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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신론자가 되기 전에 고려할 부분(feat. 인간의 인지 한계)

무갤러(119.195) 2023.09.03 17:36:53
조회 742 추천 31 댓글 12

무신론자란 결국 신이 없다는 결론을 내리고, 그것을 믿으며 살아가는 사람이겠죠. 하지만 그런 판단을 내릴 만큼 인간은 역량을 충분히 지니고 있을까요? 인간의 오감과 인지, 사고능력도 결국은 그 자체로 구조적 한계를 지니기 때문에 세상을 온전하게 이해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크게 세 가지 측면에서 개인적 의견과 근거를 적어봤습니다.


1. 휴리스틱의 한계


휴리스틱이란 특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심리적 기제(사고 회로 패턴)입니다. 쉽게 이야기 하면, 눈에 보이지 않는 내 머리안의 도구, 일종의 앱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일상생활 속에서 우리가 운전을 하거나, 수학 문제를 풀거나, 달리기를 할 때 사용하는 뇌와 사고 회로가 다르듯이 각 활동마다 요구되는 휴리스틱이 다릅니다. 일반적으로 현대 문명에서 인간의 판단을 결정 짓는 데에 가장 중요시 되는 과학적 사고, 논리적 추론, 이성 등은 결국은 심리학에서 말하는 일종의 '휴리스틱' 입니다.


그런데 기본적으로 도구라는 것은 그 존재 자체에 이미 가용성, 고유성의 한계를 수반하고 있습니다. 비유하자면, 빛을 뜰채로 거를 수 없고, 물을 칼로 자를 수 없는 것과 같습니다. 도구는 사용될 수 있는 상황이 한정되어 있습니다. 나무를 자르는 데에 전기톱을 쓸 수 있지만, 케익을 자르는 데에까지 전기톱을 쓸 수는 없듯이 말입니다. 그런데 세상은 한 가지 휴리스틱만으로 모든 걸 인식할 수 있을 만큼 단순하지 않습니다. 세상을 온전하게 인식하기 위해선 인간이 가진 오감과 휴리스틱만으로는 당연히 불가능 합니다. 즉, 인간이 끊임없는 탐구를 통해 세상은 인지해나가는 것은 결국 불가능성 안에서 쥐어지는 세상의 부분적 본질인 것입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인간은 자신이 경험한 극도의 협소한 패러다임과 휴리스틱으로 그것이 전부인 것처럼 세상에 대해 판단하고 인지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부분이 바로 메타인지에 대한 개념으로 이어집니다.


2. 메타인지의 한계


메타인지란 일반적으로 자기 자신을 인지하는 것을 의미하며, 구체적으로는 인지하는 시점의 자기 자신의 의식으로부터 분리되어 스스로의 의식(휴리스틱, 패러다임, 패턴 등)을 바라보고 인식할 수 있는 능력을 의미합니다. 예를 들어 메타인지가 없는 사람은 마치 태어날 때부터 눈 속에 빨간 셀로판지가 박혀 있어 온 세상이 빨간 색인 줄 아는 사람과 같습니다. 자신의 눈 안에 빨간 셀로판지가 박혀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하며, 그 셀로판지를 제거하고 세상을 바라보는 경험이 생기지 않는 이상, 그 사람은 무엇이 문제인지 인식조차 할 수 없습니다.


만약 이 같이 메타인지가 부족한 사람의 경우, 인지 및 판단에 몇 가지 문제가 생깁니다. 첫째는 상술한 전기톱의 비유처럼 한 가지 도구로 세상 모든 것을 다 재단하고 판단하려 하는 오류에 빠질 확률이 높습니다. 왜냐하면 언젠가 자신이 눈앞의 문제를 그 전기톱으로 해결한 경험이, 그 사람으로 하여금 모든 문제가 전기톱으로 해결이 되겠다는 확신을 심어줄 확률이 크기 때문입니다. 둘째는 나와 다른 이의 관점과 인지를 잘 이해 또는 공감하지 못합니다. 대화를 해도 상대방이 지닌 관점, 상태, 휴리스틱 등의 존재를 인지하고 교감하려는 성향보다는, 상대라는 입력값을 자기 자신이라는 함수에 대입하여 결과값을 도출할 뿐입니다. 자신의 밴다이어그램 범주 안에 있는 것만 이해합니다.


