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생산 방법중에 "유추법" 이라는게 있음. 유추법에서 유추를 사전적 의미로 정의하면 다음과 같음
즉, 밀리터리를 기준으로 예를 들자면
1. A라는 국가에 신형 전차가 개발됐는데,
2. A국가는 기존에 T-72를 대량으로 굴리고 있었고
3. 전차관련 군수, 병기, 교육시스템도 T-72에 맞춰져 있었음.
4. 따라서 A국가의 신형전차는 T-72의 설계를 이용했거나 원할한 시스템융합을 위해 유사한 메커니즘을 지녔을 것
이런 식으로 특정 국가에서 운용되는 동일 품목의 별개의 장비가 해당 국가와 군대의 특성과 환경에 의해 유사성을 띌 수 있다고 말 그대로 유추하는 것임. 물론 위 예시는 "A국가가 전차를 새로 만들었다더라" 라는 매우 단편적인 정보만 가지고 유추법을 쓴거라 근거랑 결론이 빈약하지만, 당신이 정보기관이나 군 정보관련 종사자가 아니라고 해도 A국가가 만들었다는 신형전차의 사진이나 영상 등을 토대로
T-72와의 유사성을 찾아내면 유추법을 통해 아마추어 치고는 나름 성공적으로 무기를 분석했다고 볼 수 있음.
정보생산 이라는 것은 여기서 이 알량한 정보글을 쓰는 본인이나, 이걸 읽는 당신이나, 혹은 군갤에서 해외 정보글을 번역해서 퍼뜨리는 당신이나, 누가봐도 1차 생산자를 생각해보면 그 정보를 생산하기 위해 온갖 시간과 노력, 예산, 심지어는 경우에 따라서 목숨까지 걸었겠구나 싶을 정도로 고도의 영역이기 때문에
이 유추법이라는 것은 인터넷이 잘 발달하여 방구석에서도 고화질 사진과 영상을 마음껏 보고, 실시간으로 교차검증도 해볼 수 있고, 특정분야에 퍼거마냥 집착할 수 있는 밀덕들에게는 가장 많이 이용되는 무기분석방식임. 왜냐면 시간이랑 컴퓨터 전기세랑 내 배경지식(이해도) 말고는 배팅하거나 손해볼게 없음. (손해볼게 있다면 나보다 더 잘 아는 고닉이나 유동한테 "그거 아닌데" 라고 지적 당했을 때 사람에 따라 자존심 땜에 키배가 붙는 경우 입는 마음의 상처 정도?)
따라서 진짜 HID나 현지인을 매수해서 블루프린트를 뜯어오지 않는 한, 정보기관이나 군 역시 적국이나 타국의 신형장비가 나왔다치면 이전 모델이나 영향을 줬을 법한 동종의 해외무기 + 그 나라의 대략적인 하는 행동거지를 보고 1차적으로 유추법을 통해 정보를 생산하고 나중에 설악단 아저씨들을 보내건 현지인을 매수하건, 해킹을 하건 해서 완성된 정보를 재생산하는 방식으로 뽑아냄.
일단 현재의 밀리터리판에서 이 유추법을 통한 장비분석이 가장 많이 이용되는 대상은 바로 북한이 되겠음.
이유는 간단함
1. 이 새끼들은 외부인이 얘네 나라에 들어가는거 부터가 어려움 (들어가도 런앤건게임마냥 지정된 루트로만 다녀야댐)
2. 이 새끼들은 지들 장비에 대한 카탈로그나 대략적인 스펙자체를 공개하지 않음
3. 그렇다고 이 새끼들이 요즘 만든 무기가 해외에 수출된 것도 별로 없음
따라서 전문가들도 군 관계자나 정보기관 관계자가 아닌 이상 자기들도 직접 북한에 방문하거나 어떻게 접촉해서 문건을 빼오지 않는 이상, 오신트에서 나온 사진들과 얘네들이 찔끔찔끔 선전영상으로 공개한 자료에 의존할 수 밖에 없음. 이런건 주로 국내나 해외에 각 분야 (미사일설계, 위성사진 분석가, 북한문화 분석가)들이 이런 방식으로 1차적으로 정보를 생산하고 그게 국내에 많이 돌게 됨.
암튼 금붕어가 아닌이상 유추법이 어떤 방식인지 이쯤 설명충 해주면 다들 알았을거 같으니까 이 방식을 이용해서 북한 전차를 모의로 분석하여 정보생산을 해보겠음.
