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발끈 하나 제대로 못 매고,

어버버한게 띨띨해보인다고 말하는 분들이 있다.

조훈현은 뭘 했더라도 성공했을 것 같은데

이창호라면 고개가 갸웃거린다고들 한다.

바둑밖에 못할 위인이라는 거다.


그 말이 맞을지도 모른다.

분명 갓창호 형님은

조훈현과 이세돌류의 천재는 아니다.

하지만.


그 하지만을 위해 창호성님의 소년기를 알아보자.


당대 1인자인 조훈현의 내제자로 들어가게 된다.

쌩판모르는 넘의 집에 일고여덟밖에 안된

어린애가 넘의 집 살이를 하게 된 거야.

가족은 저 멀리 지방에 있고

또래 친구도 하나 없이 갓창호 성님께선

늘 바둑판을 들여다보셔야 했다.


훗날 응팔 인터뷰에서도 말하지.

자신에게는 일반적인 의미의 학창시절이 없었다고.


드디어 입단을 하고 바둑왕전을 먹으며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해.

이 때부턴 또 새로운 문제가 있어.

자신의 스승을 이겼는데,

말이 좋아 보은이지, 죄 지은 것도 아닌데

죄 지은 기분이 든단 말야.

게다가 내제자 생활은 아직 끝나지 않아서

온종일 바둑판에서 겨루고, 같은 차를 타고 돌아와야 했어.

그리고 다음날엔 다시 같은 차를 타고 가서,

겨루고, 승부가 갈리고, 승자와 패자가

같은 차를 침묵 속에 달리고...


아무튼 절대적인 1인자였던 조훈현을 꺾은

제자의 등장이란... 당시 꼰대기사들에게 어떤 의미였을까.

질투의 대상이었을 테지.


갓창호 성님은 점점 위축될 수밖에 없었어.

그놈의 씨발놈의 공경공경공경공경

조금도 공경할 수밖에 없는 꼰대들과 바둑을 두고

이겨도 표정을 삼키고, 별 꼴 다 보겠다는

시선을 삼키고...

어마어마한 대국량까지...


갓창호 성님은 혼밥이나 오락하러 가는 길에나

몰래 웃어봤을 거야.

ㅆㅂ 꼰대새끼들아 늬들이 반외에서 아무리 ㅈㄹ을 해도

반상에선 내가 왕이다.


갓창호 성님은 그렇게 성장했다.

그리고 1인자가 되어

한국바둑을 세계 최고의 경지로 끌어올린다.

다시는 갓창호 성님을 무시하지 마라.

지나간 과거라 해서 없던 일은 아닌가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