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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 속초 늅늅 하이브리드 여행기 (스압주의)

오로블람(203.229) 2009.06.13 22:54:51
조회 407 추천 0 댓글 14










늦잠을 잤다.

새벽 5시에 출발하기로 했었는데 6시가 다 되서야 일어나서 부랴부랴 짐을 챙기고 집을 빠져나오니 6시 15분쯤 됬다.

장거리 라이딩은 처음이라 긴장도 많이 했었는데 잠은 푹 잘 잔거 같아 처음엔 기분이 좋았다.

팔당대교를 찾느라 헤멜때부터 약간 두려움도 생기고 난생 처음 가보는 곳을 내 두 발로 간다는 것에도 꽤나 큰 용기가 필요했다.

길을 여차저차 물어 하남시 방면으로 조금 나오니 팔당대교가 보였다.

신나게 페달을 굴리며 팔당 터널을 지나 양수리 쪽으로 나오니 한강이 그렇게 크게 보이는게 너무 신기했다.

양수대교를 건너고 이름이 기억나지 않는 터널을 지나 내리막길을 내려오는데 돌을 밟았는지 덜컹하더라.

계속 뒷바퀴에서 이상한 소리가 나서 근처 버스정류장에 자전거를 세우고 뒷바퀴를 보니 펑크가 났더라.

출발한지 3시간도 채 지나지 않아 큰 위기가 닥쳤다.

처음 써보는 펑크패치와 휴대용 펌프와 씨름을 하면서 스패너도 없이 노즐을 휠에 고정시킨다는게 그렇게 힘든 일일줄 누가 알았겠나.

한 40분 씨름을 하고 이제 뭐 괜찮겠지 라고 생각한게 200킬로미터, 10시간이 넘는 라이딩을 고생시켰다.

여차저차 양평을 지나 홍천으로 들어섰다.

홍천은 아마 전 면적이 44번 국도 넓이만 할거다.

라고 생각하게 만들 정도로 무지하게 길더라.

홍천읍에서 엔진에 이상이 생겼다.

속초까지 남은 거리 100km 표지판이 굉장한 좌절감을 줬다. 당시 시간이 오후 2시쯤 됬던거 같다.

홍천읍에 들어서 편의점에서 간단한 식사를 하려고 앉았는데 허벅지가 근육 사이사이에 바늘을 심어놓은 듯 욱신거리기 시작하더라.

군대 행군때도 이런적이 없었는데 나름 허벅지엔 자신감이 있었는데 눈물이 나려는거 욕짓거리 뱉어가며 편의점에서 에어파스를 샀다.

잘못 뿌려 내 새끼들 집이 화끈화끈해서 후딱 정신 챙기고 다시 페달을 굴리기 시작.

인제 방향으로 가는 길에 왠 약수터 간판이 보였다.

물이나 한 잔 마시려고 내려갔는데 내리막 경사가 40도는 족히 되어보여서 위험할까봐 끌바로 내려갔는데

약수터는 말라서 시냇물보다 드럽고 바로 옆 식당은 망했는지 너저분하고 개만 짖고 있더라.

솔까말 존나 무서웠다.

어렵게 어렵게 인제에 도착했다.

근처에 보이는 설렁탕집에서 밥을 다 먹으니 저녁 7시 15분이었다.

아주머니께서 그냥 근처에서 쉬고 아침에 출발하라는데 걍 출발했다.

나름 인제까지 오면서 느낀게 페이스 조절이 엄청나게 중요하다는 거다.

괜히 50분 라이딩 10분 휴식이 있는게 아니었다.

쉬고 싶을때 쉬더라도 10분 이상 쉬기 시작하면 허벅지가 아파오는게 죽을 거 같아서 너무 힘들었다.

7시 20분쯤에 다시 국도를 타고 속초방향으로 가기 시작했다.

날이 어둑어둑해지고 차선이 2차선으로 바뀌면서 굉장히 위험해지기 시작했다.

