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최근 인공지능 바둑, 체스, 장기 프로그램들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선수들의 상대 실력을 평가하는 elo 점수를 계산하는 방법을 공부하면서 무승부의 존재가 elo 점수가 올라갈 수 있는 한계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elo를 계산하는 방법이 몇가지 있는데 가장 많이 사용되는 로지스틱 함수를 이용할 경우 두 선수간 승률에 따른 elo 점수의 차이는 대략 다음과 같습니다.
- 50%: 0
- 55%: +35
- 60%: +70
- 65%: +100
- 70%: + 150
- 75%: +200
- 80%: +250
- 85%: +300
- 90%: +400
- 95%: +500
- 97%: +600
- 98%: +700
- 99%: +800. -99.9%: +1200. - 99.99%: +1600. -99.999%: +2000. - 99.9999%: +2400.....

위의 숫자에서도 알 수 있듯이 두 선수들의 승률 차이가 올라갈수록 elo점수의 격차는 가파르게 올라갑니다.

현재 바둑의 최정상급 기사들인 박정환, 커제의 elo는 3600대 초반, 체스의 최강자인 칼슨의 elo는 2800대 후반이고, 인공지능 바둑의 경우 돌파고가 3939, 알파고 제로 3일 훈련 버전이 4350, 마스터가 4858, 알파고 제로 40일 훈련 버전이 5185점이고, 인공지능 체스의 경우 최강의 프로그램이 스톡피시 등 3개 정도가 있는데 대략 3400대 초반 수준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위에 나와 있는 elo 격차와 승률의 관계를 인간 최강자와 인공지능 최강 프로그램에 대입해보면 바둑의 경우 1500-1600점 정도 차이가 나서 박정환, 커제 등과 알파고 제로 40일 버전이 대결하면 1만 판에 인간이 한두 판 정도 이길 가능성이 있고 체스의 경우 500-600점 정도의 격차가 있어 인간이 20판에 1판 이기면 잘하는 것이라고 평가할 수 있겠습니다.

체스와 바둑의 가장 큰 차이는 무승부의 비중인데 체스의 경우 인간 최고수들끼리 대결하면 무승부가 나올 가능성이 60%를 넘는다고 합니다. 반면에 바둑의 경우 3패나 장생 등 특수한 모양이 나오지 않으면 6.5-7.5의 덤으로 인해 무승부가 발생하지 않습니다. 인간들 사이에서는 대략 3000판에 한 판 꼴로 무승부가 나온다고 하는데 바둑에서 무승부가 나올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가정해도 큰 무리가 없습니다.

체스의 경우 승자에게 1점, 무승부가 나면 두 선수에게 각각 0.5점을 부여하는데, 이런 식으로 처리하면 elo 점수가 올라가기 어렵습니다. 예를 들어 무승부의 확률이 60%라고 하면 두 선수들이 100판을 대결해서 한 선수가 60판을 비기고 나머지 40판을 전승한다고 해도 승률은 40/100+60/100x0.5=70%밖에 안됩니다. 따라서 두 선수들의 elo 점수 차이는 150점정도밖에 차이가 나지 않습니다.  이번에 알파제로가 스톡피시와 대결해서 28승 72무를 기록했는데 이는 승률로 64%에 해당합니다. 따라서 알파제로는 스톡피시를 압도했음에도 불구하고 두 프로그램들 사이의 elo 점수 차이는 100점 정도에 불과합니다.

체스의 신이 존재한다면 elo가 3600정도일 것이라는 글을 본 적이 있는데, 이는 현재 인공지능 최강 프로그램들에게 75%의 승률을 거두어야 도달할 수 있는 점수입니다. 100판을 두어서 50승 50무를 해야하는데 실력이 향상될수록 무승부의 확률이 올라가는 체스의 성격상 도달하기 매우 어려운 점수입니다.

반면에 바둑의 경우 무승부가 거의 없다고 가정하면 elo가 올라갈 수 있는 한계는 없다고해도 무방합니다. 바둑의 신이 존재한다면 현재의 최강인 알파고 제로와 우주의 종말이 올 때까지 대결하더라도 1판도 지지 않을 것이므로 바둑 신의 elo는 무한대에 가깝다고 해도 좋을 것입니다. 이는 인공지능 바둑 프로그램이 발전할 여지는 아직도 많이 남아있다는 것을 시사합니다.

사족: 2점 접바둑의 차이가 elo로 환산하면 어느 정도 될까 궁금했는데, 체스의 경우 아주 오래 전부터 이에 대한 연구가 이루어졌더군요. 눈에 띄는 것은 두 선수들의 평균 수준이 올라갈수록 elo로 환산한 치수의 차이가 올라간다는 점입니다. 인간 최고수 수준을 약간 상회하는 elo 3000점 대에서 폰(장기의 졸에 해당) 1개의 차이는 elo 500점 정도라고 합니다. 현재 체스 인공지능 최강과 인간 최고수의 elo 격차가 550점 정도 나는데 이는 인공지능이 폰 1개를 떼고 둘 경우 인간 최고수가 무승부를 기대할 수 있는 정도의 차이입니다. 바둑의 경우에는 연구가 별로 안되어 있지만 두 선수들의 평균 실력이 올라갈수록 elo로 환산한 핸디캡 점수가 커지는 것은 확실합니다. 딥마인드의 주장에 따르면, 판파고(elo 3144)<< 3점<<돌파고(elo 3739)<<3점<<마스터(elo 4858)로 실력이 올라갈수록 elo로 환산된 치수의 차이가 커지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저는 알파고 제로 3일 훈련 버전(elo 4350)이 인간 최고수에게 2점을 접어주더라도 우세할 것으로 보는데 인간 최고수보다 대략 500-600정도 높은 elo 4200대면 2점을 접고 인간 최고수와 좋은 승부를 펼칠 것으로 추측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