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경상대생들이 부럽다...




오늘도 그들을 보며 나는 열등감에 이를 간다....




내가 경상대생들에게 열등감을 느끼는 이유는 오직 하나다.




난 경남과기대생이니까... 지금 당장 입결이 4점을 넘어 5점대를 바라보는 경남과기대...경남과기대를 다니는 학생이니깐....




어느날 나는 한국국제대 경찰행정학과 17학번인 친구 상경이에게 물어보았다




"야 경남과기대가 그래도 경남대, 창원대(?) 보다는 높지ㅋㅋ"




"내친구는 경상대 하위과 버리고 경남과기대 왔대 ㅋㅋ"




"경남과기대와 경상대가 통합이 되면 같은 학교 학생이 되지 않을까?"



................




부끄럽다...나는 너무나도 부끄럽다....




그럴때 나는 속으로 수십번씩 외쳐댄다...경남과학기술대가 최고다 지역중심국공립대학이 최고다....




그러면 잠시 괜찮아진다....




하지만 곧 가좌동에 보이는 GNU 과잠을 보게된다... 언제나 그들의 발걸음은 어쩐지 ＇떳떳해＇보이는 것이다.




그들이 당당하게 GNU 과잠을 입으며 거리를 활보할 때




나는 초라한 GNTECH 과잠을 입으며 무거운 발걸음을 옮긴다...




사실 쪽팔려서 새내기 시절 3월 잠깐만 입어본게 대다수다..




그리고 우리의 열등감은 ＇경상대 2등시민＇이란 단어들로 표현된다.




우리는 경상대를 향한 주눅과 열등감을 숨기려 ' 진주 2등 대학 ' '경상대 통영캠보단 경남과기대 간다' 따위의 구질구질한 수식어를 붙여 마치 경상대와 경남과기대가 큰 차이가 없어보이도록 자기최면을 걸며, 우리들 '경상대' 와 라이벌 구도인양 교묘하게 어감을 맞춰넣는것이다




오후 7시 반....모든 수업이 끝나고 가좌동으로 나가 동아리 동기들과 선배들과 삼삼오오 모여 술을 마신다




가라앉은 분위기 속에서....졸업반선배가 경남과기대의 우수성을 열심히 설파한다....우린 모두 끄덕거리며 동의한다...




하지만 우리 모두 알고있다....경남과기대가 얼마나 초라한지를... 우리는 평생 학벌과 경상대에 열등감을 느끼며 살아야 할것을...




그들이 매일 지역할당제 아웃풋으로 눈부신 성과들의 상아탑을 쌓아올릴때.... 우린 100주년 기념관 크기만 자랑하며 어마어마한 대학이라 믿으며 한심하게 낄낄거리고 있는것이다...




사실 우리는 다 알고있다... 경남과기대가 진주를 벗어나면 인지도가 전무하고, 윗세대에게는 진주산업대라고 무시당하는 상황을 애써 부정하고 있다..




이렇게 ...모두들 2학년때부터 이어온 무겁고 음울한 생각 한 가닥씩을 뒤로 숨기고....술에 젖은 억지 웃음을 지으며 쾌활하게 큰 목소리로 건배를한다.




졸업반 선배는 술이 오를대로 올라 계속 경남과기대의 위엄을 미친듯이 떠들어댄다..




이때 술집의 낡은 문이 열리고...GNU 이니셜이 박힌 과잠을 입은 경상대생들 다섯이 웃으며 들어온다... 졸업반 선배는 입을 다물고... 꼭 짜기라도 한듯이 이제 아무도 학교에 대해 입을 열지 않는다.. 우리의 대화주제는 자연스레 학우들의 밀애사와 추문 같은것으로 옮겨간다....



두시간 후....



다들 술이 오를대로 오른 우리 동아리는 어깨동무를 하고 술집을 나온다...




경상대생들이 아직 이야기꽃을 피우고있는 그 술집에서 충분히 멀리 떨어졌을 즈음




동기인지 선배인지....누군가가 외치기 시작한다...그리고 다들 한마디씩 크게 외쳐본다...




"명품국립 경남과기대!!!"



"100년의 역사를 가진 전통있는 대학!!!!!"



"과학기술중점 대학!!!"



"대학 위치는 우리가 더 좋아!!"



"경상대 총장이 먼저 요청한 통합!!"




어쩐지 힘이없는 외침들... 비내리는 저녁의 공허를 담은듯 너무도 쉽게 골목 뒤로 바스라진다...




만취한 졸업반 선배가 계속 외친다... "통합안하면 경상대가 손해야!!!!"




ㅡ아직 경남과기대뽕의 거품이 완전히 꺼지지 않았던 수년 전..... 순수한 애교심을 지니고 있었다고 한다....



"통합 안하면 경상대가 손해야!!!!"



ㅡ 젊고 푸르던 경대부고 학생 시절...그의 꿈은 경남과기대가 아닌 경상대로 가서 자신감을 가지고 다니는 것이었다고 한다...



"통합 안하면 경상대가 손해야!!!!"



ㅡ 하지만 그는 지금 경남과기대생 그 누구보다 통합을 절실히 바라고 경상대학생이 되어 학벌세탁을 하고 싶어한다...



"통합 안하면 경상대가 손해야!!!!"



하늘과 같던 선배가 이토록 초라하게 무너진다...



경남과기대의 회의와 의구심이 들 때마다 나를 꽉 잡아주던 선배가...



6년의 긴 울음을 삼킨 외침이다...



선배는 완전히 실패했다...그는 빨간약을 먹은 네오처럼 현실을 자각한 것이다....



선배를 보내고... 택시타고 집으로 가는길



택시기사 아저씨가 어느 대학 다니냐고 물어봤다



한참을 머뭇거리며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 경상대학교 다녀요 '



속으로 ' 통합하니깐 경상대학교 다닌다고 해도된다 ' 라고 합리화 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경남과기대에 대한 치욕적인 자괴감이 들었다...



나는 경상대생들이 부럽다...



오늘도 그들을 보며 나는 열등감에 이를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