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애들은 추억보정이라고 하던데
그냥 추억보정 수준이 아니다. 뭐랄까 느낌이 다르다고 할까.
강하고 약하고 그런 기술적인 차이가 아니다.

가끔씩 바둑을 신문 뒷 페이지에서 총보를 보가나 세계대회를 챙겨보는 정도가 다였지만 뭔가 그 시절의 바둑은 다른게 있었다.

몽백합배 5번기에서 이세돌 커제 대국에서 이세돌 사범님의 대국처럼, 응씨배에서 조훈현 사범님의 대국처럼, 이창호 사범님의 농심배 연승처럼, 조치훈 사범님의 휠체어 대국처럼, 서봉수 사범님이 조훈현 사범님만 보면 말을 안하는 것처럼, 요다 노리모토 사범님이 바둑돌을 기세좋게 탕탕 놓는 것처럼, 모두가 포기했을 때 알파고한테 한방을 먹인 이세돌 사범님처럼, 자기가 조금만 실수를 해도 머리를 강타하던 조치훈 사범님.

그런 뭔가 남자만의 낭만이 있었다. (일본 소년만화 느낌의)

단순한 바둑이 아니라 그야말로 모든 목숨을 걸고 두는 서로가 상대방의 목숨을 노리며, 안타까움은 알지만 자신이 나아가기 위해 더욱 강하게 베는 아픔. 뭐랄까 그런 미학이 한 수 한 수에서 느껴졌다.

그래서 아무리 시간이 긴 중계방송도 TV 앞에 앉아서 보고 있으면 두근두근 거렸다. 그렇게 TV 앞에 앉아서 오랜시간 나름대로 수읽기를 진행을 보면 언제나 다른 수를 둬서 내 상상의 나래를 자극했다. 대국자의 착수를 맞추는 해설자는 없었다.

그런데 요즘 바둑은 그냥저냥 해설자가 진행하는대로 흘러간다.
알파고가 나오기 전에는 김성룡 사범님께서 현대바둑 포석은 이미 다 완성되었단 소리를 항상 하고 다녔다. 5국 중 3국은 20수까지 같은 수순이었던 경우도 허다했다.

내가 늙은걸까. 뭔가 요즘은 미지의 세계를 향해 떠나는 사나이의 마음이 느껴지지 않는다.


바둑은 도전기 방식일 때 가장 아름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