안타깝게도 대부분의 인간은 태어날 때부터 메타인지가 뛰어나지 않으며, 이를 발달시키는 사람도 소수에 불과하다고 봅니다. 올바른 판단은 커녕, 그 판단의 구조적 원인인 자신의 사고의 한계와 가용범위를 인지하는 사람조차 많지 않다는 것입니다. 이를 비유하자면, 자신의 눈 속에 빨간 셀로판지가 박혀있다는 사실을 인지조차 못하는 사람이 많은 것입니다. 상술한 내용들이 단순히 이성적 사고에만 국한된 것도 아닙니다. 왜냐하면 대부분의 인간은 개인의 감정과 내적 동기가 뒤섞인 채로 살아가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인간이 스스로가 온전하게 자신의 판단을 인지, 통제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입니다. 이와 같이 제한된 관점으로 살아가며, 이러한 사실과 그에 따른 문제들을 스스로 인지조차 못하는 인간이 모든 것을 판단하는 것이 가능할까요?


3. '판단'이 휴리스틱으로써 갖는 구조적 한계


'판단'이라는 행위도 결국 특정한 주체가 자신의 인지 능력과 자원을 이용해서 특정 대상을 특정 기준에 따라 '규정' 짓는 활동이며, 상술한 '휴리스틱'과도 같습니다. 그리고 그 자체로 이미 한계를 수반하고 있습니다. 예시로 존재의 유무에 대한 판단이, 인지 능력이 다른 주체에 따라 달라지는 사례를 들어보겠습니다. 만약 관찰자의 눈 앞에 사과가 놓여 있다면, 이 사과는 있다고 판단할 수 있겠죠. 그리고 10초 뒤에 관찰자가 사과를 들어 한 입에 삼켰다면, 그 후에 사과는 없다고 판단할 수 있겠죠. 이 판단은 현재 그 사과를 인지하는 관찰자, 즉 인간이라는 존재적 한계를 지닌 이가 인식한 판단일 것입니다. 그리고 그 판단은 인간이 인지하는 그 순간에 이루어졌다고 봐야겠죠. 그런데 만약 천년이라는 시간을 1초 처럼 인식할 수 있는 존재가 있다면, 그 존재는 그 사과를 있다고 판단할 수 있을까요? 전자 구름이나 빠르게 회전하는 선풍기의 예시를 생각해보면 판단과 인식이라는 것은 절대적인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인간이 아무리 인식의 장막을 들춰낸다 할지라도 인간은 인간의 한계라는 맥락을 벗어날 수 없다고 생각해요.


존재의 유무마저도 위와 같이 판단의 상대성이 드러나는데, 하물며 선악은 어떨까요? 죄없는 누군가를 살해한 인간이 몇 년뒤에 수십 명의 목숨을 살렸다면 이 사람은 선할까요? 악할까요? 이를 판단하는 인간의 인지 역량이 과연 절대적일까요? 인간의 기준도 시대와 상황, 심지어 동 시점의 각 개인마다 상대적입니다. 선악의 존재를 부정하는 것은 아닙니다. 인간의 판단 능력의 한계를 짚고 싶은 것 뿐입니다.


*마무리 (+ 과학에 대해서)


마치 태어날 때부터 시각이 없는 사람이 태양의 존재를 모른다고 해서 태양의 존재가 없는 것이 아니듯, 인간의 오감과 인지능력 밖의 존재를 인간이 인지하지 못한다고 해서 없는 것은 아닙니다. 이 시대를 지배하고 있는 과학은 결국 인간의 오감과 이성 안에 한계 지어진 패러다임의 일종입니다. 과학을 부정할 수는 없지만, 과학은 그저 인간의 관점으로 세상을 인지하는 일종의 채널 중 하나일 뿐입니다. 과학의 정체성은 과학적 사고, 경험주의적 사고라는 휴리스틱이며, 사회적 휴리스틱으로써 이미 그 존재 자체에 세상을 인지할 수 있는 정도에 대하여 구조적 한계를 수반하고 있습니다. 과학을 부정하는 일은 잘못된 일이지만, 과학의 한계를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는 일도 마찬가지로 잘못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인식 없이 과학을 맹신하는 것은 마치 침팬지가 총을 갖고 노는 것과 다름 없다고 생각합니다. 과학을 부정할 수는 없지만, 과학이 전부는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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