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마트 5천원짜리 치킨 판매 마지막 날인 15일 오후 롯데마트 대구 율하점 직원들이 치킨판매 소상인들의 반발로 판매중단을 결정한다는 안내문을 내걸고 마지막 장사를 하고 있다. 정운철기자 woon@msnet.co.kr

\'놈놈놈\' 논란이 일고 있다. 최근 치킨 한 마리에 5천원이란 파격적인 가격으로 출시했다 여론의 뭇매를 맞고 철회한 롯데마트 \'통큰 치킨\'과 관련해 영화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을 패러디한 것이 누리꾼 사이에서 인기를 얻고 있다. 통큰 치킨은 \'무서운 놈\', 대형 치킨 프랜차이즈 업체는 \'얄미운 놈\', 일반 골목 영세 치킨가게는 \'불쌍한 놈\'이라는 것. 이미 무서운 놈(롯데마트)은 \'치킨을 팔지 않겠다\'고 선언했지만 논란이 숙지지 않고 있다. 프랜차이즈 업체의 치킨 가격이 적정하냐에 대한 논란으로 번지더니 이들의 횡포에 대해 성토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프랜차이즈 치킨값 적정한가?

롯데마트는 16일부터 치킨 판매를 철회하기로 했지만 누리꾼들은 연일 "프랜차이즈 치킨 가격이 너무 비싼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20대 주부라고 밝힌 한 누리꾼은 "치킨은 원래부터 1만7천원 정도 하는 줄 알았다"며 "이번 통큰 치킨 가격을 보고서야 프랜차이즈 치킨에 거품이 있지 않겠나 하는 의심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실제로 15일 한국계육협회가 고시한 생닭 1㎏ 가격은 2천400원. 주재료 값에 비해 치킨 시중판매가 1만4천원은 너무 비싸다는 것이다.

주부 김모(35) 씨는 얼마 전부터 퇴근길 동네를 유심히 둘러보고 있다. 통큰 치킨이 부른 가격 논쟁으로 전통시장내 치킨 가격이 얼마인지 알아보기 위해서다. 대구 남구 영선시장을 통해 집으로 온다는 김 씨는 "시장에 이름이 생소한 치킨집이 네 곳이나 있는데 모두 가격이 1만원 내외였다"며 "그간 프랜차이즈 치킨을 1만7천원씩 주고 사먹은 게 살짝 약이 오른다"고 말했다.

반론도 만만찮다. 프랜차이즈 치킨 가맹점 업주들은 "남는 게 별로 없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겉으로 보기에 가맹점주는 재료값을 빼고 6천원 정도 이익을 올리는 것으로 보이지만 배달 유류비와 임차료 등을 제하면 결국 \'인건비\' 정도가 남는다는 것.

남구에서 프랜차이즈 치킨집을 운영하고 있는 박모(43) 씨는 "본사로부터 국내산 냉장 생닭을 한 마리에 보통 4천300~4천800원에 구입한다. 인건비, 임대료 등 이것저것 빼면 마리당 3천원 정도 남는 게 고작"이라며 "한 달 내내 부부가 밤잠 설쳐가며 일해도 500만원 수익을 올리기 힘들다"고 말했다.

박 씨에 따르면 일주일 기준으로 튀김 기름값이 11만7천여원, 파우더가 12만원가량 든다.

이 밖에 치킨 포장박스 330원, 무 한 통 300원, 소스 500원 등과 가게 권리금, 인테리어비용, 월세, 관리비, 배달비, 인건비 등이 추가된다고 덧붙였다.

다른 프랜차이즈 업주 역시 본사로부터 국산 계육을 한 마리당 4천900원에 공급받고 한 마리 제품 기준으로 치킨 무 330원, 포장재료 359원 등 순수 재료값만 총 7천500원이 들어간다고 했다. 여기에 배달료, 전기료, 인건비를 포함하면 순이익은 얼마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는 "프랜차이즈 본사 마진은 30%에 달하지만 일선 가맹점은 높은 가맹 수수료 등을 떼고 나면 실소득은 미미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가격 진실 공방에 상관없이 불길은 걷잡을 수 없이 번지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치킨업체 가격 담합 조사\'에 착수했기 때문이다.

◆사람 잡는 프랜차이즈

매일신문 독자제보란에 얼마 전 장문의 글이 올라왔다. \'가슴에 흐르는 피눈물로 억울함을 호소한다\'는 문장으로 시작하는 이 글은 한 대형 치킨 프랜차이즈의 횡포에 부당하게 피해를 당했다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다.

프랜차이즈 본사가 30% 가까운 폭리를 취하면서, 약자인 지역본부나 가맹점에 대해서 제품 규격과 품목이 바뀔 때마다 일방적으로 마진율을 줄이는 등 횡포가 심하다는 것.

그는 "가맹점 시작 당시에는 본사 5% 마진, 지역본부 15%, 가맹점은 더 높은 마진율을 주기로 약정했으나 하나도 지켜지지 않고 있다"며 "프랜차이즈 회장 말이 법이 되어 버리는 무소불위의 프랜차이즈 제국 속에서 불만 한번 제대로 토로하지 못하고 본사 횡포에 끌려갈 수밖에 없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이렇게 글을 맺었다. "프랜차이즈의 무소불위의 권력 속에 10여 년간 청춘과 모든 열정을 바쳐 이룩해 놓은 저의 삶의 터전이 한순간에 날아가버렸습니다."

가맹사업점이 잘 되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아야 할 프랜차이즈 본사가 오히려 가맹사업자들을 힘들게 하는 경우가 많다는 지적이다. 새로 바꾼 영업방침을 강요하거나 주변에 비슷한 브랜드를 개점해 매출을 떨어뜨리기도 한다.

프랜차이즈 업주 김모(45) 씨는 "최근 2, 3년 사이 본사에서 치킨배달점포를 카페로 전환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며 "과거 점포의 경우 면적 20㎡로 골목길에서도 가능했지만 카페를 하려면 목 좋은 곳에 자리를 잡아야 하고 그러려면 월세도 높아지는데 큰일"이라고 말했다.

같은 대형 프랜차이즈 업체가 여러 브랜드의 가맹점을 함께 운영하고 있는 점도 가맹점 업주들을 힘들게 하고 있는 요인이다.

BBQ치킨과 BHC치킨, BBQ치킨앤비어는 모두 ㈜제너시스가 운영하는 브랜드. BBQ치킨과 BHC치킨은 브랜드는 다르지만 같은 치킨 배달 업종이기 때문에 인근에 점포가 생기면 매출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한 프랜차이즈 가맹점 업주는 "치킨은 먹는 사람이 한정된 메뉴이기 때문에 인근에 치킨집이 생기면 1년 내내 영향을 받는다"고 말했다.

임상준기자 <U>news@msnet.co.kr</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