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내용물은, 자기가 일하는 식당에서 가져온 멸치, 생선 대가리, 두부, 부침개, 닭뼈(거기에 붙어있는 조금 남은 살 먹으라고), 등등.

여기에 밥을 비벼서 부족한 양을 채우라고 주는데,

큰 봉다리에 가득 담아서.

길냥이 대여섯 마리, 혹은 지나가던 뜨내기 고양이가 와서 먹으면 그냥 하룻밤만에 동이남.

뭐 못먹는 부분이 워낙 많으니까.

문제는 길냥이들이 먹고나면 주변이 존나게 지저분하고 밤마다 거기서 지들끼리 싸우느라 시끄럽고,

그래서 딴데가서 주라고, 아님 데려다가 키우던가.

도리도리 싫은데요.

아니 아줌마 저기 집 1층에 단독으로 사시잖아요. 정 길냥이들이 불쌍해서 밥을 주는거면,

자기 집 앞에다 주시면 되는걸 왜 굳이 여기다 줘서 길냥이들을 다 끌어모으세요.

부러 문제를 만드는 거잖아요.

밥줬다는 일말의 쾌감 즐기는 사람 따로 있고 치우는 사람 또 따로 있고, 여기 앞 뒤로 수험생 두명이 있는데 이러면 안되죠.

묵묵부답.

정 주시려거든 사료를 사서 양을 조절해서 주세요. 그럼 뒷탈 없이 깔끔할거 아닙니까.

그건 돈들잖아요.

아니 별로 안비싸요. 이만한~ 봉지 만원밖에 안하는걸요.

그래도 돈들잖아요.

딥빡.

한참후.

길냥이 중 유일하게 사람과 친하게 지내는 한마리가 다가와 나랑 놀며 장난치고 있을 무렵.

아저씨도 고양이 이렇게 챙겨주고 그러는거 보면 고양이를 좋아하고 착한 사람 같은데, 혹시 대순진리교 아세요?

(머라머라 한참동안 이야기 하는데 누구 끼어들지도 못할만큼 보험가입유도 상담원처럼 쉴새 없이 떠들고, 잘 알아듣지도 못하겠고, 기억도 못함)

....

혹시 관심있고 그러시면, 나오실래요?

아뇨 전 종교 그런데 다니는거 싫어해요.

이 아줌마 식당일 하면서 시간나면 태극기 집회 다니시는 분인디...

나랑 상극이고.

말투는 누굴 심하게 윽박하거나 욕하거나 그런거 없이 순하게 말하지만, 듣고 있노라니 답답.

그래도 내가 이후로도 길에서 몇 번 마주치고 밤 12시까지 길에서 버티고 있으니 집에서 안나오심.

추석 이틀전에 북어대가리하고 뭐 또 과자에 송편 등등 다른 음식물 해서 잔뜩 큰 스티로폴 접시에 가득담아서 놓았는데,

고양이들이 먹지못하는 가시와 뼈와 귤껍질 비닐 스티로폴 쪼개지고 날린거 등등 청소 안하고 추석 지날때까지 뻐기고 있었음.

그러더니 어느날 보다못한 누군가가 청소했나봐.

아마 그 아줌마도 오다가며 봤겠지?

그리고 이후 먹이를 안준다 ㅋㅋㅋㅋㅋ

언제 다시 줄지 모르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