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치매

말했듯 소장은 치매 기질이 있다. 하루는 C이사가 현장을 다녀 왔고 주소를 소장에게 말해줬다. 근데 소장이 해당 주소를 입력하니 건축물대장이 안 나온다고 지랄 노발대발을 한다. C이사는 성깔이 있기에 대꾸를 안했으며 갑자기 불똥이 나한테 튄다. 소장 자리를 가보니 이 병신새끼가 해당 건물의 옆 건물 주소를 검색하고 안나온다고 지랄하는 거였다. 내가 이걸 말해주니 갑자기 무안했는지 C이사한테 '우리 C이사님 ㅎㅎ' 이러면서 아양을 떤다.

12. 여행

소장이 주말에 지인과 여행을 떠난 적이 있는데 돌아오는 날에 그 지인이 소장을 집까지 안바래다 주고 터미널에서 떨궈 주는 상황이 있었다. 이때 소장이 아직 다리가 분질러진 상황이라 장거리는 휠체어를 타야 하는 상황이였는데 나보고 그날 터미널에 나와서 자기를 자기 집에 에스코트 하랜다. 이때까진 찍히지 말자는 생각이 있어서 알았다고 했다. 그리고 소장이 여행에서 돌아오는 당일이 돼서 나에게 전화로 1시간 단위로 차가 막혀서 늦을거 같다고 하고 결국 내 저녁약속과 겹치기에 죄송하다 안될거 같다고 했다. 결국 혼자 집 들어갔나 본데 나중에 내 지인인 신입2에게 'XX는 사적인 일이 회사 일 보다 더 중요한 놈이다'라고 뒷담을 했댄다.

13. 사짜

이 사짜기질이 전환점인데 이 때부터 나도 잘 보이려는 생각을 접고 1년만 채우자는 생각을 했다. 기사시험을 보려면 1년 경력인증서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이때가 아마 내가 일한지 7개월 차였을 쯤인데 좀 자세히 알아보니 소장은 나이 50에 대학을 한 번 더 나와서 어디 지방 건축대를 졸업하고 건축사는 커녕 기사 자격증 하나도 없는 양반이였다. 그렇게 자랑하던 BIM도 대학원 석사수.료이며 노력 했다는 것들도 돌아 보면 근본이나 기본기를 갖추는거 보다는 당장 회사 차려서 돈 벌기 위해 하는 지름길 같은 것만 공부한 인생이였다. 전부터 느낌은 왔던게 소장에게 일을 배우면 이런 느낌이 든다.

1단계-뭐 알려주지도 않으면서 뭘 어떻게 하라는거지?

2단계-이게 진짜 원칙이 맞나?

3단계-이 새끼 지도 모르네

딱 이런게 느껴지긴 했었다. 하여튼 말했듯 이런 걸 느끼고 회의감과 실망감에 헛수고 하면서 화를 억지로 참아왔다는 생각이 다분했다.

14. 허세

우리 소장은 회사에 대한 자부심이 강하며 허세가 심하다. 재미있던 작은 일화로는 나랑 신입2에게 쌍팔년도 때 다니던 자기 대학이 서울대라고 했다가 나중에 C이사의 말실수로 외대인게 까발려 진 점. 외대 나와서 영어 한마디도 못하는거 보면 소장의 정치성향 답게 공부는 안하고 화염병만 겁나게 던졌을거 같은 생각이 든다.

하여튼 허세에 대해 얘기하자면 회사의 비전에 대해 주로 얘기하는데 아마 나폴레옹이 세계정복을 하는게 현실성이 있을 정도. 지금은 해체계획서따리만 쓰는 회사지만 앞으로는 코딩 시대라고 건축 관련된 프로그램을 개발해서 그 기술을 몇십억에 파느니 이런 얘기를 하며 항상 코딩을 통해 청백기 올려 게임을 언급한다.

나도 코딩을 공부했는데 어이가 없었다. 청백기 올려 게임을 언급하는걸 보니 어디 학원이나 유튜브 같은 곳에서 자투리로 배운거를 뭐 대단한거 마냥 모티브 삼고 거들먹 거리는게 기가 막혔다. 참고로 B대리가 나에게 소장이 실제로 프로그래머들을 고용하려 했다는데 임금 문제로 결렬 됐단다. 소장 XX아! 이 멍청한 새끼야. 어느 정도 건축 지식이 있고 몇십억 짜리 프로그램을 개발할 줄 아는 프로그래머들이 항상 너 기준의 최고치 급여인 500으로 일 해줄거라고 생각을 하는거니? 막상 우리 회사에서 500 주는 애들은 500 짜리랍시고 개처럼 부려먹고 200따리인 나한테 주는 떡값 20만원도 안주는 너 성격에 버틸 수 있겠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