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화 나머지

최군에게 만나자고 전화해서 카페에서 만난 자리에
블랙 텀블러 대동

우리 구면이었네요 다니엘 선생님
우리 직원네 사는 옥탑 변태가 주치의였다니 (장군)

그러게요. 그런 사소한 인연까지 기억하다니
일찍 성공한 분은 다르네요 (멍군)

대체 정체가 뭡니까. 나한테 왜 접근한 겁니까. (장군)

내 전화번호 알아내서 먼저 연락한 건
그쪽인 걸로 아는데 내 전화번호 어떻게 알아낸 겁니까
구하기 어려웠을텐데 (멍군)

선결이 딴청 피우고 눈치 보면서 텀블러 만지작 헛기침

그럼 이번엔 내가 물어보죠 (최군 전세 역전)
길 오솔씨를 지켜줄 수 있을만큼 좋아합니까.
그 뒤로 생각해 본 적은 없습니까.
한 남자로서 묻는 겁니다. (장군)

그걸 왜 내가 답해야 합니까.
치료에 필요한 질문도 아닌데.
길오솔씨를 좋아해서 묻는 겁니까. (멍군)

맞습니다.  그런데 그 사람이
장선결씨한테도 특별한 것 같아서.  (몰아 세우기)

특별한 사람 맞네요.
내가 유일하게 닿을 수 있는 사람이니까.
그렇다고 그 사람을 좋아해야 합니까. (수세에 몰림)
그리고 지켜준다니 유치하게 (무리수)

다행이네요. 장선결씨 확신 없는 감정에
오솔이가 상처 받을까 걱정했는데. (여유)

오솔이? 말도 놓고 두 분이 무척 가까우신가봐요.
하던 얘기 마저 합시다. (마지막 발악)

아뇨.  장선결씨 마음이 그렇다니
걱정할 필요 없겠네요. (카운터 펀치 - 선결 KO)

선결 말문이 막히고 어이 없고 기가 막히지만
자기가 내뱉은 말이 있어 답답한 마음에 텀블러 들이킴
뚜껑 열고 벌컥벌컥 뚜껑 닫고 손바닥으로 탁 마무리
생수병 뚜껑도 꼭 닫더니 텀블러 뚜껑도 꼭 닫는다.
암 말도 못하고 최군 노려보기

회사 돌아와서 지하 주차장에서 최군 말 곱씹으면서
아무 말 못했던 자신을 미친 놈 자책하는데
주차장에서 오솔이 마주치고 뭔가 말은 해야 겠는데
불러 세워 놓고 말은 제대로 안 나오고
오솔이가 어제 자기 찾으러 왔냐는 말에 당황해서
안 갔다고 잡아 떼고 괜히 성질내며
옷에 묻은 얼룩이나 지적질
돌아서서 뭐라는 거냐 장선결 등신아 또 자책

권비서님의 모종의 계획으로 오솔이 일일비서 수행
배고파하는 오솔이 카페에서 간식 먹는 모습 보면서
비죽비죽 웃는 선결이
오솔이가 목막혀 하자 음료수 잔도 밀어 주고
음료수 마시는 모습 보면서도 웃고
오솔이 입에 뭐가 들어가는 게 보기 좋은 걸 보니
중증은 중증임

아부지한테 청소회사 다니는 거 들키고 출근 정지당한
오솔이가 아파서 병가낸 줄 알고 걱정 돼서 가정 방문
오솔이 그녀만을 위한 특별한 석류 홍삼즙

아부지 딱 마주쳐 집에 들어가서는
아부지한테는 주스 (아부지는 주스가 좋다고 하셨어)
선결이한테는 신경써서 뚜껑도 안 딴 생수

선결이가 청소가 주는 긍정적인 힘에 대해 설득하고
아부지가 설득을 살짝 당하는 듯 하자
선결이 명함을 슬쩍 아버지께로 미는 오솔이

공항에서 오솔이가 없어서는 안 되는 존재임을 깨닫고
이제는 오솔이가 눈에 보이지 않는 게 너무 불안하고
항상 오솔이가 곁에 있어주길 바라는 간절한 마음이
드디어 솔직한 목소리가 되어 나온 선결이
이제 본격적인 직진의 서막이 열림

나노로 찌니까 선결이 분량도 꽤 나오네
괜히 나노로 쪘나 싶은 생각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