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파고가 60연승 했을 때도 프로들은 속기일 뿐이라 큰 의미가 없다면서 정선이니 두점이니 하면서 정신승리만 해댔지 정작 치수고치기 얘기 나왔을 땐 꼬리를 내렸다. 그리고 커제가 마파고한테 압도적으로 발리면서 이세돌 매치에 비하면 크게 관심조차 받지 못했다.

그런 마파고를 90프로 승률로 찍어 누르는 제파고가 나왔다. 이젠 프로들도 알파고를 갓으로 인정하고 배우려 하고 있고 팬들은 석점이네 넉점이네 설왕설래가 오가고 있다.

이제 인간이 인공지능에 이길 것이라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 얘기를 바꿔 말하면 정상급 기사가 알파고에게 져도 이젠 더 잃을 것이 없다는 얘기다.

차라리 용기를 갖고 진지하게 알파고의 바둑을 탐험해보는 것이 인간의 바둑을 위해서라도 훨씬 가치있는 행동이라 본다.

한사람에게 너무 큰 부담이 된다면 정상급 기사 10명을 불러서 돌아가며 10번기를 해도 되고 상담기를 해도 된다.

치수고치기 매치업만 이뤄진다면 이세돌 매치 이상 가는 흥행이 이뤄질건 뻔하다. 두 점, 석 점에도 버거운 인간을 보며 인공지능의 현란함에 감동하고 감탄하고 한 편으론 인공지능의 무서움에 공포스러워 하겠지만 그걸 또 극복해 내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비록 접바둑이라 할지라도 이세돌 4국만큼의 감동으로 다가올 수 있다고 본다.

그렇게 알파고한테 배운다면 인간의 바둑 발전도 필연적으로 이뤄져 인간들끼리의 바둑도 훨씬 잼있고 박진감 넘칠거라 본다.

이번 제파고의 등장으로 내가 느낀점은 바둑은 진짜 대단한 게임이라는 사실이다. 바둑의 신처럼 여겨졌던 마파고를 90프로의 승률로 압살하는 제파고를 보며 바둑의 끝은 과연 어디일까 하는 호기심과 감동이 밀려온다.

이런 바둑을 전 세계에 알릴 수 있는 좋은 기회가 알파고와 인간의 치수고치기라 생각한다.

인간이 인공지능에 밀려 바둑의 인기가 쇠퇴할거란 생각은 말자. 더군다나 신성시되던 프로기사가 인공지능에 밀려 자기 밥그릇이 준다는 졸렬한 생각은 버리자. 오히려 바둑이란 오묘한 게임이 세계화되어 파이가 커지면 그걸 제일 먼저 누릴 수 있는 일등수혜자가 바로 프로가 될 것이다.

바둑계는 어떻게 하면 바둑판의 파이를 키울지 고민해야 한다. 제파고와 치수고치기만큼 좋은 기회도 없다.

알량한 자존심 다 버리고 제파고와 치수고치기에 도전하기 바란다. 구글도 인간과 더는 안둔다고 했지만 그건 호선 한정일 것이다. 최상의 홍보기회인데 이를 놓칠 구글이 아니다.

이런 윈윈의 기회가 어디 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