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발 자전거와 네 발 자전거를 수백년 전에 마스터하고
이제 새로 자전거를 시작해 보려고 작심을 하면서
세 발 네 발은 오래 전에 졸업했으니 이젠 두 발을 공부하자 하고
며칠 전에 레쓴 하루 받고 바로 보드웍띠칠 빠알간 거를 장만해서
그저께 혼자 한번 동작대교 북딴의 다리 기둥을 뱅뱅 맴돌아봤자나요.

그러다가 꽈당~
내 육중한 체중을 오른쪽 무루팍에 팍 실어서 넘어졌자나요. 흑.
아찔하더이다.
뵈는 게 없더이다.
잠시 정전 약 오년.

오년까지는 아니고 한 수삼년 지나 정신 차리고 보니
나는 아직도 무루팍 꿇고 못 일어나고 있자나요.
그래도 내가 누굽니까?
울통불통하고 굴곡진 보도블럭 탓이다 하고
갸우뚱 개우뚱 자전거 타고
며칠 전 레쓴원 때렸던 거북선 선착장 부근 아쥬 좋은  장소로 이동했자나요.
동작대교에서 거기까지 산책걸음으로도 십분이면 뒤집어지는데
자전거로 걷다... 비뚤배뚤 타다... 부레끼 삐익 걸었다...하면서 가니깐
한 이십분인지 삼십분인지 걸렸자나요.
거북선 선착장 부근 공터에서 한강대교 밑에까지
일차 레쓴 시 달려본 구간이라서인지 혼자라도 뭔가 안심도 되고 해서 쌩쌩 달렸자나요.
아 그런데 어둠이 밀려오자나요.
퇴근하고 온 사람들이 산책 차 다리로 혹은 자전거로 혹은 인라인으로 삼삼오오 밀려오자나요
내가 또 새가슴이자나요.
게다가 후미등이고 전조등이고 하나도 안 달렸자나요.
별 수 있나요.
자전거 질질잴잴 끌고 한강을 떠나 굴을 지나 집으로 터벅터벅 걸으면서
그래도 엄마 심부름으로 우유와 콜라와 호도과자와 김밥 한줄 등을 사가지고
자전거 손잡이에 검은 비닐봉투를 대롱대롱 매달고 힘차게 힘차게 집으로 향하는 동안
나 빼고 모오~든 자전거들이 흑
심지어 어린애들까지도 흑
몽! 땅! 나 빼고 몽땅
자전거 타고 댕기자나요.
나만 자전거 데리고 걸은 거지요.
생각해 보니 자전거는 타는 물건이지, 함께 나란히 걷는 물건이 아니자나요. 흑.

초고도비만 주제에, 무루팍을 곱게 찧은 것도 아니라 무루팍을 피끗 돌리며 팍 했으니  
집에 와서는 꾸부리지도 못 했자나요.
근육통도 살며시 동반하구요.
그래서 어제 아침까지 잠을 못 잤자나요.
그 무루팍으로 아침에 차까지 기신기신 기어가서 운전을 하는데
아 글쎄 부레끼랑 액쎄루 밟는 다리 힘이 안 가서 살짝 걱정했자나요.
그래도 내가 누굽니까?
무사히 나갔다가 무사히 집에 왔자나요.
귀가 후 자전거를 탈라고 했는데 아 글쎄 어둠이 밀려오자나요.
전조등 후미등 안 달린 역시 초보스런 자전거는 현관에 이쁘게 세워놓고
뉴스도 안 보고 바로 쿨쿨 잤자나요.
그리곤 오늘 새벽에 깼자나요.
올만에 미어터지게 잠을 자서 그런지 
오늘은 다행히 엑쎄루 뿌레키 밟을 오른쪽 다리에 힘이 있자나요.
잘 나갔다 올께요~
오늘은 쩜 일찍 해 날 때 집에 와서 자전거 연습하고 싶은데
아 글쎄 토욜이자나요.
있다가 한강 길에 사람들이 와르륵 몰려들 나오면
나 같은 새가슴 극초보는 연습할 장소가 잠식 당하는 거자나요.
오쪼나~
암튼 지금은 얼렁 나갔다 올께요.

모다달 즐겁고 행복한 하루가 되세요.

1. 자갤 분들은 한강 길은 주로 남단을 댕기나바요? 북단길 이야기는 잘 없는 거 같아요.

2. 어쩌다가 초보를 보면 저~만큼 비켜가세요.
   
3. 비웃지 마세요. 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