유추법 예시) 신형전차의 성능 유추하기
자, 예를 들면 당신이 정보자산이 훨씬 열악했던 2002년에 민간 정보기관에서 근무하는 에이전트라고 쳐보자고, 당신네 기관은 군과도 협업중임.
근데 어느 날 갑자기 당신의 상급자가 "북한에서 신형전차가 나왔다는데, 코드는 M-2002고, 오신트자료를 활용해서 성능 좀 대략적으로 분석해봐봐" 라고 위 사진을 던져줌.
그러면 당신은 이제 컴퓨터와 당신의 배경지식 + 유추법을 활용해서 정보를 생산하면 됨.
우선 빨갱이들의 전차전력은 PT-76이나 T-34 같은 말 같지도 않은거 집어치우고 MBT 쪽만 들어가면 대략 위와 같은 라인업이 나오기 때문에 북한이라는 나라의 경제나 군수산업 등 기반까지 따져보면 얘네가 "직접" 만든 신형전차는 높은 확률로 기존 천마호나 T계열과 높은 유사성을 보일거라고 짐작을 할 수 있음.
어느정도 탐색범위에 대한 윤곽이 잡혔으면, 이제 저 나름 있어 보이는 신형전차의 외부기재들을 바탕으로 기존 물건들과의 유사성을 찾으러 가면 되는거임.
"흠... 보기륜은 6세트니까 우선 T-55나 T-62는 아닌거 같고... 일단 새로만든 차체는 맞는 것 같다."
"포탑도 각진형태라서 기존 천마호나 T-55 계열과는 다르다... 다만 주포는 기존 천마호의 115mm 2A20과 동일한거 같은데? 하지만 사진이라는 단편적인 정보 뿐이라 왜곡이나 원근감 때문에 잘못 봤을 수도 있으니 주포에 대한건 나중에 하고.."
"일단 전체적인 외형을 보면 얘는 내가보기에 T-55나 62보다는 72에 더 가깝게 생긴거 같다."
"T-72도 버전이 다양하게 있지만, 북한의 접근성을 봤을 때 그나마 구하기 쉬운 주력 해외수출용 모델들을 기준으로 비교했다. 근데, 뭔가 비슷한거 같긴한데, T-72 복제라고 보기에는 뭔가 다른거 같다."
"본론으로 돌아가서 다시한번 볼까?"
"전차를 분석할 때 이게 얼마나 발달했는지 가늠하기에 가장 직관적인건 사통장치를 보는 것이다."
"이 신형전차의 포탑 우측에는 구멍이 뻥 뚫려있고, 그 위에는 큐브가 하나 올라와있고, 포탑 좌측에도 얇은 구멍이 뚫려있고, 그 위에는 쟁반이 올려져있다. 그리고 경례하는 놈이 보통 전차장이니까 경례하는 놈 밑에 있는건 전차장 해치겠고, 전차장 해치에도 작은 쟁반같은게 달려있다."
"T-72 해외수출모델과 다시 비교해보니, 비슷한 부분이 있으나 전체적으로 사통장치는 T-72의 배치와는 다른거 같다."
"그러면 그 이전모델을 찾아볼까? 흠... 북한은 기존 최신전차 주력이 천마호니까 천마호를 한번 보자."
"......."
"응??"
"엥?????"
"이거 씨발 사통이 T-62(천마호)랑 똑같네?"
"근데 생긴건 왜 T-72야 씨발???"
그렇게 당신은 1차 분석을 마치고 상관한테 가서 추가적인 자료를 요구하게됨. 당신은 북한의 신형전차가 왜 생긴건 T-72인데 전차 성능에 영향을 미치는 외부 사통기재들은 T-62와 동일한지 의문을 뒤로한 채, 우선 구조가 아예 바뀐 차체에 대해서 T-72와의 연관성을 찾는 방향으로 나가게 됨.
그렇게 받게 된 추가자료를 바탕으로 당신은 분석을 계속해나감.
"차체를 보아하니, 확실히 T-62나 T-55랑은 다르다. 6조 보기륜이면 T-64, T-72/T-90, T-80과 비슷하니 얘네 차체를 사용한건가??"
