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쫌 동아리를 러브러브 하는 타입이야
그래서 평소에도 동방에 죽치고 있는데

누가 문을 똑똑 두드리는거야

마침 2학기 초라서
새로운 꼬꼬마가 들어오려나[물론 나도 꼬꼬마지만 말이야]
했는데 어떤 아저씨가 들어오는거야

여기에서 아저씨라 함은
군대갔다온 예비역아저씨 혹은 장수생 혹은 4학년 졸업반을 의미하는게 아니라
40중후반의 아버지뻘의 사람을 의미하는거야

내가 누구시냐고 어쩐일로 오셨냐고 물어보니까
그 아저씨가 아무 말 안하고 파일같은걸 내미는거야
내가 이게 뭐냐는듯이 아저씨를 빤히 처다보니까
역시 말은 안하고 손짓과 턱짓으로 파일을 가르키더라구

파일에는 청각장애인을 위한 모금 어쩌구저쩌구 하면서 설명하는 글이 써있고
아래 표에는 동아리 이름이나 사람 이름과 함께 금액이 써있더라고

난 얼떨결에 5천원을 주고 그사람은 나갔는데

생각해보니까 그런거 모금하는데
모금통도 없이 돈을 받아간다는것도 이상하고
그런거 모금하는데 봉사모임 학생이나 주부님들이 아닌 장애인이 직접 모금하러 돌아다닌다는것도 이상하고
나한테 보여준 파일도 그 파일에 종이 한장 딸랑 붙어있더라구

그래서 그 이후로 3번인가 동방 문을 열고 들어왔었는데
같은사람인지는 사실 기억이 안나
죄송하다고 돈이 없다고 하면서 돌려보냈어

저사람들 어떻게 생각해?
항상 대순진리교나 사이비종교나 뭐 그런거 얘기는 올라와도 이거는 말이 없길래말이야
내가 괜한 의심 하는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