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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갤문학-날탄 깎던 노인모바일에서 작성

M1A2(183.109) 2016.06.19 22:29:07
조회 2006 추천 43 댓글 8

벌써 30년정도 전이다.

내가 생산된 지 얼마 안 돼서 ADD에 눌러 살 때다.
슬슬 괸찮은 탄은 사러가던 길에, 탄가게를 발견했다.

가게 안에는 포신만 봐도 구닥다리인 노인이 있었다.

무난하게 날탄을 주문한 나는 북한이 T-72를 끌고 올거같으니까  빨리양산 해달라 요청을 했다.

노인은 자기 포탄을 굉장히 잔망스럽게 부리는 것 같았다.

"내가 헌역 일때는 말이지,   지대로 뚫지도 못하면서도 AP만쐇는데 항상 전투하면서 애먼 보병들  죽이는 일은 없었디. 제 아무리 적 야포가 깝쳐봤자 장갑에 흠집도 못내는 것들이..."


"좀 조용히 해 줄 수 없습니까?"

했더니,

"포탄 하나 가지고 에누리하겠소? 자꾸 딴지놓을거면 환불해 줄테니 가서 대전차 고폭탄이나 알아보시우."

대단히 무뚝뚝한 노인이었다. 뭐라 더 깝쳐보지도 못하고 포탄을 잘 만들어 달라고만 부탁했다.

그는 잠자코 탄통 위에서 포탄을 깎고 있었다.

처음에는 가만히 탄심을  재는 것 같더니, 돌연 포탄을 내려 이리 돌려 보고 저리 돌려 보고 굼뜨기 시작하더니, 마냥 늑장이다.

나머지 전차들이 대전차 고폭탄을 빙자한 성형작약 오입질에 심취해 저 멀리 나가있는 상황이라 내가 보기에는 그만 깎고 대전차 고폭탄이나 얹어 주는게 더 나을 거 같은데, 자꾸만 탄통에 앉아 텅스텐만 만지작대고 있었다.

인제 미군들이 도착했으니 그냥 포탄은 그만 깍고 훈련지로 가야한다고 해도 통 못 들은 척 대꾸가 없다.

무전기에서 간간히 울리는 무전때문에 빠듯해 왔다. 갑갑하고 지루하고 초조할 지경이었다.

"더 깎지 않아도 좋으니 그만 날탄이나 주십시오."

라고 했더니, 화를 버럭 내며,

"장갑을 뚫어야 전차를 격파하지, 나가서 공간장갑에  성형작약을 들이 부어서 전차를 부수나."

한다. 나도 기가 막혀서,

"날탄을 아예 버리겠다는 것도 아니고, 이대로면  운동에너지 탄이 몰락하는것도 금방인데. 노인장, 외고집이시구먼. 시간이 없다니까요."

노인은 퉁명스럽게,

"가려면 당신이나 가슈. 난 에너지탄이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는 안 가겠소. 내가 헌역 시절에 얼마나 구른 줄은 알고 제깟놈이..."

하고 내뱉는다. 자존심이 상한듯한 노인도 노인이고, 어차피 그를 설득하는 새에 소집 타이밍이 이미 틀린 것 같고 해서, 될 대로 되라고 체념하며 노인 곁으로 가는 수밖에 없었다.

"그럼, 성이 찰 때 까지만 마음대로 깎아 보시오."

"글쎄, 재촉을 하면 점점 품질이 북한된다니까. 탄도 제대로 만들고 써야지, 적 나올때 도탄이면 쓰나."

좀 누그러진 말씨다. 이번에는 제작을 숫제 포기한 듯 태연스럽게 담배를 피우고 오겠다 하지 않는가. 나도 그만 지쳐 버려 구경꾼이 되고 말았다.

신기하게도 날탄을 내가 드린 텅스텐, 그리고 구식 기계로만 깎아내며 꿋꿋이 날탄을 깎던 노인은 거의 저녁이 되어서야 포탄을 이리저리 돌려 보더니 탄이 다 깎엿다고 탄통을 떠난다. 사실 다 깎기는 아까부터 다 깎여 있던 탄이다.

혼자 졸다가 정신을 잃었는더 그새 완성했는지 나도 모르는 새 탄을 받아놓은 나는 불쾌하기 짝이 없었다.

"그 따위로 탄을 깎아 가지고 매출이 높을 턱이 없다.  이건 죽창이 아니고 포탄이다. 그래 가지고 부심만 되게 부린다. 날탄을 깎을 줄도 모르고 불친절하고 무뚝뚝한 노인이다."

생각할수록 화증이 났다. 그러다가 앞을 돌아다보니 노인은 태연히 뒷짐을 지고 76mm AP의 정면을 바라보고 섰다. 그 때, 바라보고 섰는 앞 모습이 어딘지 모르게 노인다워 보였다.

싸구려 냄새 풍기는 보급탄이 아닌 정성것 깎은 탄에 내 마음은 약간 누그러졌다. 노인에 대한 멸시와 증오도 감쇄(減殺)된 셈이다.

바로 ADD로가 전차들에게 보여주니 M48A5K도 M1도 잘 깎았다고 야단이다. 가격도 물론인거니와 텅스텐 가지고 이렇게 관통력이 나온다는 것을 처음 본다는 것이다. 그러나 나는 가격을 제외하고는 일반 날탄보다 별로 좋은 것 같지가 않았다.