"우선 T-64는 보기륜 형태와 스프로킷 규격부터가 다르다. 그리고 북한은 T-64를 운용한 기록이 없으니 얘한테 딱히 영향받을 이유도 없다. 따라서 얘는 아닌거 같으니 패스"
"T-80과는 비슷한거 같긴하지만, 북한 신형전차는 보기륜이 따닥따닥 모여있는데, T-80은 2개씩 짝지어서 나눠져있는 형태다. 그리고 T-80은 U모델의 경우 가스터빈 엔진을 사용하는데, 북한 깜냥으론 연비가 개박살난 가스터빈을 쓸 일이 현저히 적으니까 얘 역시 영향을 준 것 같진 않다"
"그럼 남은건 T-72/90 계열인데, 보기륜이 다닥다닥 붙어있고 차체의 생김새도 어느정도 유사한거 같다. 그렇다면 북한 신형전차는 T-72/90 차체 기반이거나, 영향을 받았다는 뜻이겠지?"
"하지만 풀리지 않은 숙제가 있다"
"북한 신형전차는 좌핸들인데, T-72와 90계열은 중앙핸들이다."
"하지만 기술적으로 T-72/90과 매우 유사해보이니까, 일단 결론을 내보자면..."
"북한 신형전차의 차체는 T-72/90의 냄새가 매우 짙게나는 북한 자체설계판 인 것 같다."
하지만 이 글을 읽는 당신들 중에는 전차 기동성능을 유추하는 방법을 아는 사람도 있을 것임. 맞음. 바로 차체 후방의 엔진데크를 보는 것임.
"차체 후방에 냉각공기배출망과 엔진점검구를 통해 다른 전차들과 비교하면 북한 신형전차의 기동성을 대략 유추할 수 있겠다!"
"띠요옹"
"결론냈다. 이 북한 신형전차는 T-72엔진을 사용하고 보기륜을 6세트로 늘린 북한 자체설계판이며, 엔진도 T-72나 90의 700~1100마력대 엔진을 쓰겠구나!"
당신은 아주 우수하게 북한 신형전차의 차체를 분석하게 되었음. 그럼 이제 남은 숙제인 포탑을 분석하면 됨.
"흠... 리치랑 열차폐관 형상과 두께를보면 저건 2A46 125mm가 아니라 2A20 115mm 활강포 같은데??"
"어? 포탑 후방에 타원형 탄피자동배출구가 있네? 저거 씨발 T-62에만 있는거잖아??"
"그 외에는 측풍감지기가 달려있고... 포탑 후방에 공구박스를 놓았고... T-62랑 다르게 포탑 후방이 증설되어있고 상단에 안테나가 따로 없는거 보니까 저거는 T-62가 준비탄이 4발 밖에 없는 쓰레기 전차니까 그걸 보완하기 위해 증설한 버슬형탄약고겠구나!"
"전면에 추가된 기재를 보면... 포탑과 차체에 BDD형태 증설장갑을 놓았다"
"그리고 연막탄도 박아놨고... 포방패 위에 LRF가 있는거보니 사통을 어느정도 손 본 것 같다. 근데, T-62마냥 저 뻥 뚫린 구멍에 조준경을 집어넣는 방식이 그대로 유지된거 보면 사통이 발전했다쳐도 그리 좋지는 못할 것 같다"
"결론이 났다"
"북한의 신형전차 M-2002는, 생긴건 T-72인데, 성능은 대략 T-62M 정도 되겠구만!"
이런 식으로 당신은 자신의 배경지식과 오신트자료를 바탕으로 북한에 다녀오거나 류경수땅크공장에 침투하지 않고도 거의 정확한 정보를 완전히 분석하였음.
그러면 이제 결론을 내면 됨.
당신은 암튼 성공적으로 분석하여 국방부에 보고서를 올리게 됨.
그리고 이 세계에서는 북한군 신형전차의 깡통성능이 너무 일찍 까발려진 관계로 K1A1의 양산과 차기전차의 개발예산이 대량삭감되고 한국군 기갑은 암흑기를 맞이하게 됨.
남조선 땅크전력에 항시 긴장을 주도록 노력하는 폭풍호 (A.K.A 주체 93년식 중땅크 천마-216)를 비롯한 북한 땅크들에게 항상 감사하십쇼 남조선
끝
댓글 영역
획득법
① NFT 발행
작성한 게시물을 NFT로 발행하면 일주일 동안 사용할 수 있습니다. (최초 1회)
② NFT 구매
다른 이용자의 NFT를 구매하면 한 달 동안 사용할 수 있습니다. (구매 시마다 갱신)
사용법
디시콘에서지갑연결시 바로 사용 가능합니다.