의 인식과, 학술적인 연구에 의해 만들어지는 일종의 가이드북이지. 객관적인 역사는 역설적이게도 \'역사학자의 주관\'에서 만들어지는 거야.

그렇다면, 변하지 않는 사실로만 역사를 기록한다면 어떨까?

글쎄. 역사학자들이 구성하는 \'역사적 사실\'이라는 것도 결국은 \'대부분이 소실된 상태에서 발견되는\' 사료로부터 구성되는 것이 아닌가?

가령 우리가 역사라고 믿어 의심치않는 삼국사기와 삼국유사. 그것들이 사실 그대로 100%의 과거를 전부 담아놓은 것이라 확답할 수 있는가?

삼국사기와 삼국유사에 빠져있는 \'여성\'에 대한 것은? 그 사료들에서 알 수 없는 \'백성들의 삶\'은? 혹여 사료들이 누군가에게 유리하도록 조작되었을 가능성은?


결국 해석을 위해 사료를 만지는 역사가의 주관이 담길 수밖에 없는 것이 역사이고, 그렇기에 절대적으로 객관적인 역사는 없다고 보는거야.

다만 다른 관점에서 보고, 이러한 \'역사의 주관성\'에 대해 비판할 수 있는 여지가 정말 엄청 많아. 내가 아는 교수님께서 말씀하셨듯이, \'지금은 한물 간 주장을 하는 책\'이거든.

그래도 이 책의 최종 주장. 즉 결론은, 내 입장에서만큼은 꽤 타당한 논조로 다가와.

\'역사는 과거와 현재의 끊임없는 대화이다.\'

과거로 대표되는 \'사료\'로부터 현재의 사람인 \'역사가\'가 역사적 사실을 재구성한다는 점에서 맞는 소리라고 생각해.

하지만 그런 부분보다는

현재에 살아가고 있는 \'우리와 같은 시민들이\' 이미 과거에 역사가들이 정리해놓은 \'역사적 사실들\' 중 받아들이고 싶은 것들만 받아들인다는 점에서 오히려 더 타당하다고 생각해.

수많은 사건들이 있었지.

안철수 갤러리에서 문죄인의 위선을 지적하기 위해 끊임없이 꺼내는 여러 사건들. 하지만 문트릭스에 빠진 문신도들은 그것들을 \'사악한 사탄들의 거짓된 음모\' 쯤으로 치부해버리고 받아들이지 않아.

오히려 그런 것들이 진실이라는걸 알고 있는 몇몇들은, 엄연한 과거의 사실들을 \'일베의 선동\'으로 치환시키고. 없는 사실들을 조작해서 안철수를 괴롭히고 있지.

\'역사란 무엇인가?\'
이 질문에 대답하는 것은 보류하려고 해. 나한텐 너무나 어려운 질문이거든.

하지만 이 책을 읽고 (읽은지는 1년 이상 지남), 최근과 과거의 사건들을 보면 느끼는 점은 있었어.

결국 역사도 인간이 만드는거고, 인간의 이해관계에 따라 이용당하는 도구일 뿐이야.

노트릭스를 위해, 불의에 맞선 정의의 역사인 민주화운동을 교묘히 이용했고.

이제는 문트릭스를 위해 노무현 이후의 9년 역사를 \'대놓고\' 이용하고 있어.

그리고 그들은 앞으로의 5년, 어쩌면 10년이 될 미래를 인질로 잡고 자신들에게 유리한 역사를 만드려고 하고 있어.

그런 와중에, 용서할 수 없는 불의가 발생한다면. 그것에 대해 비판할 줄 알아야 하는 학자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해.

과연 내가 잘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