그런데 포탄에 관심 좀 많다 하는 레오파르트의 설명을 들어 보니, 슬릿아머와 반응장갑이 많은 지금은 운동에너지탄을 버리고 싸우러 나가 대탄만 펴쏴고 있으면 적 전차를 관통시킬 전차가 없음은 물론이요 날탄 또한 깨지기를 잘 하고 관리에도 힘이 들며, 탄을 잘 아껴놓지 않으면 결정적인 때 못 쓰고 대인유탄만 가득찬 직사자주포가 되기 쉽단다. 요렇게 잘빠지고 관통력도 높으며 강선포에도 맞는 날탄을  만드는 장인은 좀체로 만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나는 비로소 마음이 확 풀렸다. 그리고 그 노인에 대한 내 태도를 뉘우쳤다. 참으로 미안했다.

옛날부터 내려오는 전차들은 스타일이 묵직하여 혹 전선유지를 하면 진득이 붙어서 좀체로 방향을 바꾸지 않는다.

그러나, 요새 전차들은 마지못해 전선으로가 한 번 포탑 따이기 시작하면 사기가 팍 상하는지 그 이후로  북한군꼴이 걷잡을 수가 없다.

예전에는 공장 등에서 탄을 만을 때, 금속을 걸고 나가 철갑탄을 주조한다. 다른 금속과의 혼합비와 실전검증 등 이렇게 한 뒤에 비로소 100M 에서 장갑판 128mm정도 관통하는 철갑탄이 만들어진다. 이것을 76mm M62 AP탄이라고 한다. 물론 날짜가 걸린다.

그러나 요새는 성형작약을 써서 포탄을 만든다. 금방 찍어낸다. 그러나 신뢰를 못하다.  요새는 꽤 보던 전차라도 슬릿아머달고 반응장갑달고 하드킬에 전차호에서 잠적하는게 당연한 시대에 굳이 에너지탄이나 쓰겠다고 전우회를 조직하며 틀니를 딱딱 댈 사람이 있을 것 같지 않다.

전차전의 양상만 해도 그러다. 옛날에는 서부전선에서  전진을 하다 전차를 마주하면면 이 전차는 1호전차 고폭탄, 저 전차는 4호전차 철갑탄, 전차 별로 정해진 탄종에 포탄을 장전했고, 특별한 경심철갑탄의 장거리 교전력은 일반 철갑탄보다 떨어진다, 철갑탄이란 그 당시 관통력과 간지면에서 따라올 포탄이 없던 포탄이다. 눈으로 보아서는 관통이 될 것인지 도탄 될 것인지알 수가 없었다. 단지 탄을 믿고 탄을 발사하는 것이다. 믿음이다. 지금은 그런 말조차 없다. 어느 누가 일면식도 없는 상대와 전투를 하다 적 기갑차량이이 나왔는데 성형작약 박아넣질 않을 이도 없고, 또 날탄을 믿고 탄의  관통력을 시험할 순진한 전차도 없다. 옛날 사람들은 대전차는 대전차요 대보병은 대보병이지만, 적과 마주하고 포탄을 쏘는 그 순간만은 오직  내 규율을 준수하고 타격을 입히는 그것에만 열중했다. 그리고 스스로 보람을 느꼈다. 그렇게 순수하게 심혈을 기울여  포탄을 만지기도 하곤 했다.

이 노인도 그런 심정에서 탄을 깎고 있을 것이다.

나는 그 노인에 대해서 죄를 지은 것 같은 괴로움을 느꼈다.

"그 따위로 해서 무슨 탄을 깎아먹는담." 하던 말은

"그런 훌륭한 장인이 나 같은 어리석은 전차에게 멸시와 증오를 받는 세상에서, 어떻게 탄제조 장인이 탄생할 수 있담." 하는 말로 바뀌어졌다.

나는 그 노인을 찾아가서 공구상자에 디젤이라도 대접하며 진심으로 사과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전차들에 물어물어 그 노인의 가게를 찾았다.

그러나 그 자리에는 가게가 없었다 나는 그 노인이 앉았던 자리에 멍하니 서 있었다. 허전하고 서운했다. 내 마음은 사과드릴 길이 없어 안타까웠다.


사격장 앉은 자리의 맞은편 새로운 전차를 바라보았다. 날아갈 듯한 포신끝으로 조준을 하다가 날탄이 날아가 산채로 묶인 T-90의 전면을 관통하는 모습이 피어나고 있었다.

말도 되지 않게 비양심과 더불어 이내 불금사업을 욕질을 해대는, 한 없이 한심해보이는 모습.

문득 깨달았다.

아, 그 때 그 노인이 지금 나와 같은 기분을 느끼고 있었구나. 열심히 탄을 깎다가 자꾸  빨리 달라고 징징거리는 나의 모습에 눈을 흘기던 노인의 거룩한 모습이 떠올랐다.

나의 입매 사이로 무심히 "날탄만큼 확실한게 어디있겠어"  라는 말이 나왔다.

오늘 ADD에 들어갔더니  K1A1이 날탄으로 폭풍호의 포탑을 따고 있었다.

이제는 날탄으로 참교육은 잘 볼 수 없는 광경이지만 활강포를 처음 달았을때 천자총통 이나 다를게 뭐냐고 투덜거린 K1A1이 생각난다.

썩은 정치질과 방산비리로 지대로 된 전차 구경한 지도 참 오래다. 요새는 디젤가지고 지랄하는 씨발년들 덕에 기름먹기도 유난히 힘든 것이 크다.

자연스레 국빠가 빠져나간 탓에 나는 도발원점을 초토화 시킨다느니 포병이야말로 전쟁의 어머니라느니 애수를 자아내던 그 육방부 소리도 사라진지 이미 오래다.


문득 30년 전 날탄을 깎던 노인의 뒷모습이 떠오른다.



-방망이 깎던 노인을 다시 읽어보고 난뒤 싸지른 뻘글임 현대전의 양상이니 날탄의 몰락이니 개소리니 무시해도 좋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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