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부터 동북아 오일 허브가 울산에 본격적으로 추진된다고 한다. 그 1차 사업인 북항지역 사업의 기본 설계가 착수됐다. 전세계적으로 오일 허브는 현재 미국의 휴스턴, 유럽의 ARA, 그리고 싱가포르에만 있다. 따라서 울산 동북아 오일 허브는 전세계 네번째인 동시에 울산이 세계적인 도시로 발돋움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아닌가 싶다. 특히, 울산은 이미 세계 최고 수준의 석유화학 산업 중심지이므로 동북아 오일 허브 구축을 통하여 산업간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다. 더 나아가 석유화학 제조의 중심지에서 거래 중심지의 역할까지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를 위해서는 울산시가 역량을 결집, 동북아 오일 허브와 관련한 비전을 제시하고, 마스터 플랜을 세우는 것이 절실할 것이다.

동북아 오일 허브의 비전 및 추진 방향에 대해서는 다양한 견해가 나오고 있지만, 울산이 가장 중요하게 고려해야 할 사항은 지역 내에 다양한 연관산업들 중 고부가가치 산업이 활발하게 성장하도록 하는 것이다. 오일허브와 관련한 대표적인 고부가가치 산업 중의 하나는 금융산업이다. 오일허브와 관련한 금융산업의 중요성은 싱가포르의 사례에서 정확하게 나타나고 있다. 싱가포르의 경우, 오일허브와 관련한 금융산업에서 발생한 생산액은 물류 및 정유산업에서 발생한 생산액의 1.6배이다.

또 다른 고부가가치 산업은 지식 및 정보 서비스 산업이다. 울산의 동북아 오일허브는 약 2800만 배럴의 원유 및 석유제품을 저장하게 될 것이고, 또한 지속적으로 거래될 것이다. 전세계 일일 원유 소비량이 2008년 기준으로 대략 8500만배럴 정도임을 감안하면, 전세계 석유관련 시장에서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규모다. 특히, 중국의 원유 및 석유제품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동북아시아 석유관련 시장에서 동북아 오일허브가 가지는 위치는 상당히 높을 것이다. 이러한 저장 및 거래 규모를 바탕으로 정보화·지식화할 경우, 전세계 석유시장에서 가격정보 형성의 한 축을 형성할 수 있을 것이다.

동북아 오일 허브가 단순히 비축기지로서 뿐 아니라 전세계 석유관련 시장에서 가지는 중요성도 간과해서는 안된다. 이상에 언급한 두 가지 산업, 금융산업과 지식 및 정보 서비스의 산업이 거의 없는 실정에서 울산의 도약을 위한 기회로 간주해야 할 것이다. 특히 석유 및 관련제품의 물류 흐름을 가장 빠르고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는 지역이 바로 울산이기 때문에 이러한 이점을 어떻게 적극적으로 이용하여 지식 및 정보 서비스 산업을 육성할 것인가에 대해 고민해야 할 것이다.

이상의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서는 북항의 오일허브가 사업을 시작할 3년 동안 울산시가 준비해야 할 다급한 과제가 있다. 먼저, 해외 정보서비스 기업을 유치해야 한다. 지식 및 정보서비스의 산업은 시장에서 신뢰성을 바탕을 두기 때문에, 유명 해외 정보서비스 기업의 울산 유치는 시장 내에서 울산의 위치를 제고할 수 있도록 할 것이다. 둘째는 울산에 오일 트레이더를 적극적으로 유치하는 동시에 지역 대학과 연계하여 소수의 높은 수준의 오일 트레이더 전문가를 양성해야 한다. 싱가포르의 경우, 트레이딩 전문가를 전문적으로 육성하고 있다는 사실은 울산에 많은 시사점을 준다. 셋째, 울산 내에 오일 거래의 전반적인 과정 및 흐름을 볼 수 있는 컨트롤 타워 및 이를 지원하는 정보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울산에 저장될 약 2800만 배럴의 원유 및 석유제품에 대한 정확한 흐름을 파악하는 곳이 없다면, 울산에는 탱크 터미널만 있고, 정보는 없는 도시가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울산 지역에 트레이더들이 대금 결제 및 청산을 할 수 있는 대형 외국계 은행의 유치가 필요할 것이다.

이상의 실천과제들의 기본적 배경으로, 울산시는 금융산업의 발전을 위한 핵심 동인을 제도적 요인에서 찾기 보다는 시장을 이해하고 석유 관련 금융시장의 참여자를 유도하는 것에 초점을 두어야 할 것이다. 부산의 문현지구가 금융지구로 지정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유 중의 하나가 시장 및 참여자에 대한 이해부족이라는 것을 명심해야할 것이다. 동북아 오일허브의 구축은 울산의 도약의 기회다. 이러한 기회를 적극 활용할 경우, 울산의 10년 후 미래는 전통적 산업과 미래의 산업이 조화를 이룬 국제화된 도시가 될 것임에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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