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끼다’ ‘제치다’ ‘젖히다’ ‘재끼다’가 그렇습니다. 이 네 가지 동사를 구분해보겠습니다.

먼저 ‘제끼다’는 표준어가 아닙니다. 표준국어대사전는 ‘제끼다’를 ‘제치다’ 또는 ‘젖히다’의 잘못 쓴 경우라고 밝힙니다. ‘제치다’는 ‘거치적거리지 않게 처리하다’ ‘일정한 대상이나 범위에서 빼다’를 뜻합니다. 또 ‘경쟁 상대보다 우위에 서다’ ‘일을 미루다’란 의미도 있습니다.

‘손흥민은 가볍게 골키퍼를 제치고 골을 넣었다’ ‘어떻게 나를 제쳐 두고 너희들끼리 놀러 갈 수 있니?’ ‘신생 중소기업이 선두를 유지하던 대기업을 제쳤다’ ‘공부는 아예 제쳐 놓았다’ ‘만사를 제쳐두고 고향을 찾았다’ 이런 식으로 쓰입니다.

이에 반해 ‘젖히다’는 ‘뒤로 기울다’ ‘안쪽이 겉으로 나오게 하다’란 뜻을 갖습니다. ‘고개를 뒤로 젖히다’ ‘대문을 젖히고 들어서다’ ‘코트 자락을 젖히고 앉다’처럼 활용합니다. 용례를 더 살펴보면 ‘나는 커튼을 젖히고 방 안으로 들어갔다.’ ‘그녀는 고개를 뒤로 젖히고 천장을 올려다봤다.’처럼 쓰입니다. ‘젖히다’는 또 보조동사로도 쓸 수 있습니다. ‘젖히다’는 동사 뒤에서 ‘-어 젖히다’ 로 쓰여 앞말이 뜻하는 행동을 막힌 데 없이 해치움을 나타냅니다. ‘노래를 불러 젖히다’ ‘크게 웃어 젖혔다’ ‘술을 마셔 젖히다’가 그런 예입니다.

‘재끼다’는 본동사 뒤에서 ‘-어 재끼다’처럼 쓰이는 보조동사입니다. ‘일을 솜씨 있게 쉽게 처리하거나 빨리 해 버림’을 나타내는 말입니다. ‘남편은 일을 앞에 두고는 견디지 못하는 성미인지라 무슨 일이든지 잘 해 재낀다.’ ‘영숙은 열 장짜리 리포트를 하루 만에 써 재낀다.’는 식으로 쓰입니다. 우리말 참 어렵죠. ㅎㅎ

한편 비표준어 ‘제끼다’는 북한말로는 ‘죽여 버리거나 없애다.’의 뜻을 갖습니다. ‘그놈들을 제끼고 오겠습니다.’처럼 쓰인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