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양의 차이는 어디에서부터 나타난 것일까 생각해보면, 이는 필연적으로 수학과 과학에 있어서의 방법론적 차이에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유클리드 최대 업적이라는 것은 그때까지 누적된 기하학과 수학 지식을 기초로 공리체계에 기반한 기하학을 수립한 데 있다.

고대 이집트와 중국 문명에서도 모두 직각 삼각형의 법칙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당시 어떠한 문명도 공리체계의 지식 구조를 수립하지 못했고 그로 인해 세계에 대한 이해는 파편적일 수밖에 없었다.

유클리드는 다섯 가지 공리를 통해 서양인들의 사유 방식 전체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으며,

이러한 유클리드의 사유 방식은 법학에도 영향을 미쳤고, 그 결과 자연법으로부터 로마법의 공리가 도출되었다.

유클리드 이후 프톨레마이오스는 유클리드의 방법론을 천문학에 응용했다.

관찰을 통해 수학 모형의 틀을 잡은 뒤 자료를 이용해 모형을 구체화했다.

물론 여기에는 피타고라스의 학설도 영향을 미쳤다.

프톨레마이오스는 천동설을 주장했다.

천동설은 오류로 판명된지 오래다.

그리고 천동설은 동양에서도 주장된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프톨레마이오스가 다른 이유는 그가 사용한 방법론에 있다.

지동설을 믿은 후대의 코페르니쿠스와 갈릴레이까지도 사실상 사유 방식은 프톨레마이오스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코페르니쿠스는 단지 프톨레마이오스 좌표계의 중심을 지구에서 태양으로 옮길 경우 천체 운동 모형이 다소 간단해진다는 것을 발견했을 뿐만 아니라,

여러 원을 겹쳐놓은 프톨레마이오스의 모형을 계속 채택해야만 했다.

이후 갈릴레이조차 연구 방법 만큼은 프톨레마이오스와 차이가 없었다.

중국과 아랍을 포함한 동양 세계는 공학 기술이 상당히 발전했음에도 불구하고 과학체계(방법론)를 형성하지 못했다.

종교 재판의 영향력으로부터 서양이 완전히 벗어나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동양이 우물쭈물한 사이, 데카르트와 뉴턴이라는 전 인류의 영웅들이 다시 서구권에서 발생했다. 왜?

그들이 계승해온 방법론, 과학체계 때문이다.

여전히 동양(한국)은 공학 기술은 발전했으나 기초 과학 영역은 부실하다.

이러한 방법론의 전통이 부재했기 때문이다.

"과학혁명"이라는 역사적 사건이 동아시아권에서는 발생하지 않았기 때문일 수 있다.

물론 그 과학혁명이라는 것조차 유클리드와 프톨레마이오스같은 고대로부터의 전통이 계승된 바탕에서 일어날 수 있는 사건이었을테지만 말이다.

수학과 과학이 이 나라의 미래다.

조선 말기 열강들에 침탈 당할 때도 그랬고, 내가 가진 기술의 격차가 좁혀지고 남이 가진 기술과의 격차가 멀어지는 바로 21세기에도 역시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