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전이라면 반전인 황썅노무새키가 애초에 모든 일의 시발점이었다는거 알고나니 다 불쌍해졌어.
그 위세 대단해보였던 고재상도 한낱 장기말에 불과했고
이승은은 대체 뭐때문에 기를 쓰고 복수를 위해 달렸던걸까.

2황자의 난 이후 황썅과 태황태후의 대화가 이미 복선이었나봐.
모든것이 자신의 자리보전을 위한 안배였던...
2황자의 우리는 존재 자체가 반역이라는 말과 자식을 자식으로 보지 않았다는 이승은의 외침이 떠오르더라.

난 이승은이 참 불쌍함.
부모없이 태어나서 정을 느끼지도 못하며 자랐고 살아남기위해 그 어린시절부터 감정을 숨기는 법을 터득했고
존경하던 형의 죽음으로 상처받고 친모의 복수를 위해 자신의 사랑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고 철저히 숨겨야 했고
동궁에서 살아남으려 점점 황제를 닮아가고 가장 사랑한 사람에게 사랑은 받았지만 이해는 받지 못한 인물.

물론 소풍이 이승은을 이해하는건 초반 사건이나 인물 성격에 비추어봤을때 애초에 거의 불가능한 일이긴했지만.
조슬슬이 너는 이승은을 이해하지 못한다고 쏘아붙일때 솔직히 맞는 말이라고 생각함.
어찌보면 이승은에게는 성숙하고 영민하고 포용력있는 배우자가 필요했을거같아.
하지만 사람 마음이 그렇게 좌지우지되는게 아니니 사랑한건 너무 순수하고 세상을 모르는 소풍이었지.
그나마 마지막 순간에서야 소풍이 어느정도는 이해하지 않았을까 싶어 위안이 쫌 되긴했지만.


소풍이는 참 예쁘고 착한데 자신의 위치를 견뎌내는건 무리였던듯.
극 내내 참 철이 없구나 싶었는데 마지막에 이르러 역할을 다하고 간게 처절하고 맘아팠음.
그렇기에 오래남는 의미있고 극적인 죽음의 순간이 아니었나 싶어.

동궁은 인물을 의지를 벗어나 얽혀버린 운명과 개개인의 위치와 행동에 따라 감내해야 할 것이 무언지 보는 재미가 있는 드라마였음. 애정씬이 박한 부분이 있지만 난 정치암투나 인물간의 갈등도 아주 흥미롭게 잘봤어.


참 진성욱은 노인 연기도 존잘이더라.
배우들 다 열연해줬지만 진성욱 연기가 너무 인상적이라 두고두고 기억날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