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일처리

일 돌아가는 걸 말해보자면 해체관련 업무를 받으면 현장에 가서 손도면 쓱 그려 오고 그걸 토대로 CAD 담당이 CAD를 하고 도면을 그리면 내가 그 도면을 JPG로 따고 PPT로 해체계획서를 작성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이게 진짜 장난 없다. 소장이 나이가 60이 넘고 몸이 당시에 나름 아픈 편이였는데 자신의 업무지시도 기억 못하는 치매 기질이 있고 이상한 아집이 굉장히 강하고 성격도 더럽다. 그리고 군대마냥 대체 왜 하는지 모르겠는 그런 식의 일처리가 많다. 특히 계획서 양식은 소장 말로는 자신의 손아귀에서 만들어진거라 굉장히 프라이드도 강하고 중요하게 생각하는데 기준이 이상하다.

좆소 특징의 이래도 지랄 저래도 지랄이 묻어 나오며 변태같은 기질도 있어서 파워포인트 내 도형을 400% 확대해서 조오오금이라도 틀어진 각도로 지랄하며 예를 들어 계획서 내에서 사진자료를 글자가 가려서 글자를 옮기면 왜 전부터 글자가 이 자리에 있었는데 니 멋대로 옮기냐하고 그래서 다음에 안옮기고 그대로 두면 글이 사진을 가리는데 멍청하게 유도리가 없냐고 한다. 결정적으로 나는 일을 제대로 배운 적이 없다. 나 입사한 시점부터 반년동안 소장은 퐁당퐁당 한달 입원 한달 출근을 해왔기에 제대로 된 사수마저 없었다. PPT 뿐만 아니고 수주나 CAD 파트도 주먹구구로 일을 하고 이때 다녔던 직원들이나 나중에 전직원들이랑 안면 한 번 안튼 직원들도 공통적으로 얘기하는게 이 회사는 체계도 없고 아침마다 차라리 회의를 해서 이날 뭘 할지 딱 정해줘야 한다는 말을 귀신같이 했다.

그리고 말했듯 치매 기질이 있으며 계획서에 양식을 추가하느니 빼라고 하는 명령들도 자주 있는데 이 명령들을 스스로 기억을 못한다. 한번은 소음측정기 배치 위치를 도면화 하는게 있는데 2m 도로 떨어진 건물에는 배치 말라, 나중엔 4m, 나중엔 대로변을 끼고 있어도 360도 방향으로 모든 건물 전부, 또 나중엔 왜 2m 도로 낀 건물 정도에나 소음측정기를 배치해야지 대로변 건너 건물에 소음측정기를 배치하는 놈이 어딨냐고 쿠사리를 먹이는데 미칠 노릇이다. CAD 쪽도 웃지 못할 희극이 발생 하는데 도면 잡아 준답시고 지가 막 만지다가 틀어지고 인지 못하고 있다가 얼마 안가 그걸 발견하고 왜 이따구로 도면을 그리냐고 한다. 자기가 건드려 놓고서는..  

6. 편집증

의심이 히틀러 못지 않게 많다. 이 회사에서 좀 나이 찬 사람들은 자신의 계획서 양식을 훔쳐 갈거라고 단단히 믿고 있으며 근로계약서는 안써주면서 기술유출방지서? 뭐 그런거는 우리의 서명을 받아낸다. 엉뚱한 의심도 많기에 쓸데 없는 곳에 의심을 하며 나중에는 C이사와 내가 담배를 피러 나가는거 자체도 고깝게 본다. 왜냐하면 둘이 내통 한다고 의심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직원들 동의 없이 CCTV를 설치 했으며 항상 CCTV 봐대면서 뭔가 책 잡을 거 생기면 우연히 봤는데..라는 말이 앞서 나온다.

7. B대리의 팽

B대리에 대해 추가적으로 얘기해 보자면 원래 이쁨 받던 직원이였다. 실제로 일도 잘하고 그런 양반이였다. 하지만 소장의 말 같지도 않은 개소리와 이유를 모르겠을 일처리에 지친 B대리는 언제부턴가 잘못된 점들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했는데 이것 때문에 소장에게 찍히게 되었다. 소장은 치졸하게 B대리에게 더 이상 기술과 일을 안알려주는 것으로 응대하고 내가 들어온 시점부터는 나를 이뻐했다. 앞으로 쓸 내용들을 보면 알겠지만 참고로 소장은 성격이 단순한건지 이뻐하는 대상이 눈에 보이게 바뀌고 팽 시킬 상대는 확실히 팽 시킨다. 팽시켜서 미워하는 것도 참 같은 남자가 보기에 치졸하기 그지 없다. 하여튼 이때의 나는 기술이 너무 배우고 싶었고 B대리의 꼴을 봐서 무슨일이 있어도 절대 조금이라도 대들지 말자는 멍청한 생각을 했고 이는 내가 그만둘 때까지 시달리는 계기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