차가 한대도 없을땐 뒷바퀴 소리가 너무 무서웠다.

앞에서 오는 차량의 라이트도 눈이 부셔 하나도 안보이게 됬을때 너무 무서웠다.

전조등과 후미등을 키고 조심조심 달렸다.

인제에서 미시령까지도 나름 긴 거리였는데 두번 정도 밖에 안쉬었던거 같다.

날이 춥기도 하고 쉴만한 휴게소가 얼마 없었기도 했고, 낮처럼 아무데서나 퍼질러 앉으면 귀신이라도 나올거 같아서 도저히 못 쉬겠더라.

어두워서 몰랐는데 기어도 다 올라가 있는 상태였다.

낮엔 조금 무리해서라도 4~5단 이하는 잘 안썼는데 1단에 앞기어도 2단으로 맞춰놨었다.

날이 어두우니 속도감도 잘 모르겠고 대부분 언덕이라 가벼운것도 눈치 못챘었던거 같다.

미시령 입구에 도착해서 한번 쉬었다.

원래 계획대로 미시령을 넘을 것인가, 걍 미시령 터널 뚫을 것인가.

지나오면서 터널을 자전거 타고 지난다는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확실히 느낀터라 무진장 길다는 미시령 터널을 뚫는 것도 어리석다고 생각했지만 야밤에 미시령 오르는것도 뭔가 아니다 싶어서... 솔까말 귀신 나올까봐 진짜 무서운데다 올라갈 체력이 안됬다.

터널 앞에 도착했을때 시간이 21시 였다.

터널을 지나고 내리막이 시작되었다. 지대도 높고 공기도 다 식어버려서 엄청나게 추웠지만 은근 오르막을 한 시간 가까이 타고 올라왔더니 추운것도 다 잊었던 모양이다.

최고속도 57킬로를 찍으며 내려왔더니 뒷바퀴에서 또 이상한 소리가 났다.

어쩔 수 없이 내리막만 다 내려와서 속초 시내로 들어가는 입구 첫 주유소에서 조명을 협조받아 펑크를 떼웠다.

주유소 사장님인지 직원인지 단 한명 있던 아저씨가 내 이야기 들어주고 커피 타다 주고 담배 주면서 온갖 친절을 베풀어 주셔서 이 개고생을 했지만 또 오고 싶다는 충동을 느끼게 만들었다. 다음엔 내가 커피 하나 타다 줘야겠다는 다짐을 했다.

아저씨에게 길을 물어 찜질방을 찾았다.

속초 해수욕장을 먼저 가고 싶었지만 몸이 너무 지친 상태라 일단 잠부터 자고 내일 가기로 했다.

내가 묵은 찜질방은 속초해수욕장으로 가는 길목에 있었고 바로 옆에 터미널이 있어서 다음날 계획에 아주 적절하게 들어맞는 해수피아란 곳이었다.

앞에 가로수에 자전거가 너댓대 있는걸로 봐선 여기서 쉬는 사람 많은가보다 싶더라.

해수피아로 들어간 시각이 정확히 22시. 근 16시간의 첫 여행이 막을 내리고 세상모르게 잠들었다.

아직도 첫 펑크 떼울때 생각하면 지금 타이핑도 손가락에 힘이 안들어가서 땀을 흘리며 쓰고 있는 거 생각하면

다시는 가고 싶단 생각이 안들지만 가면서 만났던 사람들과 처음 보는 동해바다의 감동은 두 번 다시 맛 볼 수 없는 소중한 추억이 되었다.

언젠가 또 여유가 생긴다면 여러가지 보완을 해서 꼭 하루만에 미시령을 넘을 수 있는 라이더가 됬으면 좋겠다.

쓰다보니 존나 길어졌넹 읽기 싫으면 관둬

일기는 자갤에 쓰라고 배웠습니다. 존중해 주시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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