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이 다 끝나자 문자가 와있었긔. 교문 앞에 차가 대기 중이라는 문자였음. 대번에 바뀐 인생에 언덕을 내려가는 길, 텐의 기분이 묘해졌다긔. 교문에 도착하니 아침에도 데려다줬던 세단이 보여 뒷문을 열고 탔음. 안녕하세요, 인사를 하지만 기사는 딱히 대꾸는 없었긔. 씹혔지만 텐도 크게 개의치는 않고 창밖을 보는데 차가 출발할 생각을 안함. 뭐지 싶어 그때서야 기사를 볼 때였음. 문이 열리는 소리에 반사적으로 돌아보는데 멜군이 쑥 들어옴. 가방을 던지다시피 앞좌석으로 넘기는 멜군한테서는 온통 담배냄새만 폴폴 풍겼긔. 속으로 혀를 찬 텐이 표정을 숨기며 눈이 마주치기 전에 고개를 돌리자 그때서야 차가 출발했긔.


어느새 여름이 되어가고 있었긔. 거리에 햇빛이 강하게 내리쬐는걸 한창 바라보고 있는데 도착한 곳은 집이 아니었음. 요정집 같은 외관의 큰 한정식집 정도. 기사는 가타부타 설명도 없이 다시 차를 타고 떠났고 멜군은 교복을 입은 채로 마당처럼 들어가는 길에 서서 담배에 불을 붙였음. 텐이 가방을 고쳐매고 멀뚱히 멜군을 보자 그때서야 눈이 마주쳤긔. 원래는 결이 좋을 듯한 머리는 단정하지 못하게 흐트려져 있고 눈가에는 상처가, 그리고 입술 근처는 뜯긴건지 부르튼건지 모를 상처로 엉망이었긔. 너도 참 주체안되는구나, 속으로 생각하는데 뒤에서 누군가 텐의 이름을 불렀음.


돌아보니 재현의 형과 누나였음. 이 사람들도 모두 실제로 본적은 없고 사진으로만 본 사람들이었음. 꾸벅 인사를 하자 실물이 낫다느니 생각보다 키가 작다느니 누나가 호들갑을 떨어댐. 그제서야 이 자리가 텐과 인사를 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임을 알 수 있었음. 형쪽은 별말도 없다가는 먼저 들어가버렸고 누나도 따라 들어오라며 걸음을 옮김. 하지만 텐은 그 뒤를 따라가는 대신 멜군을 봤음. 병신. 중얼거린 멜군이 담배를 그대로 잔디 바닥에 비벼 끄더니 처음으로 웃어 보이더니 텐을 지나쳐 갔긔. 그티만 그 방향은 안쪽이 아니라 밖이었음. 빠른 걸음으로 순식간에 멀어져가는 멜군의 뒤를 텐은 무표정으로 바라봤긔

병신은 너야. 그 뒷모습에 텐이 중얼거렸음. 형 누나로부터 인사는 커녕 눈길조차 받지 못한 그를 눈치 챈거긔. 어떡할까. 텐은 마당에 서서 문 밖과 안쪽을 한참이나 번갈아 보며 고민했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